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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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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기만 지방선거 승부처? 성남·천안·용인·청주도 격전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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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지방선거 민주당 압승 후 이번 대선서 바뀐 도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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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지방선거는 박빙의 승부를 보인 지난 대선의 연장선에서 치러지게 될까. 3월 7일 경기도 안양시 평촌중앙공원에서 열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기 안양 유세장을 찾은 시민들이 연설을 듣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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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한국의 선거는 막걸리·고무신 선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3월 29일 국회에서 열린 거버넌스센터·주민주권자치분권혁신후보연대 주최 ‘지방선거캠페인 토론회’에 참석한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의 말이다. 왜 그렇게 보는 걸까.

“입후보자들의 공약을 보면 너무 민원 중심이다. 지방행정 민원 대부분이 부동산 관계 민원이다. 민원을 수용하겠다는 공약이 선거 때 얼마나 영향을 미치고 당선 후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해보려는 연구나 조사도 없다.” 그는 “한국에서 최근 선거를 보면 서울의 재개발이나 특목고·자사고 설립 등의 공약을 내세운 후보들이 다음 선거에서는 100% 낙마했다”며 “유권자들의 투표 행태도 자신들의 재산을 늘려준 건 기억 못 하는데 재산상 손해는 응징하는 완벽한 회고투표의 성격을 보였다”고 말했다.

■여촌야도, 여전히 유효할까

한국 정치에서 오래된 속설 중 하나가 여촌야도(與村野都)였다. 지방 내지 시골 유권자들은 여당을 찍고 도시지역에서는 야당을 찍는다는 말이다. 그런데 현재의, 5월 9일까지 남은 기간의 법적 여당은 더불어민주당이다. 대략 여촌야도에서 여는 보수성향당, 유신시대의 공화당에서 현재의 국민의힘까지 이어져온 ‘집권정당’들을 지칭하고, 야당은 현재는 집권당이지만 곧 야당으로 돌아갈 진보개혁성향의 민주당 계열의 정당을 일컫는 것으로 보면 된다.

두차례의 진보·보수 정권교체 결과 여촌야도(與村野都) 구도가 많이 약해졌다. 1987년 이후 초창기에는 지역변수가, 2000년대 이후에는 세대구도가 뚜렷해졌다. 그렇다면 2018년 지방선거 이후 민심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40여일 남은 지방선거에서 언론은 서울시장·경기도지사처럼 수도권에서 누가 공천을 받고 누구와 대진표가 짜일 것이냐와 같은 정치적 공방에 주목한다. 모두 지난 대선에 이은 중앙정치의 대리전 내지는 연장전으로 이번 지방선거가 치러질 것이라는 프레임 안에서 움직인다.

그런데 ‘대도시 민심’이라는 프레임으로 읽으면 전혀 다른 승부처가 떠오른다. 경기도와 충청도라는 광의의 수도권 민심이다. 주간경향은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 24곳에서 2018년 지방선거 1·2위 표 격차와 이번 대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당선인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표 격차를 비교·분석했다(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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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가 보여주는 지난 지방선거 결과의 의미와 이번 대선 결과를 대입해 유추할 수 있는 6·1지방선거의 전망은 다음과 같다.

1)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 24곳 중 22곳에서 승리했다. 지방자치단체 선거가 다시 실시된 1991년 이래 초유의 결과였다. 민주당의 대승은 국민의힘(2018년 지방선거 당시는 미래통합당)으로선 대패를 뜻한다. 당시 미래통합당이 승리를 거둔 곳은 대구, 포항 두군데밖에 없었다. 2) 2018년 선거 당시 그 전 지방선거, 2014년 선거 때 현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으로부터 민주당이 지방권력을 빼앗아온 곳은 울산, 용인, 창원, 청주, 남양주, 평택, 안양의 일곱군데였다. 여기에다 울산, 창원 등 전통적으로 현 국민의힘이 강세를 보여온 지역에서도 민주당 지방권력이 만들어진 것 역시 초유의 일이었다.

그렇다면 다시 국민의힘 후보가 승리한 이번 대선 결과와 비교한다면?

