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부처 공무원 출근율 44%…부장관이 빈 책상에 "곧 만나길" 메모 남겨
출근 압박에 노조·다른 각료들도 반발…"생산성은 왜 안따져"
런던 트래펄가 광장 앞 인파 |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영국에선 마스크 착용을 포함해 코로나19 방역규제가 공식적으로 다 풀렸지만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재택근무는 계속되고 있다.
정부의 공식 재택근무 권고가 해제된 이후 출근이 늘긴 했지만 여전히 재택비율이 절반이 넘는다.
영국 하원의원이자 정부 효율 담당 부장관인 제이컵 리스-모그는 최근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이달 초 하루 평균 출근율은 44%이며, 부처별로 교육부가 25%로 가장 낮고 국제통상부가 73%로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중앙부처의 한 공무원은 28일(현지시간) "코로나19 때 계속 재택근무만 하다가 이제는 주 2회 출근한다"며 "집에서 일할 때도 하루에 회의를 몇개씩 참석해야 하고 바쁘다"고 말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은 주1회 출근이 권고사항인데 최근엔 출근율이 올라가고 있고 IT 회사의 한 직원도 주 2회 출근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사무직의 근무 형태가 아예 바뀌는 듯한 분위기도 있지만 리스-모그 부장관은 공무원 재택근무 중단 깃발을 들어올렸다.
그는 최근 중앙부처 사무실을 돌며 빈 책상에 쪽지를 남겼다. 여기엔 "찾아왔는데 자리에 없어서 아쉽네요. 사무실에서 아주 곧 만나길 고대합니다"라고 정중하지만 비꼬는 투의 글이 적혀 있었다.
그는 다른 각료들에게는 재택근무 중단 메시지를 보내라고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그는 또 출근을 하지 않는 공무원들은 런던 근무에 따른 수당을 못 받거나 일을 그만두게 될 수 있다고까지 경고했다.
정부 자산이 효율적으로 운영되도록 관리하는 것이 본인의 업무이고, 빈 사무실은 납세자들에게 비용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고위 공무원 노조(FDA)와 야당인 노동당 등에서 반발할 뿐 아니라 보수당 내에서도 비판 의견이 튀어나왔다.
나딘 도리스 문화부 장관은 리스-모그 부장관의 편지를 받고선 스쿠르지가 등장하는 찰스 디킨스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이 떠올랐다고 비판하고 왜 생산성은 측정하지 않냐고 되물었다.
영국 재택근무 |
노조는 요즘 근무 환경을 이해하지 못하는 조치이며, 재택근무를 못하게 하면 우수 인력들이 떠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재택근무가 보수당 정부가 내세우는 지역 균형발전에도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있다.
공무원 재택근무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더 이어질 것 같다.
최근 여권 발급 기간이 10주에 달해 불만이 커지자 존슨 총리는 일 처리 속도를 높이라고 압박하는 한편 코로나19 이후 공공 부문에 느슨한 분위기가 퍼졌다고 조직 문화에 화살을 겨눴다.
영국 텔레그래프지는 여권발급을 담당하는 정부 기관의 대표가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3월 임명된 이래 대부분 런던 본부에서 약 160㎞ 떨어진 집에서 일했다고 지역 주민을 인용해서 보도하기도 했다.
그는 연간 16만파운드(2억5천만원) 급여를 받으면서 런던 20차례 방문 비용으로 총 4천500파운드(720만원)를 청구했다고 텔레그래프는 지적했다.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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