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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이슈 자율형 사립고와 교육계

"선택권 강화" vs "서열화 심화"…자사고 논란속 존치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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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향 평준화·교육 획일화 방지'…명문대 진학 실적으로 인기 여전

자사고 사교육비, 일반고의 1.7배…가정형편 좋을수록 특목고 진학↑

"고교개편 찬성 47%-반대 17%-보통 33%"…"법률로 정해야" 주장도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외국어고등학교(외고)와 자율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를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문재인 정부가 실행해 온 일반고 전환 정책은 새 정부에서 전면 손질될 것으로 전망된다.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혼란만 안긴 채로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지면서 교육 현장에서는 정권에 따라 교육정책이 오락가락하지 않도록 명확한 여론수렴과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2021년 5월 서울시 자율형사립고(자사고) 교장단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8개 자사고에 대한 항소를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文정부 '성과'로 내세워…인수위는 자사고 존치 가닥

인수위 과학기술교육분과는 학생들의 학업 선택권 확대를 위해 외고·자사고를 그대로 두는 내용을 다음 달 초 발표하는 국정과제에 담을 예정이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도 이미 자사고에 대해 "기능상 유지하거나 존속하기 위한 교육부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2020년 2월 문재인 정부의 교육부는 현재의 중학교 1학년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2025년에 자사고 등을 일반고로 전환하는 내용으로 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교육부는 최근 낸 5년 성과자료집에 고교체제개편을 주요 성과로 싣고, 자사고의 일반전형 경쟁률이 2018년 1.46 대 1에서 지난해 1.19로, 외고는 1.57 대 1에서 1.12 대 1로, 국제고는 2.29 대 1에서 1.53 대 1로 낮아졌다고 밝혔다.

교육 당국은 일반고로 조기 전환하는 자사고에 재정을 지원하기로 했고, 2019년 이후 숭문고 등 7개 자사고가 먼저 전환했다.

그러나 진통은 컸다. 2019년 시도교육청은 평가에서 미달한 학교의 자사고 지정을 취소했고, 이들 학교는 불복해 소송에 나섰다. 소송에서는 각 교육청이 전패했다.

헌법소원도 있다. 수도권 자사고와 국제고 24개 학교법인은 2020년 5월 일반고 전환이 사립학교 운영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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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열린 2차 내각 발표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4.13 [인수위사진기자단] jeong@yna.co.kr


◇ "하향평준화 방지" 인기 여전…서울대 최다합격 53개교 중 외고-자사고 22곳

외고·국제고·자사고는 학생들에게 진로에 맞게 보다 전문적이고 우수한 교육을 받을 선택권을 줘야 한다는 취지로 탄생해 유지돼 왔다.

우수한 학생이 모여 면학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과목·학습법으로 공부할 기회를 누릴 수 있으므로 획일적인 교육과 하향 평준화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의 조성철 대변인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응하는 인재 육성, 학생에게 교육 선택권 확대 차원에서 다양한 학교체제가 필요하다"며 "설립 취지와 목적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학교와 교육당국이 운영기준 등을 함께 마련하고 육성,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반고가 함께 성장하고 교육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도 병행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외고·국제고·자사고 경쟁률이 하락하기는 했으나 학생·학부모들 사이에서 그 인기가 꺾였다고 볼 수는 없다.

특히 인지도 상위권 학교의 일반전형 경쟁률은 2021학년도와 비교해 2022학년도에 훌쩍 높아졌다. 용인외대부고는 2.29 대 1에서 2.75 대 1로, 하나고는 1.99 대 1에서 2.14 대 1로, 인천 하늘고는 1.78 대 1에서 1.99 대 1로 올라갔다.

이런 인기는 기본적으로 진학 실적에서 나온다.

특목·자사고가 설립 취지에 맞게 운영돼 왔는지는 의견이 엇갈리지만, 우수한 학생들의 능력 개발에 중점을 두는 수월성 교육의 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2022학년도 서울대 합격자를 많이 낸 53개 학교 중 자사고는 15곳, 영재학교·과학고는 11곳, 외고는 7곳이었다. 일반고는 16곳이었는데 그중 절반인 8곳이 강남·서초구 소재 학교였다.

