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 시대 '집콕 국민체조'에 6천만 팔로워…당국 '긍정 아이콘' 띄우기
'제로 코로나' 불만 분출 속 '대역죄인' 사건…여론 통제 기도
코로나 시대의 '벼락스타' 류겅훙 |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의 '격리의 시대'가 벼락스타를 탄생시켰다.
중국 소셜미디어 더우인 생방송을 통해 집에서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에어로빅을 가르치는 대만인 류겅훙이 그 주인공.
올해 50세로 세 자녀의 아버지인 그는 대중의 기억에서 멀어진 한물간 연예인이었다.
젊은 시절, 친구인 인기 가수 저우제룬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는 등 연예계에서 활동했지만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몸짱 연예인'이라는 장점을 살려 중국 상하이로 이주해 피트니스 강사로 살아가던 그에게 3월 말 시작된 도시 봉쇄는 인생 역전의 기회가 됐다.
그는 매일 밤 인터넷 생방송을 켜고 자기처럼 격리로 집에 갇힌 사람들에게 에어로빅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인터넷에서 '류겅훙 체조' 열기가 순식간에 일면서 이제 그의 생방송을 '본방사수'하는 사람만 매일 1천만명을 훌쩍 넘는다. 더우인 계정 팔로워는 6천만명으로 폭증했다.
사람들은 그의 인기 비결이 단순함과 활력 두 가지라고 말한다.
'류겅훙 체조'는 발로 제기를 차는 것 같은 단순한 동작을 반복하는 식으로 짜여 남녀노소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다.
"슬픔과 분노 모두 잊어버리세요, 가자! 가자!"라고 외치며 스트리밍 방송을 통해 운동에 참여한 시청자들을 격려하는 그의 모습에서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는 봉쇄에 지친 중국인들은 에너지를 얻는 모습이다.
류겅훙은 봉쇄의 시대 중국 주민들이 스스로 선택한 스타지만 중국 당국 역시 그의 인기에 크게 주목하고 있다.
류겅훙은 답답하고 절망적인 봉쇄의 시대에도 밝은 삶의 태도를 유지하는 '긍정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중국 당국은 관영 매체들을 앞세워 이런 류겅훙을 대대적으로 띄우면서 장기화하는 봉쇄 국면 속에서 민심이 나빠지는 것을 막는 도구로 삼으려는 의도를 드러낸다.
신화사, 인민일보 같은 관영 매체들이 앞다퉈 '류겅훙 체조 열기'를 선전하고 있다.
인민일보는 인터넷 논평에서 "코로나 발생으로 외출이 제한되면서 부정적 감정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생방송에 맞춰 춤을 추고 땀을 흘리면서 불안감을 해소하고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온 가족이 TV 앞에 모여 팔다리를 흔들어 체조하면 행복감이 넘친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당국에 유리한 '긍정적 에너지'(正能量)를 고양하는 한편으로 '부정적 에너지'(負能量)로 간주하는 행동을 강력히 억제하는 것은 중국공산당의 오랜 사회 통제 원칙이다.
긍정 쪽에 류겅훙이 있다면, 부정 쪽에는 '특대형 간첩 마○○'가 있다.
중국은 전날 '대역죄인'을 붙잡았다면서 관영 매체들을 통해 대대적 선전에 나섰다.
상하이의 한 폐쇄 아파트 |
방첩 기구인 국가안전국은 해외 적대세력과 결탁한 마모 씨를 국가분열선동죄, 국가전복기도죄 등 혐의로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이 '마모 씨'가 마윈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면서 알리바바 주가가 한때 10% 가까이 폭락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혼란 끝에 중국 당국은 이 사람이 IT회사 연구개발 부서에서 대리급으로 일하는 1985년생 회사원이라고 공개했다.
당국은 마씨가 '외부 세력'에 세뇌돼 인터넷에서 세력을 규합, '대륙 임시국회' 개최를 준비하는 등 중국의 현 체제를 전복하려고 시도했다면서 그를 '특대형 간첩'으로 묘사한다.
그가 받는 핵심 혐의 중에는 익명으로 인터넷에서 사실을 왜곡하고 각종 소문을 유포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중국의 법률상 국가전복죄로 기소되면 무기징역 이상의 중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법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코로나 대유행 속에서 당과 정부를 향한 시민들의 불만이 곳곳에서 폭발 중인 가운데 당국이 '외로운 늑대' 식의 간첩 사건을 발표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최근 중국 인터넷에서는 당과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는데 강력한 검열 체계가 이를 모두 제거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 달 넘는 마구잡이식 봉쇄로 식량난과 보건 위기 등 인도주의적 재난에 부닥쳤던 상하이 시민들은 '베란다 냄비 때리기 시위'로 당국에 집단으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중국 당국은 최근 들어 '제로 코로나' 정책을 비판한 저명 경제 전문가들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막아버리는 등 당국을 향한 비판 여론을 억누르려 애쓰고 있다.
그러나 각종 전문가 집단에서 일반 주민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고조된 당국 비판 여론은 시 주석이 당 총서기로 등극한 10년 이래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서방 같은 언론 자유가 없는 중국에서 여론이 이 지경까지 악화한 것은 올가을 20차 당대회에서 장기 집권 시대의 개막을 선포하고자 하는 시 주석에게는 매우 곤혹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발표된 '마○○ 간첩 사건'은 공안정국 조성을 통해 분출하는 주민의 불만을 강압적으로 통제하려는 중국 당국의 의도가 엿보인다.
당국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입을 막고, 대중의 귀를 가리는 수준이 아니라 이젠 '허튼소리'를 하는 사람을 강력히 처벌하겠다는 노골적 신호를 보낸 셈이다.
중국공산당의 사정·공안 사령탑인 정법위원회 기관지인 법치일보의 경고는 더욱더 노골적이다.
"인터넷은 법외지대가 아니다"라며 "국가 이익을 손상하고 조국과 민족을 배반하는 사람은 반드시 법률의 엄격한 징벌을 받게 될 것이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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