3) 이들 일곱개 대도시의 이번 대선 투표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이재명이 윤석열 당선인보다 앞선 결과를 보인 곳은 남양주, 평택, 안양시 등 세군데였다. 경북 울산이나 경남 창원은 원래대로 돌아갔으며, 용인은 약간 열세를 보였다. 충북 청주는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미래통합당 후보를 더블스코어 차이로 이겼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8443표 차로 졌다. 4) 지난 대선에서 보인 두 후보의 득표차를 도시별 득표와 비교하면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이재명 표차(24만7077표) 이상으로 득표차가 벌어진 곳은 서울(31만), 부산(43만), 대구(85만)다. 10만표 이상 벌어진 곳도 포항(15만3000), 창원(15만2000) 두군데였다. 모두 윤석열이 이겼다. 5) 윤석열 지지세가 지속된다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시장이 탄생한 곳 중 울산, 용인, 창원, 청주는 민주당으로서는 불리한 구도에서 이번 지방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된다. 6) 대선 투표를 기준으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도시 접전지는 성남(75표차), 천안(476표차), 용인(3078표차), 청주(8443표차), 평택(9402표차)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중 성남과 평택은 이재명 후보가 더 많은 표를 받았다.

결론은 이렇다. 서울·경기도 광역단체장만 승부처가 아니다. 대도시 기준으로 재편해보면 성남, 천안, 용인, 청주도 최대 승부처로 꼽힌다. 2018년 지방선거 때 압도적인 표차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던 이들 지역에서, 이번 대선 민심이 극적으로 뒤집힌 이유는 뭘까.

■표차 4년 만에 뒤바뀐 까닭은

경기도 성남은 2006년 이대엽 시장을 마지막으로 이재명 시장(재선)에서 은수미 현 시장까지 민주당 시장이 3선을 기록했다. 은수미 시장은 이번 지방선거에 불출마 선언을 한 상태다. 은수미 후보가 시장이 될 때 표차는 12만표였으나 이번 대선에서 그 표차는 불과 75표 차이(0.01%포인트)로 줄어들었다. 왜일까.

지역인사들의 설명에 따르면 과거 역대선거에서 분당은 서울 강남권과 조응해 국민의힘 계열을 지지하는 경우가 많았고, 구시가지(본 시가지) 쪽은 주로 민주당 쪽에 투표했다. 구시가지에 호남 출신 인구가 많았고, 분당 등에는 영남-강남권에서 이사를 온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백찬홍 성남사회단체연대회의 전 대표는 “지난 총선까지는 분당이 지역구인 이재명 전 지사가 인기몰이하면서 분당에서도 민주당 표가 나름 나왔지만 이번 대선에서 분당은 완전히 국민의힘으로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지방선거에 민주당 쪽에서 경쟁력이 센 후보가 나오지 않는 한 성남시장도 국민의힘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지역시민사회에서는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1기 신도시 건설지역이었던 분당에 이어 동판교·서판교 등 판교신도시 지역에 ‘거의 강남급으로 비싼 아파트들’이 많이 지어지면서 성남의 보수색이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지난 총선에서 홀로 야당의원으로 김은혜(성남 분당갑)가 당선될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도 했다. 그는 “매입가 문제로 LH와 갈등을 빚은 공공임대주택 사태조차 민주당이 해결하지 못했다”며 “국민의힘 지지로 넘어가는 동판교를 포함해 분당 등 다양한 지역에서 인구비례나 여러 측면에서 면에서 국민의힘이 지금 우세를 나타내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예전 같으면 기흥구·처인구·수지 지구는 민주당이 지는 구도였을 것이다. 수지는 부동산 민심 때문에 여전히 민주당에 조금 불리한데, 처인구에는 하이닉스가 들어오면서 신규 아파트촌(村)이 형성돼 그나마 민주당에 조금 유리한 구도로 흘러가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 출마설이 나돌았던 현근택 변호사의 말이다. 그는 용인경전철 주민소송단 대표로 풀뿌리 경력을 쌓았지만, 이번에는 용인시에서 출마하지 않는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백군기 현 시장은 전임 정찬민 시장을 제치고 당선됐다. 당시 표차는 6만1013표. 이번 대선에서는 3078표 차로 결과가 뒤집혔다. 수치를 뜯어보면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백군기 시장 득표수보다 이재명 후보는 약 7만표를 더 얻었다. 그런데 상대방인 국민의힘 측은 약 14만표를 더 획득해 역전시켰다. 이유가 무엇일까. 현 변호사는 이렇게 덧붙였다. “정당 지지가 엎어진 건 용인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용인은 수원처럼 민주당이 항상 이기는 동네가 아니다. 과거 선거결과를 보면 민주당 한 번, 국민의힘 한 번 식으로 항상 바뀌었다. 유권자들이 정권의 흐름에 민감하다는 이야기다.”

