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6 (화)

이슈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

"검수완박 땐 '제2의 라임 사태' 관련자들 기소 어려워"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검수완박 법사위 통과, 위헌 소지 있어...재고 부탁"

아주경제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이 시행되면 검찰의 4대 범죄(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권은 폐지된다. 나머지 부정부패·경제 범죄 수사권도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출범하면 검찰은 이관해야 한다. 법조계에서는 "'단계적 검찰 직접 수사권 폐지'로 우리 사회 부정부패 대응 능력은 후퇴할 것"이라며 "특히 금융증권 범죄 해결은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검수완박 법안이 시행되면 금융증권 범죄가 사장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이 설치된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들은 지난 20일 입장문을 통해 "금융시장은 개미투자자들을 지옥으로 끌고 가는 '개미 포식자'들의 놀이터가 될 것"이라며 "대규모 펀드 피해 사건, 기업 사냥꾼의 횡령·배임 수사는 중단된다"고 지적했다.
"피해자들을 위한 항고제도, 더 이상 의미 없어"

법리가 복잡한 금융증권 범죄 수사는 사건에 얽혀 있는 관계자들도 많아 '보완 수사'가 중요하다. 그러나 검수완박 법안이 시행되면 검찰에서도 지검과 고검 사이에 보완 수사 명령을 내리는 '항고 제도'가 의미 없어질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서울고검은 지난해 8월 서울남부지검에 대신증권에 대한 고소 사건을 다시 수사하라는 재기수사 명령을 내렸다. 대신증권은 라임 사태 때 펀드 가입자들 동의 없이 환매 주문을 취소한 혐의로 고소당한 뒤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피해자들은 항고했고, 재기수사 명령까지 내려진 것이다. 해당 사건은 현재 서울남부지검에서 재수사 중이다.

서울고검 부장검사는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재기수사 명령을 내릴 때 상대 기관 서류로만 판단하는 게 아니라 필요하다면 수사관들이 금융감독원까지 방문해 자료를 검토할 수도 있다"며 "추가로 확인 절차를 밟아보고 관련자들 진술도 들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조건 서류로만 재기수사 명령을 내리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중재안은 검찰의 보완 수사권을 유지했지만 검찰이 아닌 경찰에 보완수사 요구를 할 수 있도록 해놨다. 하지만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를 하더라도 이행 여부는 경찰 측 선의에 맡길 수밖에 없는 데다 경찰 수사 지연 시 이행을 강제할 수단이 없다 보니 사건 처리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검에 따르면 검찰이 지난해 경찰에 보완 수사 요청한 사건 7만2223건 가운데 보완 수사가 이행되지 않은 사건은 9429건으로 13%에 달했다.
"'제2의 라임 사태' 발생한다면 관련 판매·운용사 기소 못할 것"

법조계와 경제 범죄 피해자들은 검수완박 중재안이 시행되면 '제2의 라임 사태' 관련자들은 기소할 수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장영준 전 대신증권 반포WM 센터장은 투자위험등급 1등급인 라임 펀드를 판매하면서 연 수익률을 강조하고 손실 가능성을 최대한 숨겨 총 2480억원의 펀드를 판매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장 전 센터장을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이 사건 법률 대리인을 맡은 김정철 변호사(법무법인 우리)는 "라임 사태가 검수완박 시행 후 일어났다면 관련자들에 대한 기소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장 전 센터장은 징역 2년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며 "불완전판매 사건에서 자본시장법의 '사기적 부정거래 행위'를 최초로 적용한 사건이었는데, 경찰에서 수사를 진행했다면 해당 법리 적용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금융 전문 변호사는 "특수수사 경험 부족 등으로 경찰은 금융범죄에 대응할 수사 역량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금융증권 범죄 피해자들은 검수완박으로 새 수사기관 출범 전까지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가 달라지게 되면 법률 비용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구집 대신증권 라임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대책위) 대표는 "형사 재판은 검사가 금융증권 범죄자를 공격하는 '공격수' 역할을 한다"며 "'법률로 무장한 전문가'인 검찰 조직이 나를 대신해서 범죄자와 대형 로펌들을 상대하는데, 검수완박이 되면 지금과 같은 검사 역할을 부탁하기 위해 변호사 지불 비용이 배로 늘어난다"고 말했다.

한편 대검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검수완박' 법안에 위헌 소지가 명백하다며 본회의에서 가결될 경우에 대비해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과 효력정지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진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검찰 수사 중 진범이나 공범이 확인돼도, 추가적인 피해 사실이 발견돼도 직접 수사할 수도, 경찰에 수사를 요구할 방법도 없다"며 "검찰이 수사를 못하도록 하고 검사의 기소권을 제한하는 것은 내용상 위헌 소지가 있음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신진영 기자 yr29@ajunews.com

- Copyright ⓒ [아주경제 ajunews.com] 무단전재 배포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