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6 (화)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스토킹 신고 4배 폭증… 갈길 먼 피해자 보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토킹처벌법 시행 반년

경각심 높아져 하루 98건꼴 접수

피해 여성 살인사건 여전히 횡행

2021년 신상 공개 10명 중 5명 해당

범죄특성상 초기 경찰 개입 어려워

피해자 지원 중점 둬야 참극 막아

정부 “보호법 마련… 곧 국회 제출”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토킹 피해자 보호에 초점을 맞춘 ‘스토킹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피해자보호법) 제정안이 2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스토킹 피해자를 보호하는 첫 법안이라는 데서 의미가 크지만, 처벌법의 협소한 스토킹 정의를 그대로 가져와 피해자 범위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 등도 나온다.

26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뒤 지난 1월까지 3개월간 접수된 스토킹 신고는 1만48건에 달한다. 법 시행 후 하루 평균 신고 건수는 97.6건으로 시행 전(2021년 1월1일∼10월20일) 23.8건의 4배가 넘는다. 과거에는 스토킹 행위를 범죄라고 생각하는 인식 자체가 부족했지만, 처벌법 제정 후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면서 신고가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피해자 보호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11월에는 서울 중구의 한 오피스텔 주차장에서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이 자신을 스토킹하던 남성으로부터 살해당했고(김병찬 사건), 올해 2월에도 서울 구로구에서 경찰의 신변보호 대상이던 여성이 자신을 스토킹하던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구로구 사건의 경우 가해자는 피해자를 찾아갔다가 경찰에 체포까지 됐지만 구속영장이 반려되자 피해자를 다시 찾아가 살해했다. 집요한 스토킹 범죄 특성상 단순히 접근금지 명령을 내리고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피해자를 보호하기에 역부족이란 목소리가 커졌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스토킹피해자보호법은 스토킹 ‘행위’의 상대방과 행위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하는 스토킹 ‘범죄’의 피해자와 더불어 그 가족에 대한 지원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또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 규정을 둬 피해자 등을 돕게 했고, 피해자나 신고자를 해고하는 등의 불이익 조치를 금지하는 내용도 담아 피해자 보호에 대한 첫걸음을 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성가족부는 4월 내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방침이다.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다만 스토킹피해자보호법은 스토킹처벌법의 스토킹 정의를 그대로 가져왔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현재 스토킹처벌법은 상대에게 접근하거나 문자 또는 전화로 ‘도달’하는 등 5가지로 스토킹 행위 유형을 제한하고 있다. 상대에게 문자를 보내는 대신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또는 커뮤니티에 상대를 암시하는 글을 쓰는 것 등은 여기에 적용하기 어렵다. 법안 연구에 참여한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처벌법상에는 스토킹의 개념이 좁게 돼 있는데 처벌법과 보호법상 스토킹을 별도로 정의해 보호법에서는 스토킹 정의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명확성에 대한 요구가 높은 처벌법과 달리 피해자보호법은 지원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빠지지 않게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스토킹 피해자에게 특화된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기존의 피해자 보호시설은 성폭력과 가정폭력 등과 함께 스토킹 피해자를 돕게 된다. 김 부연구위원은 “성폭력 피해자에게 제공하지 않던 임시보호를 스토킹 피해자에게 해야 하는지 등 혼선이 생길 수 있다”며 “스토킹 피해자의 특성에 맞는 지원책을 세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정한 기자 han@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