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반 재임 최장수 경제 부총리
"재난지원금 등 재정 논란 후회 없어
부동산 문제, 시간 더 있으면 안정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중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현지시간) 언론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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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에서 21일(현지시간)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회의에서 러시아 재무장관이 발언을 시작하자 일부 회원국 대표들이 퇴장했다. 전날 주요 20개국(G20) 회의에 이어 연이틀 '러시아 보이콧'이 일어났다. 전날 자리를 지켰던 한국 대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은 항의 퇴장에 동참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회의를 마친 뒤 IMF 본부 앞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오늘 IMF 회의에서 18개국 중 12개국, 6개 국제기구 중 4개 기구가 퇴장했고 저 역시 퇴장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재무장관이 화상으로 참석해 연설을 시작하자 참석자 가운데 3분의 2 정도가 자리를 떴고, 한국이 그중에 포함됐다고 전했다. 전날 G20 재무장관 회의 때는 러시아 재무장관이 연설할 때 자리를 지킨 홍 부총리가 하루 새 정반대로 행동한 것이다.
홍 부총리는 그 이유에 대해 "국제 공조에 동참하는 의미에서 오늘은 (다른 회원국과) 그런 뜻을 같이할 필요가 있어서 자발적으로 같이 퇴장했다"고 말했다. 전날 남아있었던 이유를 묻는 말에는 "어제는 현장에서 즉시적으로 나타난 현상 같다"고 답했다.
홍 부총리에 따르면 이날 항의 퇴장한 국가는 미국·영국·일본·캐나다 등 주요 7개국(G7) 대표 전원과 한국 등 12개국이었다. 남은 국가는 스페인·인도·인도네시아·스위스·브라질·나이지리아 등 6개국이다. 중국은 화상으로 참여했다.
홍 부총리는 "어제는 회의에 55명이 참석해 4개 나라에 국제기구까지 더해 5개국이 퇴장했다”면서 극소수가 러시아를 보이콧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홍 부총리 주장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WP)·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미국ㆍ영국ㆍ캐나다ㆍ프랑스·독일·네덜란드와 유럽연합(EU) 등 최소 7개국이 퇴장했다.
홍 부총리는 3년 반 재임한 '최장수 경제 부총리'로서 소회도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오늘 회의에서 러시아가 발언할 때 왜 퇴장했나.
A : 어제도 일부 국가가 퇴장했다. 오늘 여러 발언 내용이나 회의 진행 상황으로 봤을 때 장관들이 퇴장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대러 제재에 대해 국제 공조에 동참하는 의미에서 오늘은 그런 뜻을 같이할 필요가 있겠다 해서 저도 자발적으로 같이 퇴장했다. 제가 되돌아와서 보니 상당히 사정이 있는 국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의사에 동참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Q : 그럼 어제 회의 때는 왜 안 나갔나.
A : 어제 회의는 국가 간 그와 같은 행동에 대한 예측 또는 반응이 잘 규율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G7이 나름대로 조율할 것이라는 얘기는 들었는데, 이탈리아나 일본 등 G7 국가들도 안 나간 나라가 있는 것처럼 어제는 처음 회의하면서 현장에서 즉시적으로 나타난 현상 같다. 오늘은 어제 현상에 대한 어떤 경험도 있고, 오늘 회의 진행 과정에 대한 각자 재무장관이 판단하면서 대다수가 퇴장하는 형태로 나타난 게 아닌가 싶다. 회의 전에 대부분 재무장관이 그런 방향으로 반응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이뤄졌고, 저도 같이 그런 형태로 나타났다고 보면 된다.
지금 설명은 다른 나라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고 움직였다는 것으로 이해가 되는데.
A : 그렇지 않다.
Q : 워싱턴에 오기 전 한국 입장을 정리하지 않았나.
A : 그런 여러 가지 복합적인 게 있었다. G20은 정치적 상황에 영향을 받으면 안 된다는 얘기도 있었고, 또 지금 나타난 것처럼 명분 없는 전쟁을 하는 러시아가 이 회의에 참석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하는 그런 의견도 같이 제기됐다. 이건 선험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국익이라고 표현하기는 어렵고, 대러 제재에 대한 동참이 필요한 부분과 한국이 가진 나름 독특한 여건 종합 감안해서 제가 판단했다는 말씀드린다.
어제는 앉아있다가 오늘 나간 것에 대해 눈치 보기 아니냐는 시각이 있을 수 있다.