극적인 사례는 또 있다. 충북 청주다. 2018년 한범덕 현 시장이 당선될 때 표차는 10만8700여표 차였다.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2018년 지방선거 때보다 3만2000여표를 더 얻었다. 윤석열 당선인은 이번 선거에서 2018년 당시 미래통합당 후보가 받은 표(10만4654표)보다 15만여표가 늘어난 득표(25만4237표)를 해 전체적으로 8443표를 앞섰다. 이건 왜일까.

김영식 서원대 교수는 “일단 청주의 경우는 부동산 급등으로 조정지역에 포함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이 커졌다. 또 지역사회에 대학이 많은데 20대 남성이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는 현상의 영향도 있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지역사회의 유권자 구성에서 특별한 변화가 있었다기보다 이번 대선 결과의 전반적인 민심이 청주 지역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 것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그는 “조정지역에 선정되고 아파트값이 올라가면서 중산층 이하는 상대적 박탈감이 큰데, 유권자들은 그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현 정부의 부정적 이미지가 아직 남아 있으니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충남 천안의 경우 서울·부산처럼 2021년 보궐선거를 치렀다. 민주당 소속 시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을 확정받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소속인 박상돈 현 시장이 보궐로 당선돼 이번 지방선거에서 재선 도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전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조사를 주장했던 오수균 천안아산경실련 집행위원장(전 강동대학교 창업경영학과 교수)은 “지방에서 정권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고 새로 바뀐 정권이 시스템을 보완해나가는 게 그나마 발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각 정당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잡은 권력을 놓지 않으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진영에 따라 내 편·네 편을 나누는 중앙의 정치문화가 지방분권을 막는 장애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규 아파트단지들 표심의 향방은

한가지 궁금한 건 ‘부동산 계급투표’의 실재 여부다. 지난 대선 직후, SNS 등에서는 윤석열 후보 지지율과 아파트 평수·가격 사이의 상관관계 그래프가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확실히 그래프는 우상향 곡선으로 수렴하는 경향성을 보였다. 그러나 “서울 강남 3구의 자가소유비율은 40% 남짓에 불과한데 강남에서 투표한 사람의 60%는 자기 집의 소유가 아니라고 추론할 수 있기 때문에 ‘부동산 계급투표 성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결론 내기는 성급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의문은 이것이다. 선관위는 선거 결과를 투표구 단위로 쪼개 각 후보 득표수를 계산할 수 있는 자료를 선거 이후에 내놓는다. 때문에 지난 선거 이후 예컨대 ‘새로 들어선 아파트단지의 투표성향’을 파악해 정당의 정책노선을 정교하게 수정하는 작업은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데이터에 근거한 정당들의 정책·선거 전략 수립이 가능한 것이다. 정당들은 그런 평가분석을 하고 있는 걸까.

한국사회의 부동산 문제에 천착해온 남기업 토지+자유 연구소 소장은 “지난 대선에서 노골적인 자산투표 흐름이 없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부동산 자산소유와 특정후보 투표의 상관관계가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볼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대선 출구조사에서 주택소유 여부도 물었는데 1주택 소유자 중 집권당 측 후보인 이재명을 지지한 비율도 47%나 나왔다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흔히 이번 대선 평가에서 문재인 정부가 섣부른 부동산 정책으로 대중의 집 소유 욕망을 이길 수 있다고 착각해 진 선거라고 분석하는데, 그 욕망도 뜯어보면 주거안정성 욕구와 시세차익 욕구로 나눌 수 있다. 시세차익이 줄어들면 주거안정성 욕구가 커지는데, 이 욕구는 존중받아야 한다. 반면 불로소득-시세차익 욕구까지 존중하기 시작하면 시장경제가 버텨낼 수 없다. 따라서 정확히 말하면 시세차익이 덜 발생하도록 시장을 유도하는 데 실패했다고 보는 게 맞다.” 앞으로 보다 정교한 진단과 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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