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개혁, 한달 반 롤러코스터…결국 퇴임 일주일 전 검찰개혁 마무리
조국 사태, 추·윤 갈등 등 맞물리며 정권 부침 겪기도
마지막 국무회의 주재하는 문재인 대통령 |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정부가 3일 국무회의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공포안을 의결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끌고 온 검찰개혁도 사실상 마무리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거쳐 '검수완박'에 이르기까지 5년간의 검찰개혁은 마치 전쟁과도 같았다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정권교체가 결정된 이후 추진된 검수완박의 경우 몇 번이나 국면이 뒤집히는 등 '롤러코스터' 정국이 이어지면서 문 대통령도 최후의 최후까지 고심을 거듭해야 했다.
◇ 폭풍 같았던 검수완박 정국…문대통령도 마지막까지 장고
문재인표 검찰개혁의 마침표인 '검수완박' 논의가 본격화한 것은 불과 한달 반 전이다.
지난 3월 9일 대선이 더불어민주당의 패배로 끝나자, 곧바로 이어진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는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 전 검수완박을 완료하지 않으면 윤석열 정부에서는 진전을 보기 어렵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었지만, 국민의힘 측에서는 검찰의 수사를 염두에 둔 '방탄입법'이라는 비판이 나오며 정국은 급격히 경색됐다.
이에 지난달 17일에는 김오수 검찰총장이 사표를 내는 등 검찰의 반발도 본격화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소속이었던 민형배 의원이 안건조정위 구성을 고려해 탈당을 감행하는 등 혼란은 점점 가중됐고, 민주당의 입법 시도에 대한 비판 여론도 함께 높아져 갔다.
그런 상황에서 지난달 22일에는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안한 중재안에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를 이루며 돌파구가 만들어지는 듯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여론 악화 속에 국민의힘이 합의를 파기했고, 이후에는 여야가 전혀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의석수 우위를 활용한 민주당의 '단독입법' 속도전이 시작됐다.
국민의힘도 '필리버스터' 전략으로 입법을 저지하려 했으나 민주당은 '회기 쪼개기' 전략을 사용해 지난달 30일에는 검찰청법(찬성 172·반대 3·기권 2)을, 이날 형사소송법(찬성 164·반대 3·기권 7)을 차례로 통과시켰다.
이처럼 복잡한 논의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문 대통령 역시 계속 시험대에 올라야 했다.
김 총장이 사표를 내는 등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자 문 대통령은 일단 사표를 반려하고 김 총장에게 국회와 더 논의를 해줄 것을 당부했다.
워낙 예민한 사안인 만큼 여야와 검찰 모두가 합의를 해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게 문 대통령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결국 법안은 민주당 단독 처리로 본회의 문턱을 넘어 정부로 이송됐고 문 대통령은 이날 공포를 알리는 '방망이'를 직접 두드리게 됐다.
국민의힘과 검찰 측에서는 법안 논의 내내 문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하라는 요구를 거듭해왔지만, 문 대통령은 끝내 거부권 카드를 꺼내들지 않았다.
민주당이 당론 채택한 법안을 거부할 경우 당청관계가 파탄날 수 있을 뿐더러, 문 대통령 본인도 이번 법안의 통과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이번 법안에 대해 "역사적·시대적 소명에 부합하는 정책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일부에서는 문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사면을 단행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하며 정무적 부담을 많이 덜어냈기 때문에 거부권 카드를 더 쉽게 접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다큐멘터리 '그대가 조국' |
◇ 가시밭길 계속됐던 5년…'조국 사태·추윤 갈등' 남겨
검수완박 법안 이전에도 문 대통령은 지난 5년 내내 검찰개혁 작업을 이어갔고, 이는 사회적으로 적지않은 진통을 남기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민정수석에 이례적으로 비(非)검찰 출신의 개혁 성향 학자였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앉히며 검찰개혁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문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임을 얻으며 사실상 개혁의 전권을 위임받다시피 한 조 전 장관은 높은 정권 지지율 속에 경찰에 일차적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검경 수사권 조정을 주도했고, 2020년 1월 입법 절차가 마무리됐다.
공수처법 역시 패스트트랙 사태까지 가는 우여곡절 끝에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고 같은 해 7월에 공수처도 공식 출범했다.
검찰과 야권의 저항에 아랑곳하지 않고 파죽지세로 개혁이 이뤄졌지만, 정권에게는 부메랑이 돼 돌아오기도 했다.
대표적인 게 '조국 사태'다.
민정수석이던 조 전 장관이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법무부 장관에 내정된 뒤 터져 나온 각종 의혹은 현 정권에도 큰 부담이 됐다.
여기에 검찰이 조 전 장관 및 그의 가족들에 대한 의혹을 수사하는 데 본격적으로 착수하면서 문 대통령과 검찰의 대립은 더욱 심각한 상황에 이르게 된다.
정치권에서는 이때 검찰의 태도가 '검수완박'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2019년 7월 당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에 임명하며 살아 있는 권력의 눈치를 보지 말라고 했지만, 자신의 최측근이었던 조 전 장관을 향한 수사 방식을 보며 다시금 노무현 정부 당시 검찰개혁의 실패를 떠올렸으리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이 물러난 자리에 추미애 전 장관을 임명하며 검찰개혁의 '그립'을 세게 쥐고자 했다.
그러나 추 전 장관은 조 전 장관 관련 수사를 하던 '윤석열 사단' 검사들을 모두 좌천시킨 뒤 친정부 성향이라는 평가를 받던 검사들로 그 자리를 채웠고 이 같은 '추·윤 갈등'은 정국을 더욱 혼란으로 밀어 넣었다.
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을 방치했다는 평가 속에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 과정에서 정치적 영향력과 존재감을 키운 윤 전 총장이 대선에서 승리하는 과정을 지켜봐야 했던 문 대통령은 최근 JTBC 대담에서 "참 아이러니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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