A : 언론이 잘 생각해야 할 것 같다. 그런 식으로 보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건 선험적으로 정답이 있는 게 아니다. 말씀드린 대로 러시아가 발언할 때 퇴장이 적절한지, 자리 지키는 게 적절한지, 각 국가가 처해있는 특수한 여건이 있다고 생각한다. 자로 재듯 가타부타할 게 아니고, 상황 판단 때문에 한다고 본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그렇게 한다고 생각한다. 어제도 G7 국가가 통일된 의견이 없었다. G7 중에 나간 곳도 있고, 안 나간 곳도 있다. 스테이한(남은) 국가들은 나름 다 그런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뭐가 바람직하다, 바람직하지 않다, 정답이다 아니다 보다 회의에 직접 참석한 장관으로서 그 판단을 좀 존중해줘야 하지 않겠나.
Q : G20과 브릭스가 퇴장 여부로 갈라지고 의견 충돌 있는 것으로 비치는 것이 바람직한가.
A : 글로벌 경제를 풀기 위한 최상의 협의체로서 지금은 G20을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고 본다. 일각에선 그런 지적이 있었지만. G20과 브릭스 간 대립 관계가 이번 회의에서 나타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립이라기보다는 G20을 통해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재확인한 것이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면담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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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양자 회담했는데, 지금까지 나온 대러 제재 외에 추가 제재 검토 논의가 있었나.
A : 지금까지 제재는 한국 정부가 금융 제재를 포함해 같이 참여했고, 추가적 제재가 제기돼 검토하는 것은 아직 없다. 앞으로 혹시 추가 제재가 논의되고 제기되면 한국 정부도 어떤 방향으로 검토될지 모르지만, 검토는 해야 되지 않겠나.
Q :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통화정책에만 머물지 않고 한은 역할 확대하겠다고 했고, 인기가 없더라도 금리를 올려서 인플레이션을 잡겠다고 말했는데 공감하나.
A : 금리 문제는 제가 언급할 수 없다. 금리에 대해 말하면 한은 독립성 문제가 있어 적절하지 않다. 한은 총재가 정책 영역 넓히겠다는 것의 진의를 잘 모르겠다. 아마 통화 당국과 재정·경제 당국과 긴밀하게 이제까지도 협의해 온 차원에서 얘기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새롭게, 새로운 경제정책 영역을 만든다기보다는 협업 강화로 이해한다. 앞으로 기재부 같은 재정·금융 정책 당국과 통화 당국이 긴밀하게 협력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Q :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가 미국 중심의 반중 연대로 보는 시각에 동의하나.
A : 일부 그런 시각이 있다. 정부도 몇 달에 걸쳐 국익에 도움 되는지 논의해왔다. 지난 3월 관계부처 장관 회의에서 참여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보기에 따라 다를 것 같다. 당연히 정부가 판단할 때는 중국도, 아세안도 고려한다. 국가적으로 더 실익이 있는지 없는 지가 가장 큰 판단 근거라고 생각한다. 중국과 관계도 있으니 종합적 시각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Q : 최장수 경제부총리로서 잘한 것도, 후회하는 것도 있을 텐데, 지금 아는 것을 그때 알았더라면 하지 않았을 것이 있나.
A : 가장 많은 논란이 있었던 게 전 국민 재난 지원금, 약자에 대한 지원, 선별 지원 등 재정 관련인데, 똑같은 상황이 닥쳐도 제 답변이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기억에 남는 게 세 가지 있다. 3년 반 기간 중 2년 반이 코로나 시기였다. 코로나 위기를 맞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것. 다른 나라에 비해 선방했다는 것이다. 둘째는 2019년 7월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 조치 때 소부장 대책으로 강력하게 대응했는데, 언론이 어떻게 평가할지 모르지만, 소부장 대책이 상당히 실효성 있게 진행됐다. 셋째는 디지털 경제와 그린 경제 전환 속도가 빨라진 상황에서 한국판 뉴딜을 적절한 시기에 구상하고 수립해 추진해 왔다는 점이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아쉬운 점도 있다. 첫째는 재정준칙 입법 미비, 둘째는 서비스발전기본법 입법을 마무리하지 못한 것이다. 셋째는 부동산 문제다. 부동산을 안정시키기 위해 여러 노력했지만 못하다가 작년부터 부동산 시장이 하향 안정화하는 방향으로 이어져 나름 고무적이었는데, 다시 하락세가 꺾여 올라가는 일부 모습이 보여 걱정이 크다. 시간이 더 있었다면 하향 안정세를 더 안정화한 뒤 다음 정부에 넘겨줬으면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park.hy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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