너도나도 이직을 원하는 ‘대이직 시대’가 도래했다. 대한민국 직장인들은 이직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이직 경험은 얼마나 되며, 이직에 가장 중요한 요인은 무엇이라 생각할까. 매경이코노미는 오픈서베이에 의뢰, 20~50대 직장인 200명을 대상으로 이직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직 원하는 직장인 어떤 준비할까
▷‘직무 관련 자격증’에 올인
▶이직 원하는 직장인 어떤 준비할까
▷‘직무 관련 자격증’에 올인
이직 의사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66.5%가 ‘향후 이직할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 직장인 10명 중 7명가량은 이직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다. 나이가 어리고,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일수록 직장을 옮기려는 수요가 많다. 20대(80%)와 30대(82%)는 절대 다수가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떠나고 싶다’고 답했다. 40대 직장인은 60%가 이직을 원한다.
다만 50대 회사원은 이직할 용의가 없다는 의견(56%)이 우세하다. 이미 다니고 있는 회사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데다 직장을 바꾸기에는 늦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지역별로도 의견이 갈린다. 서울(72.9%)과 수도권(60.3%), 지방 5대 광역시(74.2%) 등에 거주하는 응답자 상당수가 이직할 뜻이 있다고 밝혔다. 반면 다른 지방 거주자들은 이직을 원하는 비율이 57%에 그쳤다. 비교적 기업이 많이 몰린 수도권과 주요 도시와 달리 지방은 이직할 만한 회사가 적다는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직을 위해 직장인들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과반수에 가까운 48.9%의 직장인이 ‘직무 관련 자격증’ 획득을 준비한다고 답했다. 이어 업계 내 인맥 관리(35.3%), 외국어 공부(26.3%), 석·박사 학위 취득(8.3%) 순이다. 이는 과거에 비해 달라진 대목이다. 2006년 매경이코노미가 직장인 이직 실태 설문조사를 했을 당시 이직 준비 활동 1위는 ‘외국어 공부’였다. 평균 외국어 실력이 상향된 요즘은 ‘외국어 공부’보다는 직무 관련 자격증을 따거나, 주변인과 관계에 신경 쓰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직을 원하는 인원 중 연차가 낮은 20~30대 직원들은 직무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는 데 노력을 기울인다고 답했다. 반면 업계 내에서 경력이 쌓인 40, 50대 직원들은 본인의 평판·인맥 관리에 공들이는 편이다.
‘개발자’가 새로운 대세로 떠오르면서 달라진 풍토도 엿볼 수 있다. 이직을 위해 코딩 공부에 뛰어든 직장인이 생겨난 것. 응답자 5%가 이직을 위해 코딩을 새로 배우고 있다고 답했다. 20대 직장인의 경우 15%가 ‘현재 코딩을 공부 중’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석·박사 학위 준비(17.5%) 응답자와 비슷한 수준이다.
▶연봉 성에 안 차면 ‘떠난다’
▷20대 “외국계 기업은 별로”
이직을 결심하는 계기는 대부분 ‘돈’이다. 32% 응답자가 ‘현재 연봉 수준이 만족스럽지 않을 때’ 이직을 고려한다고 답했다. 이어 현재 업무에 비전이 없거나 마음에 들지 않을 때(26%),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이 비전이 없을 때(25%), 직장 내 불편한 인간관계(14%) 순이다.
단, 연령과 성별에 따라 결과는 미묘하게 다르다. 남성의 경우 연봉 수준보다는 ‘현재 직장에 비전이 없을 때’ 이직을 더 많이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직 요인으로 ‘연봉(27%)’을 택한 남성보다 ‘회사 비전(30%)’을 선택한 비율이 더 높았다. 반면 여성은 회사 비전보다는 연봉 수준이 이직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연봉이 이직 결심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한 여성은 37%다.
20대는 ‘연봉’이 부족할 때 이직을 생각한다고 답한 비율이 46%에 달했다. 50대는 정반대 결과를 나타냈다. 낮은 연봉을 이직 요인으로 뽑은 비율이 12%에 그친다. 대신 ‘현재 하고 있는 일이 만족스럽지 않았을 때’ 이직을 원한다고 답한 비율이 38%로 가장 높다.
그렇다면 직장인들이 ‘이직할’ 기업에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1위는 역시 높은 연봉(60.5%)이다. 연봉 다음으로는 안정성(45.5%), 업무와 일상생활과의 균형(38.5%)을 원한다. 나이가 높아질수록 연봉을 고려하는 비중은 낮아진다. 20대 직장인은 78%가 ‘연봉’을 본다고 응답했지만 50대는 40%에 불과하다. 30대 직장인은 다른 세대에 비해 ‘워라밸’을 중시한다. ‘퇴근 이후의 삶이 보장되는 회사에 간다’는 답이 52%로 다른 세대 대비 월등히 높다.
‘이직하고 싶은 직장 유형’에서는 다소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우선 20대 직장인의 ‘외국계 기업 기피’ 현상이 두드러졌다. 외국계 기업으로 이직을 희망한다는 응답자가 6%에 그친다. 외국계 기업은 한때 ‘선망의 기업’으로 주목받았지만 MZ세대에게는 매력적인 직장으로 다가오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30대의 26%, 40대의 20%가 외국계 기업 이직을 희망한 것과 대비된다.
안정 추구 성향이 강한 50대는 오히려 ‘스타트업’을 원했다. 국내 유망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원한다는 비중이 32%나 된다. 전 연령대 중 가장 높다. 나이가 많아 이직이 힘든 대기업, IT 기업보다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에 합류해 실력을 평가받으려는 50대 직장인 수요가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반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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