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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이슈 5·18 민주화 운동 진상 규명

'5·18 북한군 침투설' 주장 탈북자 국정원이 자금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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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조사위원 "탈북자 임모씨 사무실서 대북풍선·전단 목격담…국정원 관리"

"지만원 거짓 주장은 개인적 복수심 때문" 분석도

연합뉴스

5월 18일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 (PG)
[홍소영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5·18 민주화운동 당시 북한군이 투입됐다고 거짓으로 증언한 탈북자를 국정원이 지원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5·18 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 이동욱 비상임위원은 21일 광주 5·18기념재단에서 5·18 허위조작정보를 분석한 내용을 공유하는 집담회를 열었다.

월간조선 기자 출신인 이 위원은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추천한 인사로 5·18 북한군 침투설에 대한 진상규명에 집중해왔다.

이 위원은 지난 1월 북한군 침투설을 담은 탈북자 임모씨의 도서 '화려한 사기극의 실체-5·18'을 출판한 사무실 주소지를 찾아갔다가 뜻밖의 목격담을 들었다고 했다.

이 사무실 건물 관리인은 해당 도서가 출간(2009년 11월)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무실에 대북 풍선을 실어나르는 것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관리인은 "출판사를 한다는데 이사도 밤에 오고 그랬다. 한번은 골목길에 사다리차를 대고 커다란 기계 같은 것을 2층으로 옮기길래 뭐냐고 물어봤더니 대북 풍선이라고 했다"며 "그걸 엄청 많이 실어 올렸다. 삐라(전단)같은 것도"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이 위원은 "대북 풍선 관리는 국정원에서 한다. 국정원의 자금이 탈북자 임씨에게 넘어간 것"이라며 "도서를 출간한 뒤 국정원이 그 대가로 준 것이 아닌지 궁금하지만 더 캐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임씨가 의혹을 푸는 열쇠를 쥐고 있는 '키맨'으로 지목된 상황이지만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조사가 시작되려 하자 잠적한 상태다.

다만 국정원 측은 "당시 임씨가 대북전단과 관련된 일을 했는지 알 수 없지만 국정원 자금이 지원된 일은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임씨는 2005년부터 지만원 씨와 함께 다니며 북한군 투입설을 주장했다.

1996년 탈북한 그는 2000년 한국으로 입국한 뒤 국정원에서 자문위원으로 첩보 분석 등에 참여했으나 허위과장 정보가 많아 1년도 되지 않아 해촉된 인물이다.

그는 2004년 11월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밀입국하려다 체포되자 정치적 망명을 신청하고, 자신이 "휴대용 핵무기를 은닉해 주요 인사를 암살하는 특수훈련을 받았다"고 허황한 주장을 하다 2005년 1월 한국으로 추방됐다.

그 이후 지씨를 만나 행동을 함께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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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검색 받는 지만원
2020년 2월 13일 5.18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광주 시민들을 북한 특수군이라고 주장해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지만원씨가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1심 선고공판에 출석, 법정 입장을 위해 몸 수색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5·18 북한군 침투설은 지씨가 주도하고 있는데 개인적인 복수심에서 비롯된 허위 주장이라고 이 위원은 분석했다.

지씨는 2002년 8월 김대중 대통령을 비판하는 자신의 신문광고에 '광주사태는 소수의 좌익과 북한 특수부대원들이 군중을 선동해 일으킨 폭동'이라는 문구를 넣었다가 곤욕을 치러야 했다.

5·18 단체 일부 회원들이 지씨의 사무실을 항의 방문해 점거한 것도 모자라 지씨가 몸을 숨긴 자택을 찾아가 현관문을 두드리고 사과를 요구하다 늦은 밤 돌아갔다.

더욱이 지씨는 이 단체의 고소로 같은 해 10월 구속됐다가 이듬해 1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풀려날 때까지 수감 생활을 해야 했다.

이 위원은 "이때부터 지씨는 그의 순수한 복수심을 위하여 지지자들을 모으고 증언과 증거를 만들기 시작한 듯하다"고 평가했다.

지씨는 자신의 주장을 채울 수 있는 '증언·증거'를 위해 탈북자 임씨와 행동을 함께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하나원을 출소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또 다른 탈북자 정모씨와 이모씨도 여기에 가세해 '북한 특수군' 놀이를 시작했다.

정씨는 5·18 때 직접 침투한 북한 특수군 역할, 이씨는 그의 말을 책으로 만들어 전파하는 역할을 맡았다.

자신들의 주장이 문제가 되면 정씨는 "술김에 자랑삼아 과장 섞어 한 말"이라고 하고 이씨는 "나는 그 말을 정말로 믿었다"고 버티며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갔다.

이와 관련해 국정원은 이미 2009년 2월 정씨를 조사해 허위라는 자백을 받았다.

당시 국정원 보고서에 따르면 정씨는 "남한 사회의 관심을 끌어보기 위한 허위 제보였다"고 실토했고, 국정원은 나머지 다른 탈북자들의 같은 주장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평가했다.

국정원은 이듬해 1월 다시 한번 같은 내용을 조사하기도 했다.

지씨가 자신의 책 2권을 출간한 뒤 청와대에 '국정원 조사관이 북한군 침투 증언을 은폐했다'고 민원을 제기했기 때문이었다.

이를 조사한 보고서에는 "지만원은 정씨가 조작해 이야기한 내용을 자신의 저서에 수록하고 책자의 내용을 인용해 민원을 제기한 것"이라며 "지씨가 자신의 책을 홍보하기 위해 민원을 제기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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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진상조사위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 위원은 "국정원이 정씨 등에게 엄중히 경고했다고 밝혔지만, 그 이후 이들의 활동은 더욱 활발해졌고 국정원은 외면 또는 방치했다"며 다시 한번 의구심을 드러냈다.

그는 "북한군 침투설은 지만원의 개인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체를 파고들다 보니 거대한 암벽이 드러나고 있는 듯하다"며 "저는 하지 못했지만 (실체를 밝히는 일은) 광주의 여러분들은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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