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예술인 병역특례 찬성’
최광호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사무총장이 지난 4월 25일 협회 사무실에서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병역특례 문제를 주제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정희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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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이 국위선양과 문화창달에 기여하지 않았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BTS가 병역특례를 받지 못한다면, 아예 제도의 폐지를 얘기하는 게 옳다.”
최광호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사무총장(49)은 지난 4월 25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BTS 등 대중문화예술인의 병역특례 포함 문제를 두고 “더 큰 혜택을 달라는 게 아니라 자격 요건에 맞게 제도를 운영해달라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대중문화예술인도 차별받지 않게 공정과 형평성의 원칙을 지켜달라”며 “아직도 대중문화예술인들을 ‘딴따라’로 바라보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2008년 설립된 사단법인 한국음악콘텐츠협회는 음반 제작·배급자의 권익을 대변하는 단체다. HYBE(하이브),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지니뮤직, 유니버설뮤직,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 워너뮤직 등 국내외 음악산업계의 주요 업체가 회원사로 가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21년 9월 14일 청와대에서 그룹 방탄소년단(BTS)에 ‘미래세대와 문화를 위한 대통령 특별사절’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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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등 대중문화예술인의 병역특례에 찬성하는 이유는.
“사실 이 문제가 왜 이렇게 논란이 되는지 이해가 안 된다. 병역특례는 1973년부터 시행됐다. 자격요건은 ‘국위선양 및 문화창달에 기여한 예술·체육인’이다. 과거에는 대중문화예술이 천대받고 이런 요건을 충족하기에는 미진했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은 K팝이 전 세계적으로 부상한 건 누구나 인정하지 않나. BTS가 병역특례를 받지 못한다면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BTS가 국위선양과 문화창달에 기여하지 못했단 말인가.”
-현행 병역특례 제도는 어떻게 평가하나.
“예술·체육 분야에서 큰 업적을 남긴 이들이 나오면 특례 대상이 조금씩 변경됐다. 시대적 흐름의 반영이었다. 앞으로 e스포츠인 ‘리그 오브 레전드(LoL·롤)’와 브레이크댄싱도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수상하면 병역특례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이 제도가 존재하는 한 대중문화예술인도 차별받지 않고 형평성 원칙이 지켜지면 좋겠다.”
-BTS가 병역특례를 받으면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하게 되나.
“병역특례는 면제가 아니라 대체복무를 하는 거다. 544시간 동안 공익복무를 통해 사회적 기여를 해야 한다. BTS가 2시간 30분 동안 공연을 하면 수십만명이 운집한다. 이 활동 자체로 국익에 도움이 된다. 또 BTS가 발산하는 메시지 중에는 인류애, 탄소중립 등도 있다. 세계적으로 중요한 의제에 공감토록 하는 메신저 역할을 한다. BTS는 개인을 떠나 음악산업계 전반에 절대적 영향을 주고 있다. 가온차트 지수를 봤을 때 BTS는 해외 트래픽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BTS 군 복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음악산업에 치명타가 불가피하다.”
-하이브 측에서도 빨리 결론을 내달라고 했는데.
“월드투어를 하려면 한해 전에 계획을 잡아야 한다. 입대 여부가 불투명하니 모든 계획 수립이 멈춰버렸다. 한명이 빠지면 그에 맞게 안무를 짜야 하고, 계약서에도 7명인지 6명인지 명확히 명시해야 한다. 오죽 답답했으면 그런 말을 했겠나.”
-BTS의 병역특례가 공정하지 않다며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공정을 얘기한다면, 잘한 사람에게 상을 주고 못한 사람에겐 책임을 묻는 게 공정 아닌가. 제도가 존치하는 상황에서 전교 1등인 BTS가 특례를 못 받는다면, 아예 병역특례 제도의 폐지를 얘기해야 한다.”
-BTS는 지난해 이미 병역연기(만 30세) 혜택을 받았기 때문에 추가 혜택은 과하다는 주장도 있다.
“기본적으로 병역특례 제도 자체가 예외를 두는 것이다. 특례 제도 도입으로 인해 큰 틀에서의 ‘공정성’은 이미 깨진 거 아닌가. 병역연기는 정부와 국회가 논의한 뒤 승인했다. 음악업계에서 먼저 요구한 게 아니다. 우리 의견을 듣는 절차도 없었다. 이것조차 형평성에 맞지는 않는다. 순수예술인들은 대체복무가 가능한데, 대중문화예술인들은 입대를 2년간 연기하는 데 그치기 때문이다. 병역연기도 훈·포장 수여자들에게만 적용한다. 문화훈장은 보통 15년 이상 경력을 쌓아야 자격이 된다. BTS는 예외적으로 훈장을 받아 가능했다. 왜 우리한테만 이토록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는지 모르겠다.”
-BTS의 활동은 사익 추구이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주장도 있다.
“물론 가수들이 처음부터 애국하겠다는 마음으로 음악을 시작하진 않았을 거다. 순수예술과 체육도 마찬가지 아닌가. BTS는 활동 과정에서 세계적인 인지도가 높아지다 보니,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등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다른 예술·체육인들도 국위선양을 했지만 모두 영리활동을 한다. 천억원대 수익을 내는 사람들도 있지 않나.”
-대중문화예술은 콩쿠르나 올림픽처럼 공신력과 대표성 있는 지표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병무청이 병역연기의 기준은 설정했으면서, 대체복무의 기준은 왜 정하지 않겠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정책 수립을 위해 연구용역을 맡기거나 음악업계와 접촉하는 등 논리 개발을 위해 노력한 흔적도 없다. 지난 3년 동안 내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국내외 콩쿠르 중의 일부는 공신력과 대표성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차라리 ‘대중문화예술인은 병역특례를 받을 수 없다’고 법에 명시한다면 그나마 이해할 수 있겠다.”
-병역특례 관련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데.
“이 문제는 우리가 끌어올린 게 아니다. BTS는 ‘군대 가겠다’고 이미 밝혔다. 그냥 가게 놔두면 되는데, 정치권에서 병역특례 문제를 제기했다. 정치인들이 소신을 갖고 확실히 말해주면 좋겠다. ‘이대남’ 무서워 말 못 하는 것 아닌가. 음악업계는 끙끙 앓으면서도 말하길 꺼린다. 나만 얘기하고 있다.”
-BTS는 어떻게 될까.
“이번 논란으로 BTS가 병역특례를 받아도, 안 받아도 문제가 되는 상황이 됐다. BTS를 가만히 놔뒀으면 멋있게 군대 갔다 오고 끝낼 일이었다. 지금은 이미지에 금이 많이 갔다. 여론은 병역특례 문제와 관련해 BTS를 ‘딴따라’ 취급하며 업신여기고 철저하게 가지고 놀았다. 병역특례 못 받게 되면 국가가 버리는 것 아니냐. BTS가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 총회 참석 때 특사 자격으로 동행한 게 돈 때문이었나. 그런데 ‘BTS가 무슨 국위선양을 했냐’고 말하면 도대체 어쩌라는 건가. 아직도 대중문화예술인은 ‘딴따라’라는 인식을 국방부와 병무청이 가지고 있는 듯하다. 이런 상황이 만들어져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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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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