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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이슈 국민연금 개편과 미래

"국민연금, 2050년 '고갈' 위기..'더 내고 덜 받게' 개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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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대담, 정리=구경민 차장, 김근희 기자, 김지성 기자] [머투초대석]'국가대표 씽크탱크' 자본시장연구원 신진영 원장

신진영 자본시장연구원장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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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윤석열 정부는 지지율이 떨어질 것을 감수하고라도 국민적 합의를 이뤄 국민연금을 개혁 해야만 합니다."

'국가대표 씽크탱크' 자본시장연구원의 수장인 신진영 원장은 새 정부의 최대 과제로 '국민연금 개혁'을 제시했다. 국민연금 개혁은 더이상 미뤄선 안될 국가의 명분이 걸린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은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에 개혁을 강행한 덕분에 적자 전환이 되는 시점이 2050년으로 미뤄졌지만 이후 국민연금에 손을 댄 정권은 없었다. 국민연금 고갈을 막기 위해서는 국민연금을 '더 내고 덜 받는' 방향으로 개혁해야 하는데 국민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신 원장은 지지율 하락을 각오하고라도 이를 수행해야 하는 것이 이번 정부의 가장 큰 숙제라고 제언했다.

이뿐 아니라 개인의 자산 증식을 위해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도 했다. 선진국처럼 주가조작이나 시장 비리, 내부거래에 대한 강력한 처벌 제도가 마련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여의도 자본시장연구원에서 신 원장을 만나 한국의 자본시장이 직면해 있는 현안과 새 정부가 실행해야 하는 방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현 주소는.

▶10년 전과 비교했을때 우리나라 자본시장은 질적, 양적 성장을 이뤘다. 코로나19 과정에서 동학개미의 유입으로 지난해 주가지수가 3000을 넘어섰고 IPO(기업공개) 시장 규모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채권 발행도 기록적인 수준이었다.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 측면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국내 증권사들의 규모도 커졌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자기자본이 10조원을 넘어선다. 자기자본이 5조원을 넘는 곳도 수두룩하다. 글로벌 IB(투자은행)과 어깨를 나란히할 수준으로 성장했다. 과거 증권사들이 브로커리지(위탁매매)에 의존했다면 IB(기업금융)나 M&A(인수합병) 등의 부분에서 가시적인 성과들을 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산업구조가 유형자산에서 무형자산으로 변화되고 있는 만큼 금융산업의 역할도 변화해야 할 것이다.

-한국 경제가 당면한 과제는.

▶코로나19로 양극화가 심해졌다. 소상공인은 더 힘들어진 반면 비대면 기업은 유례없는 호황을 맞았다. 이제 다시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 되고 있다. 비정상에서 정상화가 돼 가는 과정에서 벌어진 사회적 간극을 어떻게 조정해 나가야 할지가 우리가 직면한 과제다.

-러시아-우르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 금리인상 등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졌다.

▶오일쇼크 이후 물가 상승률이 가장 높은 시대를 맞고 있다. 오일쇼크를 경험한 전문가들도 흔치 않고 정책 당국자들도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겪고 그것에 대비해본 경험이 없다.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불어닥친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는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도 있어 보인다. 올 하반기에 코로나19 회복에 따른 경제 회복이 예상되지만 인플레이션이 가장 큰 복병이다.

-경제 뿐 아니라 주식시장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데.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변동성은 커지고 있지만 다른나라에 비하면 견고하게 잘 버티고 있다. 해외 증시는 올 들어 많이 떨어졌다. 하반기 경제가 회복되고 큰 이변 없이 인플레이션이 진정된다면 주식시장의 턴어라운드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인플레이션 이슈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회복 모멘텀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동학개미 이후 1인1계좌를 넘어 1인 2계좌 시대로 가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과거 2년처럼 급격한 주식시장의 상승을 기대하면 안된다. 아무 준비 없이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가 손실 본 개인투자자들이 많을 것이다. 주가 하락은 오히려 생애주기에 걸친 자산 관리를 해야 하는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고 생각한다. 노후자금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고 퇴직연금이 DC형(확정기여형) 자금으로 많이 넘어왔다. 오는 7월 디폴트옵션이 시행되면 TDF(타깃데이트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더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공모펀드 시장이 많이 위축됐다. 활성화 방안은.

