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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금 올린’ 넷플릭스, 한국서 6300억 벌고 법인세는 30억만 냈다

조선비즈 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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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금 올린’ 넷플릭스, 한국서 6300억 벌고 법인세는 30억만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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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021년 10월 19일 3분기 실적 발표에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 속 초록색 체육복을 입고 나타난 모습. /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021년 10월 19일 3분기 실적 발표에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 속 초록색 체육복을 입고 나타난 모습. /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넷플릭스가 지난해 전년 대비 52% 증가한 매출을 기록하면서 2년 연속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 1위를 차지했다. ‘오징어게임’ 등 오리지널 콘텐츠들이 말 그대로 대박을 터트린 데다, 요금제까지 일괄 상향하면서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것이다. 그러나 법인세로는 전체 매출액의 0.5%에 해당하는 금액만 납부한 것으로 나타나 이번에도 세금 회피 논란은 피하지 못했다. 넷플릭스는 가입자가 폭증하면서 트래픽이 급증했지만, 망사용료도 내지 않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넷플릭스 한국법인인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6317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국내 유료 가입자 월간 구독료에서 발생하는 스트리밍 수익이 6296억원으로 전년 대비 57.9% 늘었다. 오리지널 콘텐츠가 흥행하면서 국내 유료 가입자가 지난해 1분기 400만명에서 연말 500만명으로 증가한 영향이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11월 스탠다드 요금제는 월 1만2000원에서 1만3500원으로, 프리미엄은 1만4500원에서 1만7000원으로 각각 12.5%, 17.2% 인상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71억원, 13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94.2%, 109.7% 뛴 수치다.

같은 기간 법인세는 22억원에서 31억원으로 9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매출액의 81%인 5167억원을 콘텐츠 구입비 등 매출원가 명목으로 네덜란드 법인에 송금한 결과다.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는 서비스 배급사로서 그룹사에 유통 수수료를 지급한다. 넷플릭스 본사→네덜란드 법인→한국 법인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다.

앞서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이를 두고 “넷플릭스가 수수료를 통해 매출원가를 높이고 영업이익률을 낮추고 있다”며 “넷플릭스가 한국 매출원가 비중을 본사와 동일한 수준으로 적용하면 2020년에만 약 830억원의 국부유출을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넷플릭스 본사의 매출원가 비율은 매년 감소해 최근 58.4% 수준으로 낮아진 반면, 한국에서의 매출원가 비율은 2019년 70.5%에서 2020년 81.1%로 올랐다.

국세청은 지난해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약 800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넷플릭스는 불복 후 조세심판원의 심판 절차를 밟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넷플릭스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 넷플릭스의 시장 점유율은 60%로 1위다. 2위인 유튜브프리미엄(25%)과 격차가 크다. 3·4위는 토종 OTT인 티빙(18%)과 웨이브(17%)가 나눠 가졌다. 5위는 12%를 기록한 쿠팡플레이와 디즈니플러스가 차지했으며, 그 뒤는 왓챠(7%)가 이었다.


토종 OTT 3사의 실적을 보면 격차는 더 극명해진다. 웨이브·티빙·왓챠의 지난해 매출은 총 4325억원으로 넷플릭스의 68%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영업손실은 1568억원을 넘겼다. 웨이브(-558억원)와 왓챠(-248억원)의 경우 영업손실액이 전년 대비 각각 229%, 60% 늘었고 티빙은 1년 만에 61억원에서 762억원으로 1149% 급증했다. 차별화된 콘텐츠 확보를 위한 투자로 발생한 적자지만, 그래도 넷플릭스의 자본력을 따라가긴 어렵다는 설명이다. 넷플릭스는 한국 진출 첫해였던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콘텐츠에 약 1조32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딘 가필드 넷플릭스 공공정책 총괄 부사장이 지난 2021년 11월 3일 방한해 이원욱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과 면담하는 모습. /뉴스1

딘 가필드 넷플릭스 공공정책 총괄 부사장이 지난 2021년 11월 3일 방한해 이원욱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과 면담하는 모습. /뉴스1



법인세와 관련해 넷플릭스가 늘어난 영향력만큼 의무는 지려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커지면서 ‘망 사용료 의무화’ 법안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넷플릭스는 2020년 4월 인터넷 서비스 제공사(ISP)인 SK브로드밴드에 “망 사용료를 내야 할 의무가 없다”며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해 현재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로부터 받아야 할 돈은 업계 추정 약 700억원(2018년 5월~2021년 9월 기준)이다.

딘 가필드 넷플릭스 공공정책 총괄 부사장은 이달 19일 방한해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여야 의원들과 만남을 가질 계획이었으나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발의 이후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20일 개최 예정이던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2소위)도 취소됐다. 2소위에서는 망 사용료 의무화 법안이 상정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넷플릭스 측은 “가필드 부사장이 올해 방한을 다시 추진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고 했다.

박수현 기자(htinmaki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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