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손석희 전 JTBC 앵커와 특별 대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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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에 대해 “개인적으로 별로 마땅치 않게 생각된다”고 밝혔다. 다만 “안보 공백 최소화”를 위해 협력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이 대선 기간 주장한 선제타격론 등 대북 강경책에 대해서도 “외교 경험이 없어서 그런 것”이라며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JTBC <대담-문재인의 5년>이라는 제목으로 방송된 손석희 전 앵커와의 인터뷰에서 “집무실을 옮기는 것은 국가 백년 대계”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어디가 적지인지 등을 두고 여론 수렴도 해보지 않고, 게다가 안보 위기가 가장 고조되는 정권 교체기에 3월 말까지 국방부 나가라, 방 빼라, 우리는 5월10일부터 거기서 업무를 시작하겠다는 식의 일 추진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어디가 적지일지 충분히 논의하고, 적지라 판단하면 국방부와 합참이 안정적으로 이전 계획을 세우게 한 후에 그 계획에 따라서 집무실을 이전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하루라도 청와대에 있지 못하겠다는 류의 결정과 추진 방식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앞서 안보 공백을 이유로 윤 당선인 취임 전 집무실 이전 계획에 제동을 건 바 있다. 그러나 여론 수렴 등 절차적 문제까지 제기하며 반대 입장을 밝힌 적은 없다. 문 대통령은 “새 정부가 의지를 갖고 마치 1호 국정과제처럼 추진하는 마당에 그것으로 신구 권력 간 갈등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적어도 국정 안보 공백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할 수 있는 협력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윤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에 반대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위한 예비비 편성에 협력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토로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선언했다가 계획을 백지화한 것에 대해서는 “공약에 얽매이지 않고 결정한 것이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의 구중궁궐 청와대 이미지 때문에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는 뜻이었다”며 “이전하면 비용이 들고 행정 혼란이 초래될 수밖에 없는데, 그것을 무릅쓸 우선 가치가 있는 것이냐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가 구상했던 것은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을 광화문 정부청사로 옮기겠다는 거였다”며 “지금 당선인 측이 추진하는 통으로 옮기겠다는 것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야당이 청와대를 향해) 구중궁궐 자기들이 했던 시대의 행태를 그대로 프레임으로 덮어씌운 것”이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과의 갈등이 부각되는 데 대해 “정부를 운영한 사람으로서 필요한 것을 아는데, (윤 당선인이) 잘 알지 못한 채 여성가족부를 폐지한다고 하면 맞지 않는 얘기라고 하는 것이 의무”라며 “새 당선인 측이 바란다고 입 닫고 가만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여가부 폐지에 대해 당선자 쪽도 초기에는 좀 막무가내였다”며 “지금은 당선인 측도 여러 숙고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임기 중 대북·대미 관계 등 외교에 대해서도 소회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운전자론’에 대한 비판에 대해 “그러면 5년 간의 평화는 다 날아갔느냐”며 “현재 상황은 베트남 하노이 북미 2차 정상회담 이후 북·미 간 제대로 대화가 없었고 남북 간의 대화도 진전을 볼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도 서로 대화 의지는 밝혀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가) 끝까지 성사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는 것이지 과정은 비판받을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 동안 한 건도 북한과 군사적 충돌이 없었다”며 “반면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는 천안함·연평도·목함지뢰 등 군사적 충돌이 있었고, 군인과 민간인이 희생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을 향해서도 “북한을 상대하고 대화해 본 외교 경험이 없어서 그런 것(강경론을 주장하는 것)”이라며 “그런 부분을 빠르게 대통령 모드로 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당선인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 대선 공약에 대해서도 “오로지 선거용 발언이지 대통령 모드라면 달라지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 포기 안하면 한국도 핵을 가져야 한단 주장에 대해선 “정치인이 삼가야할 주장이다. 어처구니없는 주장, 기본이 안 된 주장”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서는 “좋게 생각한다”고 한 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서는 “지금은 평가하기 적절한 국면이 아니다”라며 평가를 유보했다. 문 대통령은 “ICBM이 발사되고 이것은 레드라인을 넘는 것”이라며 “새 정부가 대화를 복원하려는 노력을 미국과 긴밀한 공조 속에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는 한·일 관계에서 달리진 것이 전혀 없다”며 “일본이 점점 우경화하면서 일본 태도가 바뀌었다”며 한·일 관계 악화 책임이 일본에 있다고 말했다.
정대연·김윤나영·문광호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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