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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세월호 인양 그 후는

유족 모욕·조롱도 8년째…"끝까지, 무관용으로 싸울 겁니다"[세월호 8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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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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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8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선체가 거치된 전남 목포 신항의 노란 추모 리본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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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세월호 유가족에게 4월은 ‘두 번 아픈 달’이 됐다. 자식을 가슴에 묻은 기억만으로도 마음이 후벼지는데,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향한 모욕과 조롱까지 견뎌야하기 때문이다. 참사가 있었던 4월에 모욕과 조롱은 더 기승을 부린다.

유가족을 향한 혐오표현은 몇몇 정치인의 공개적 발언을 계기로 더욱 공공연해졌다. 확인되지 않은 뜬소문이 가짜뉴스의 형태로 온라인을 돌아다닌다. 한번 생겨난 낭설은 죽지도 않고 새로운 피해를 만들어 낸다. 유가족들은 2019년을 기점으로 강경한 법적 대응에 나섰다.

대구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2020년 3학년 학생들을 가르치던 중 세월호 희생자들을 특정 음식에 비유한 혐의로 지난해 7월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세월호 추모 표식도 공격의 대상이 된다. 지난해 5월 50대 남성 김모씨는 가방에 노란 리본을 달고 있던 20대 여성에게 “아직도 이걸 달고 다니느냐”며 욕설을 퍼부었다. 그는 지난해 9월 징역 6월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태극기집회 참가자가 세월호 추모관 앞에서 집회에 참석 중이던 여성을 태극기로 폭행한 일도 있었다.

온라인 공간에서 가해는 더욱 집요하다. 뉴스플러스라는 매체는 2018년 5월 광화문광장 세월호 천막에서 부적절한 관계가 있었다는 가짜뉴스를 썼다가 지난해 3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고, 형사재판도 받고 있다. 이후 이 가짜뉴스가 계속해서 피해자들을 괴롭히고 있다. 유튜버 신승훈씨가 이를 방송에서 다시 언급했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블로거 문모씨는 이 가짜뉴스를 포함해 여러 건의 허위사실을 블로그에서 유포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이를 방송으로 다룬 유튜버 최태운씨도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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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피해 사례들을 수집·추적해 분석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사참위 전원위원회에서는 피해자들을 향한 명예훼손 사건들이 10건 중 9건꼴로 유죄를 선고받고 있다는 내용이 보고됐다. 사참위가 분석한 명예훼손 사건 46건 중 41건에서 유죄가 선고됐다. 벌금형 29건, 실형 11건, 선고유예 1건이었다. 가해자 연령대는 10대와 20대가 56.2%로 가장 많았고, 성별로는 남성이 92.8%로 대부분이었다. 명예훼손 발언의 확산 통로는 언론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였다.

세월호 유가족들을 대리해 온 오민애 변호사는 혐오발언이 노골화하기 시작한 2019년 강경대응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그 이전까지 유가족들은 사회와 정치권에 요구할 것이 많았고, 그래서 조롱과 모욕을 참고 견뎠다. 2014년 일베 회원들이 유가족 단식 농성장 앞에서 ‘폭식투쟁’을 했을 때도 당시에는 대응하지 않았다. 오 변호사는 15일 “2019년부터는 발생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모두 대응했다”고 했다. 5년이 지난 일베의 폭식투쟁도 상징적 의미로 고발 대상에 포함시켰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이 유가족을 위한 법률지원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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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당한 명예훼손·모욕사건에서 유가족들을 대리해 온 오민애 변호사.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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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변호사는 법정에서 여러 가해자들의 얼굴을 봤다고 했다. 가해자 다수는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확신범’이었다고 한다. 그는 유가족 모욕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한 유튜버를 거론하며 “자신은 ‘표현의 자유’를 실현한 것이라고 하더라”라며 “동료 유튜버들을 법정에 대동하는 등 뭐가 잘못된 건지 아예 모르는 것 같았다”고 했다. 재판을 받는 것 자체가 방송 소재에 불과한 것처럼 보이더라는 것이다. 블로거 문씨에게 실형을 선고한 수원지법 재판부는 “피고인은 법원 증인신문 과정에서조차도 피해자들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는 등 진지한 반성과는 전혀 거리가 먼 태도를 보였다”고 판결문에 적었다. 법적 대응이 시작된 후에야 사과하며 합의나 선처를 바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오 변호사는 “나중에 사과만 하면 문제가 없다는 선례가 잘못된 신호가 될 수 있고, 유족이 받은 상처는 이미 돌이킬 수 없다”며 대부분 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오 변호사는 “피해자들을 향한 혐오와 공격은 특히 나쁘고, 사회가 절대 이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줘야 한다”고 했다. “누가 더 질긴가 해보자”는 자세로 끝까지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지겹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럴수록 절대 지치지 않고, 익숙해지지 않고, 더욱 민감하게 반응해야겠다고 생각해요. 피해자들에게는 아무리 들어도 새롭게 아픈 말들이거든요.”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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