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마지막 주례회동서 김 총리와 사면 문제 논의
"국민 동의받았다 보기 어려워…임기 말 사면권 남용 부적절"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후 청와대 본관 세종실에서 열린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이 와중에 경제인만 (사면)한다는 것도…다음 정권이나 기회가 오면 더 잘 해결될 수 있는데 오히려 바둑돌을 잘못 놓는 것 아닌가."
문재인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경제인 사면 문제를 두고 시기상조라는 판단과 함께 이같이 말한 것으로 4일 알려졌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전날 세종공관에서 한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지난 2일 문 대통령과의 마지막 주례회동 당시 사면 문제를 두고 오간 대화 내용을 전했다.
김 총리는 회동에서 사면과 관련한 여론을 전한 다음 "다들 (사면을) 기대하는데 결심하셨나"라고 물었다고 한다.
이에 문 대통령은 자신이 그동안 해 왔던 여러 고민을 드러낸 끝에 "국가적, 국민적 동의를 받았다고 보기 어렵지 않나"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임기 말에 사면권을 남용하는 듯한 모습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사면 불가 방침에 쐐기를 박았고 김 총리가 전했다.
결국 지난달 청와대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언급한 대로 국민의 지지나 공감대를 기준으로 봤을 때 지금의 여론 지형은 임기 말 사면을 강행하기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실제로 주례회동이 있던 날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는 문 대통령의 시각을 뒷받침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달 29일부터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1천12명을 대상으로 사면 찬반 의견을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한 결과,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반대는 51.7%로 집계됐다.
김경수 전 지사(56.9%), 정경심 전 교수(57.2%) 등에 대한 사면 반대 의견도 절반을 훌쩍 넘겼다.
다만 이 조사에서 이 부회장의 사면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68.8%였다.
이를 염두에 둔 듯 김 총리는 "경제인 부분은 따로 볼 만한 여지가 없겠는가"라며 문 대통령의 의중을 물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바둑돌' 이야기를 꺼내면서 조심스러워했다는 게 김 총리의 설명이다.
이는 정치인 사면을 배제한 상황에서 일부 경제인만 사면할 경우 이들에 대한 특권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 새 정권이 들어서서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큰 폭의 사면을 단행할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김 총리와의 주례회동 후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다시 한번 이 문제를 논의했고, 결국 임기 말 마지막 사면은 하지 않는 것으로 최종적인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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