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시티 케빈 더 브라위너(가운데)가 킥오프 93초 만에 다이빙 헤딩골을 터트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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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7골, 30대 레전드들과 23세 이하의 재능들, 두 명의 명장, 90분 간 단 2장의 카드, 파넨카 페널티킥.”
이탈리아 출신 파브리시오 로마노 기자는 트위터에 “이것은 축구 게임이 아니라 영화”라고 말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전 잉글랜드와 스페인 리그 1위 팀의 ‘역대급’ 승부를 보고 난 소회를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맨체스터시티(잉글랜드)가 27일(한국시각) 영국 맨체스터의 시티 오브 맨체스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4강 1차전에서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를 4-3으로 꺾었다. 맨시티가 달아나면 레알 마드리드가 쫓아가는 역대급 명승부가 펼쳐졌다.
킥오프 93초 만에 맨시티의 케빈 더 브라위너(31·벨기에)가 다이빙 헤딩골을 터트렸다. 데 브라위너는 또 9분 뒤 날카로운 크로스로 가브리엘 제주스의 추가골을 어시스트했다. 더 브라위너는 봉준호 영화감독이 ‘최애(최고로 애정하는) 선수’로 꼽는 스타다. 그러자 전반 33분 레알 마드리드 35세 베테랑 공격수 카림 벤제마(프랑스)가 왼발 발리슛으로 1-2를 만들었다.
레알 마드리드 공격수 카림 벤제마.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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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차세대 ‘발롱도르(한해 최고 축구선수에게 주어지는 상)’ 후보로 꼽히는 양 팀의 2000년대생 신예들이 나섰다. 맨시티의 필 포든(22·잉글랜드)이 후반 8분 헤딩골로 장군을 부르자, 2분 만에 레알 마드리드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22·브라질)가 골을 넣으며 멍군을 외쳤다. 비니시우스가 하프라인부터 단독 드리블을 치고 들어가는 순간, 맨시티의 펩 과르디올라(스페인) 감독이 이미 실점을 직감한 듯 무릎을 꿇는 모습도 화제가 됐다.
후반 29분 베르나르두 실바(포르투갈)가 맨시티의 네 번째 골을 뽑아냈지만, 승부는 끝난 게 아니었다. 2-4로 뒤진 후반 38분 레알 마드리드의 페널티킥 찬스에서 벤제마가 발끝으로 볼 밑 부분을 들어 올려 골키퍼 타이밍을 빼앗는 파넨카 킥으로 세 번째 골을 뽑았다. 반드시 한 골이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이달에만 페널티킥을 3차례나 놓쳤던 벤제마가 대담하게 ‘파넨카 킥’을 시도한 것이다. 멀티골을 기록한 벤제마는 이번 대회 14골로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바이에른 뮌헨, 13골)를 제치고 득점 선두로 올라섰다. 올 시즌 각종 대회에서 41골을 터트렸다.
맨시티 과르디올라(오른쪽) 감독과 안첼로티 레알 마드리드 감독.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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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팀 감독의 지략 싸움도 치열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라이벌인 바르셀로나 사령탑 출신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3연승을 이어갔다. 1990년대, 2000년대, 2010년대, 2020년대 모두 챔피언스리그 4강행을 이끈 카를로 안첼로티(62·이탈리아) 레알 마드리드 감독도 점수 차를 좁히기 위해 끝까지 애를 썼다. 7골을 주고받는 난타전이 펼쳐졌지만, 옐로카드는 딱 2장밖에 안 나왔다.
경기 후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수준 높은 선수들이 경기장에 있었다”고 말했고, 안첼로티 감독도 “축구팬으로서 환상적인 경기였다”고 말했다. 잉글랜드 축구 전설 앨런 시어러도 “경기 속도가 무척 빨랐다. 처음 1분부터 끝까지. 선수들은 분위기에 도취돼 경기를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고 칭찬했다. 축구 평론가 제이슨 쿤디는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이 게임을 보여줘라”고 말했다.
양 팀은 다음 달 5일 스페인 마드리드의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로 장소를 옮겨 4강 2차전을 치른다. 반대쪽 4강 대진에서는 리버풀(잉글랜드)과 비야레알(스페인)이 맞붙는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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