▶'국민 자산증식'을 위한 중요한 수단 중 하나가 공모펀드다. 공모펀드 활성화 방안은 금융당국에서 수도없이 내놨었다. 하지만 안정적인 개인의 자산증식을 위해서는 '장기, 분산투자가 답'이라는 것을 투자자 스스로 느껴야 한다. 운용사들은 노후자산 관리를 포괄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 퇴직연금 시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운용사들은 각자의 역량을 발휘해야한다.

-퇴직연금에 관심이 높아지는데 국민연금은 2050년 고갈될 위기에 처했다.

▶국민연금 체계를 손봐야 할 때가 됐다. '3층 연금'으로 불리는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이 제대로 적립될 수 있게 해야 한다. 특히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더내고 덜 받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지금과 같은 상태가 유지된다면 2050년 안팎에 국민연금이 고갈된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국민연금에 손댔다 지지율이 폭락한 적이 있다. 욕 먹을 각오로 정권의 명운을 내걸고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을 감수하고라도 국민연금 개혁을 꼭 이행해야 한다.

-국민연금이 연평균 5% 내고 있는 수익률을 제고시킬 방법은.

▶장기투자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벤처나 사모펀드 같은 모험자본에 투자하는 것이다. 미국은 연금 투자의 자산 범위를 넓혀 벤처캐피털(VC), 사모펀드 등에 자금 공급을 해주고 있다. 그러면서 연금의 수익률이 높아지고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들은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게 된다. 국민연금이 기존의 주식, 대체투자를 넘어 모험자본에 투자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

신진영 자본시장연구원장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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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가이드라인은 미흡한거 같은데.

▶사실 현재 ESG 투자를 한다는게 쉽지 않다. ESG 투자는 기업활동이 사회 전반에 미치는 결과를 고려해 투자하는 것인데 이를 판별할 기준이 명확치 않다. 세계 회계기준을 주도하는 국제회계기준이사회(ISAB)에서 ESG 국제 기준 초안을 내놨다. 이 초안을 바탕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빨리 ESG 보고체계가 마련될 것이다. 재무제표 외에 비재무 체계가 국제 표준으로 곧 마련될 예정이어서 ESG 기업활동에 따른 투자가 더 정확하고 활발해 질 것으로 생각된다.

-윤석열 당선인의 주식양도세 폐지 및 거래세 인하 등의 방안에 대한 생각은.

▶내년부터 '금융투자소득세법'이 시행된다. 투자소득 5000만원 이상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인데 주식양도세를 폐지하려면 관련 법률이 개정돼야 한다. 하지만 법 개정을 하기에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주식양도세 폐지는 쉽지 않아 보인다. 거래세 인하는 주식투자를 하는 모든 투자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거래세를 인하하는 방안은 고려해볼만하다.

-금융시장의 선진화를 위해 새 정부에서 추진해야할 방안은.

▶금융시장 질서를 바로잡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불공정 거래 이슈, 시장에서의 불법행위, 주가조작, 내부자거래 등에 대해 우리나라의 처벌은 너무 약하다. 이를 바로 잡는게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해외에선 내부자거래의 경우 기본 10~20년 징역형을 내리는 등 강한 처벌을 내린다. 선진국처럼 가격조작이나 시장 비리, 불법행위 등에 대한 강력한 처벌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새 정부와 함께 할 연구원의 앞으로의 계획은.

▶자본시장에 정책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중책을 수행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겠다. 중요 이슈로 떠오른 퇴직연금, ETF(상장지수펀드), 가상자산, 빅테크 규제 등에 대해 정책 연구 및 산업관계 분석 등을 시행할 계획이다. 이미 많은 투자자들이 가상자산 투자하고 있고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같은 곳이 엄청난 이익을 벌어들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투자자 보호 , 시장 질서 등과 관련된 문제들은 정비가 돼야 한다. 새로운 이슈를 선점하고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중장기 비전에 대한 집중적 연구를 위해 연구원 인력 보강에도 힘쓸 예정이다.

대담, 정리=구경민 차장 kmkoo@mt.co.kr, 김근희 기자 keun7@mt.co.kr, 김지성 기자 so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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