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사고 현장 전경. [중앙포토] |
69명의 사상자를 냈던 2014년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참사와 관련해 화재의 원인이 됐던 가스 배관 공사를 발주한 CJ푸드빌에도 상가 임차인 등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건이 발생한 지 8년 만에 하도급 업체와 시설 관리 업체뿐만 아니라 원청 업체의 배상 책임이 확정된 것이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와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롯데정보통신과 고양종합터미널 상가 임차인 11명이 각각 CJ푸드빌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CJ푸드빌은 고양종합터미널 지하 1층에 푸드코트를 열기 위해 건물 소유주인 맥쿼리자산운용과 협의해 2014년 4월 공사에 들어갔다. CJ푸드빌은 여러 공사 중 급수·급탕·오배수·가스배관 등의 공사를 동양공무에 발주하고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가스 기능사 자격을 갖춘 인력이 없던 동양공무는 명인이엔지에 가스배관공사 부분을 하도급했고, 명인이엔지는 이를 다시 개인 사업자인 A씨에게 재하도급했다.
대형 참사는 같은 해 5월 26일 발생했다. A씨가 고용한 배관공이 가스 배관 용접 작업을 하다 불꽃이 튀면서 불길이 천장에 개방된 우레탄으로 옮겨붙었다. 불은 순식간에 지하 1층 천장 전체로 퍼졌다. 이때 우레탄 등이 연소하면서 유독가스가 다량 발생했고, 에스컬레이터 공간 등을 통해 불과 1분여 만에 지상 2층까지 빠르게 확산했다. 결국 9명이 사망하고 60명이 부상을 당하는 참사로 이어졌다.
터미널 지하 2층 임차인 오씨 등은 화재로 집기·비품·재고 등이 훼손됐고, 매장 복구공사 등으로 인해 일정 기간 영업을 하지 못했다며 원청인 CJ푸드빌과 하도급 업체 동양공무, 명인이엔지, 건물의 시설관리업체 삼구아이앤씨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당시 터미널 1층에 입점이 예정돼 전산장비를 설치하고 있던 롯데정보통신 역시 CJ푸드빌 등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은 하도급 업체와 시설관리 업체의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했지만, CJ푸드빌의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화재 발생 당시 건물 지하 1층 공사현장을 점유하고 있던 것은 CJ푸드빌이 아니라 영업 준비공사를 도급·하도급·재하도급받은 공사업체들"이라며 "CJ푸드빌은 민법에 의해 1차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점유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2심은 CJ푸드빌의 책임도 인정했다. 롯데정보통신에는 2억2057만여원을 배상하라고 했고, 상가 임차인들 각각에게는 하도급·시설관리업체와 공동으로 7600만~1억4000여만원 수준의 배상을 하라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공사업체들은 공사 중 수시로 이뤄지는 설계변경이나 공사일정 등과 관련해 CJ푸드빌 실무책임자들에게 최종 결정사항을 전달받아 공사를 진행했다"며 "CJ푸드빌은 공사 현장의 관리 책임과 방호조치 의무를 부담하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도 2심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며 CJ푸드빌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지난 2016년 7월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참사와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시설관리업체 관리소장, 가스 배관공사 현장소장, 배관 작업자 등에게 징역 1년 등 유죄 판결을 확정했다. 하지만 공사를 발주한 CJ푸드빌 현장 책임자에겐 “공사에 직접 관여한 점이 인정되지 않고, 안전조치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주의 의무가 발생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확정했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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