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렵한 자세로 티샷을 하는 박상현. 까다로운 코스에서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펼치며 1타 차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 KLPG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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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39)이 17일 강원도 춘천 라비에벨 골프장 올드 코스에서 벌어진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2022시즌 개막전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에서 우승했다. 최종 라운드 4언더파 합계 10언더파로 공동 2위 이형준·조성민·이준석(이상 합계 9언더파)을 1타 차로 제쳤다.
골프장 이름 라비에벨(La Vie est Belle)은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뜻이다. 최종 라운드에 참가한 선수들의 하루는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선두로 출발한 이상엽은 2, 3번 홀에서 버디를 잡으며 3타 차 선두를 달렸다. 우승이 유력해 보였다. 그러나 5, 6번 홀에서 연속으로 세컨드샷 OB를 내면서 더블보기와 트리플보기로 무너졌다. 순식간에 5타를 잃은 이상엽은 이어진 3개 홀에서 보기 두 개를 더하면서 우승 경쟁에서 탈락했다.
21세의 김민규도 초반엔 파죽지세였다. 5번 홀까지 5연속 버디를 잡아내면서 선두로 올라섰다. 그러나 10번 홀에서 그린을 넘겨 보기를 한 뒤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11번 홀에서 티샷 OB에 이은 샷 실수로 더블파(8타)를 기록했다. 1~5번 홀에서 줄인 5타가 두 홀 만에 사라졌다.
다른 선수들 성적도 롤러코스터를 탄 듯했다. 김민규의 연속 버디, 박상현의 샷 이글에 이어, 선두권을 달리던 선수들이 더블 보기, 트리플 보기, 쿼드러플 보기를 범하면서 순위가 요동쳤다.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농구 경기 같았다.
라비에벨 골프장에서는 지난해까지 두 차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회가 열렸는데 이렇게 많은 드라마가 나오진 않았다. 그런데 같은 코스에서 열린 남자 대회에서는 순위가 요동을 쳤고, 드라마가 속출했다. 코스 세팅을 어렵게 한데다 남자 선수들의 힘과 용기, 그리고 때론 무모함이 많은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특히 평소 파 5로 쓰다 이 대회에선 파 4로 변경한 11번 홀(498야드)에서 선수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반드시 파를 잡아야 한다는 중압감에 선수들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OB라인 옆에 핀을 꽂아 놓은 15번 홀(파5)에서도 대형 사고가 잇따랐다.
코스 설계자인 안문환 씨는 “페어웨이가 넓은 편이지만, 흥분을 자제하지 못하면 힘들게 코스를 만들었다. 남자 골퍼들은 장타를 날리는 데다 공격적인 성향이 강해서 함정에 자주 빠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거센 바람과 빠른 그린도 선수들을 힘들게 했다. 4라운드에선 핀 위치도 유독 어려웠다. 골프장 관계자는 “그린 스피드는 스팀프미터 기준 3.6인데 선수들이 체감하는 속도는 훨씬 더 빠를 것”이라고 했다. 선두에 5타 뒤진 채 마지막 날 경기를 시작한 베테랑 박상현이 마지막 홀에서 7m 버디를 잡아내며 역전 우승했다. 통산 11승을 거둔 박상현은 타이거 우즈처럼 환호했다.
한편 경기도 여주 페럼 골프장에서 끝난 KLPGA 투어 메디힐 한국일보 챔피언십에선 박지영이 합계 18언더파로, 이채은을 6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이다연이 10언더파 3위, 유해란이 4위(9언더파), 박현경이 5위(8언더파)다.
춘천=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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