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칙에 1년 6개월 내 폐지 못 박자"·"제안과정 헌법 파괴"
당 게시판 '시끌'…조국 "처럼회, 눈물겨운 분투"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는 박홍근 원내대표 |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강민경 기자 = 더불어민주당은 22일 박병석 국회의장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을 전격 수용, '위장 탈당' 역풍 속에서 결국 회군을 택했다.
민주당이 검수완박 시동을 본격 걸기 시작한 지 한 달여 만이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대선 패배 직후인 지난달 20일 기자간담회에서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을 엄격히 분리해 검경(검찰·경제계)유착, 검정(검찰·정치권) 유착의 고리를 차단하겠다"고 검수완박 완료를 선언했다.
국민의힘은 당장 '문재인·이재명 구하기' 프레임을 들고나왔다.
양향자 의원은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검수완박을 처리하지 않으면 문재인 청와대 사람 20명이 감옥 갈 수 있다'는 말도 들었다"며 '거야'의 독주를 지적했다.
민주당은 이후 검찰의 아랑곳하지 않고, 민형배 의원의 탈당이라는 초강수까지 둬가며 법안 추진을 강행했다.
그러나 민 의원의 탈당을 계기로 "이렇게 정치해서는 안된다"(이상민 의원), "국민들 보시기에 꼼수"(조응천 의원), "명백한 편법"(이소영 의원), "민주주의 능멸"(김병욱 의원), "소탐대실"(박용진 의원) 등 단일대오에 생긴 균열이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민주당은 이런 와중에 박 의장의 중재안을 고리로 출구를 찾은 셈이다.
100%까지는 아니지만, 민주당의 요구가 중재안에 상당 부분 반영됐을 뿐만 아니라, '여야 합의'를 앞세워 구겨진 면도 세울 수 있게 됐다는 게 민주당 안팎의 지평이다.
박 의장·여야 원내대표 "검찰개혁법안 4월 임시국회 중 처리" |
그러나 '처럼회' 등 강경파 의원들의 반발 등이 이어지는 등 당내 여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당장 이날 의총에서도 중재안에 대한 지적이 여러 의원으로부터 제기됐다.
김용민, 정청래, 이학영 의원 등은 '1년 6개월 내 한국형 FBI를 만들고 그때까지 직접수사권을 폐지한다'는 내용을 부칙으로 넣어야 한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마지막에는 전반적으로 수용불가피론에 공감하는 분위기였다"며 "박 원내대표가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이런저런 문제 제기가 나오자 조건부 수용을 1안으로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나머지 2, 3안도 수용불가피론의 틀에서 나온 내용이었다. 그래서 내가 어차피 받을 거면 조건부 수용은 무의미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번 중재안에 비판적인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조건부 수용론과 관련해 "일부 중진의원들이 박 의장 안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분위기를 몰아갔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박 원내대표는 부칙을 넣고 싶었지만 박 의장이 그렇게 하면 국민의힘에서 절대 받지 않고, 합의가 깨질 수 있다고 해서 막판 합의가 안 됐었다고 한다"며 "박 의장 때문에 아무것도 못 하는 상황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중재안을 받아들이는 게 당론으로 돼 버렸다. 저번처럼 거수한 것도 아니고 '이렇게 하겠습니다', '예'하고 끝내버렸다"고 반발했다.
이 중 처럼회 소속인 김 의원은 "박 의장의 최종 중재안 제안과정은 헌법 파괴적"이라며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입법권을 가진 민주당 국회의원 전원의 찬성으로 당론을 정했는데, 의장이 자문그룹을 통해 만든 안을 최종적으로 받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입법권 없는 자문그룹이 실질적인 입법권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역시 처럼회 일원으로 탈당한 민형배 의원 역시 페이스북에서 "의회민주주의 파괴다. 의장이 의원은 물론 국회 밖 의견까지 포함해 의원들에게 강요한 것"이라며 박 의장의 중재안을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페이스북에서 "최종 목표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이 정도의 2차 개혁도 민주당 안팎에서 '강경파'라고 비난받던 민주당 '처럼회' 소속 의원들의 눈물겨운 분투 덕분"이라며 "이제 '분리'를 반대하는 집단은 검찰뿐"이라고 강조했다.
권리당원 게시판에서도 반발이 폭주했다.
민주당이 중재안 수용 결정을 발표한 지 한나절여만인 오후 7시 현재 당의 결정을 비판하는 게시글이 2천여 건에 이른다.
이들은 "알맹이가 빠졌는데 이것을 덥석 받는다는 것이냐. 이해되지 않는다", "중재안 받지 말고 끝까지 하라. 타협만 하다가 정권 뺏긴 것 모르느냐", "이러느니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 개혁을 개혁 대상 눈치까지 봐가며 하느냐"며 당의 결정에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gogo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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