또한 올해 서울대 의대 수시 합격자 105명 중 28명(26.7%)이 자사고 출신이었다.

◇ 사교육비 총액 특목·자사 준비생, 일반고의 1.5배…"그들만의 리그"

이런 진학 실적은 인기와 함께 역풍도 불러왔다.

고교 교육의 전문화·다양화라는 본래 취지보다는 명문대 진학의 발판 역할에 그쳤고 선행·사교육 연령대를 낮추는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거세졌다.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지적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사교육비 총액이 역대 최대를 기록한 2021년, 초등·중학생의 진학 희망 고교 유형별 1인당 사교육비를 보면 자사고(53만5천원), 영재학교·과학고(51만6천원), 외고·국제고(49만4천원)는 일반고(32만3천원)의 1.5∼1.7배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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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갈무리 [정의당 제공, DB 및 재판매 금지]


이에 '그들만의 리그'를 강화한다는 우려가 뒤따랐다.

학비와 사교육비, 부모의 교육열 등을 고려하면 가정형편이 나은 학생들이 이런 학교를 선택하기 더 쉽기 때문이다.

서울교대 연구진의 2020년 '고교체제 발전을 위한 빅데이터 분석 연구'에 따르면 월평균 가구소득 700만∼1천만원 가정의 학생 중 3.5%가 특목고에 진학한 반면, 100만∼300만원인 가정의 학생 중 이 비율은 1.4%였다.

또 대학원 이상 학력의 아버지를 둔 학생의 특목고 진학 비율은 4.8%로, 고졸자 자녀(1.1%)와 대졸자 자녀(2.4%)보다 훨씬 높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정현진 대변인은 "자사고, 외고, 국제고 등 특권학교는 일반고 죽이기 정책이라는 게 이명박 정부 시절 이미 확인됐다"며 "과거에도 고교 다양화를 한다고 했지만 실상은 고교 서열화, 차별화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를 다시 유지한다면 고교 서열화가 심화되고 사교육이 팽배하면서 교육 불평등 문제가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 "고교체제개편 찬성 47%-반대 17%-보통 33%"…"법률로 정해야" 주장도

일단은 문재인 정부가 그랬듯이 새 정부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만 개정하면 국회를 거치지 않고도 자사고 등의 일반고 전환 정책을 폐기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셈법은 그보다 복잡하다.

국회에서 초중등교육법 자체를 개정한다면 일반고 전환이든 자사고 유지든 가능하다.

자사고들도 헌법소원에서 교육부의 시행령 개정이 교육에 관한 것을 법률로 정하도록 한 교육제도의 법정주의에 위배된다는 주장을 펼쳐 왔다.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2020년 11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체계도 함께 바뀌는 부작용이 있다"며 국제중·자사고의 지정이나 취소 사항을 법률로 상향하는 법안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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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개발원 교육여론조사 [DB 및 재판매 금지]


여론조사에서는 외고·국제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에 찬성하는 사람이 반대하는 사람보다 훨씬 많지만, 유보적인 시각도 상당하다.

한국교육개발원이 해마다 진행한 교육여론조사에 따르면 자사고 등의 일반고 전환을 포함한 고교체제 개편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2018년 47.2%, 2019년 44.1%, 2020년 46.6%로 꾸준히 40%대 중반을 유지했다.

이 항목에 대한 초·중·고교 학부모의 찬성률은 2020년 55.5%로 더욱 높았다·

일반고 전환 반대율은 16.9%로 찬성률보다 크게 낮지만, 찬반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보통'이라는 응답률이 33%로 상당히 높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새 정부는 엄격한 심사 과정, 숫자를 줄인 외고·자사고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며 "국민 여론, 민주당 반발, 고교학점제와의 충돌, 또 다른 불공정 등을 감안하면 가장 합리적인 방안은 국가교육위원회에 넘겨 교육계와 국민 의견을 다시 수렴하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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