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3 (토)

이슈 세계 속 한류

'K팝 DNA' 접목해 일본서 대박…"한류팬 자녀들이 K팝 소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프로듀스 101' 일본판 그룹 JO1·INI 기획한 라포네 장혁진 본부장

"처음엔 춤·노래 실력 부족…놀랄 만한 속도로 급성장"

연합뉴스

장혁진 라포네 사업본부장(COO)
[라포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콧대 높은 일본 음악 시장, 그 가운데에서도 까다롭기로 이름난 남자 아이돌 분야에서 'K팝 DNA'를 활용해 대박을 터뜨린 현지 그룹이 있다.

한국의 CJ ENM과 일본의 유력 연예기획사 요시모토 흥업의 합작 회사 '라포네'(LAPONE) 소속 그룹 INI가 그 주인공이다.

INI는 몇 해 전 국내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의 일본판 시즌 2로 배출된 그룹으로, 일본인 10명과 중국인 1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데뷔 싱글 'A'를 발매 첫 주에만 50만장을 팔아치우더니, 이달 20일 내놓은 두 번째 싱글 'I'는 첫 주 판매량 58만장 이상을 기록하며 오리콘 차트 정상에 올랐다.

INI는 물론, '프로듀스 101 재팬' 시즌 1 출신 JO1까지 기획한 장혁진 '라포네' 사업본부장(COO)은 1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K팝 DNA'를 접목해 퍼포먼스 측면에서는 높은 완성도의 '칼군무'로, 음악적으로는 힙합 장르를 기반으로 삼아 다른 일본 그룹과 차별화했다"고 성공 비결을 짚었다.

장 COO는 "일본 K팝 팬에게 이미 잘 알려진 '프로듀스 101'의 일본판에서 배출됐기 때문에 시작부터 상당한 팬덤을 가지고 데뷔할 수 있었다"며 "INI 음악은 일본 아이돌 음악으로는 비주류지만, 한 장의 싱글 음반 안에 댄스부터 발라드까지 다양한 장르를 소화해 높은 평가를 받는다"고 덧붙였다.

INI는 종래 워너원, 아이즈원 등 인기 K팝 스타를 키워낸 경험이 있는 CJ ENM 음악콘텐츠본부의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K팝 그룹은 아니다. 멤버 모두가 한국인이 아니고, 일본에서 현지어로 노래하기 때문이다.

INI도 관련 질문이 들어오면 자신들의 음악은 'K팝도 J팝도 아닌 INI팝'이라고 대답한다.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히트시킨 조용필부터 보아와 동방신기를 거쳐 방탄소년단과 NCT에 이르기까지 지난 수십 년간 K팝 기획사의 일본 시장 진출 방식은 국내에서 완성된 아티스트가 현지에서 음반을 내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JO1과 INI는 한국의 노하우와 일본의 연예 산업 네트워크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시장 진출이다 보니 정체성이 다소 모호할 수밖에 없다.

장 COO는 "INI는 세계 시장에서 가장 핫한 장르의 음악을 하는 아이돌 그룹"이라며 "지금은 K팝이 세계 음악 시장에서 가장 핫한 장르이다 보니 한국 엔지니어와 안무가가 많이 관여해 J팝답지 않게 들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프로듀스 101' 일본판이 처음 전파를 탔을 때 걱정스러운 시선도 많았다. 이미 완성형에 가까운 한국 연습생과 달리, 일본판 출연자들은 춤이나 노래 실력이 다소 부족해서다.

장 COO 역시 이 대목에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제작자 입장에서도 이 대목을 걱정하며 프로그램을 지켜봤다고 했다.

그는 "방송이 진행되면서 이 친구들은 정말 놀랄 만한 속도로 성장했다"며 "본인들이 부족하다는 걸 인지하고 서로의 단점을 보완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그룹 INI
[라포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보아가 일본 현지에서 큰 성공을 거둔 지 벌써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일본은 간과할 수 없는 시장이다. 음반·음원·공연을 합쳐 연간 6조5천억∼7조원에 달하는 시장 규모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장 COO는 "한국에서 아이돌 그룹 한 팀을 육성해 데뷔시키고 성장시키려면 상당히 많은 투자가 들어가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일본 시장이 가진 사이즈는 한국 음악 사업자에게 매력적"이라고 짚었다.

그는 "'라포네' 같은 합작 방식의 일본 진출이 늘어날 것 같다"고 전망하면서 "K팝 DNA가 있다는 점에서 K팝 팬도 끌어안을 수 있고, 현지 그룹이라는 점에서 일본 주류 시장의 아이돌 팬도 유인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INI 팬의 연령대는 10∼20대가 약 70%다. 이들은 디지털 문화는 물론 K팝에 익숙한 세대로, 팬덤 내에 기존 K팝 팬이 상당하다는 의미다. 현재는 이들 외에 K팝과 무관하게 INI 자체를 좋아하는 팬들도 꽤 합류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최근 몇 년간 냉각된 한일 관계에도 일본에서는 K팝 열풍이 거셌다. JO1과 INI는 물론 방탄소년단, NCT, 트와이스 등의 K팝 팬덤이 흔들리지 않는 이유를 묻자 '한류 팬덤의 세대교체'라는 답이 돌아왔다.

장 COO는 "한일 관계가 문화 사업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된 건 콘텐츠를 향유하는 세대가 젊어졌기 때문"이라며 "현재 K팝을 소비하는 1020 세대는 과거 한류 붐을 즐겼던 이들의 자녀들로, 이들은 문화와 정치를 따로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어머니가 한류 드라마를 보면서 딸들도 익숙해졌고, 그 대상이 드라마에서 K팝으로 넘어오면서 콘서트 현장에서 모녀가 함께 즐기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가 몸담은 '라포네'는 한국식 연습생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JO1과 INI가 성공을 거두면서 예상보다 훨씬 많은 지망생이 오디션의 문을 두드린다고 한다.

장 COO는 "코로나19 여파로 바다 건너 한국의 소속사에 들어가는 게 어려워져서 K팝과 가장 비슷한 음악을 하는 우리 회사에 들어오고 싶었다는 동기가 많다"고 귀띔했다.

INI의 한국 활동 계획에 대해 그는 "일본 주류 시장에서 확실히 자리 잡는 것이 첫 번째 목표고, 그다음이 글로벌 시장"이라며 "이 '글로벌'에는 한국도 물론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tsl@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