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전면전 치닫는 여야… 文대통령 '침묵' 언제까지?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청와대 제공)2022.4.11/뉴스1

[the300]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추진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으로 대응하면서 신·구 권력의 갈등이 전면전 양상으로 접어들었다. 정권교체를 앞두고 양측이 연이어 부딪치면서 정국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공개적으로 촉구하면서 침묵을 지키고 있는 문 대통령의 입장 표명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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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거부권' 행사해야"… 국민의힘의 '책임론'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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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권성동 원내대표. 2022.4.14/뉴스1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을 '무리한 정치 시도'로 규정하며 "존경하는 박병석 국회의장이 용인할지, 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지도 국민이 주목하고 있다"며 "민주당의 힘 자랑에 국회의장과 대통령이 동조해 오점을 남기면 안타까운 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검수완박 입법을 강행할 경우 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전날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이 결자해지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임기를 마무리하는 대통령으로서 국민에 대한 마지막 소임"이라며 거부권 행사를 촉구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에는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무제한 TV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이 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주장하고 나선 이유는 국회에서 민주당의 입법 강행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국회 과반 의석(300석 중 172석)을 차지한 민주당은 본회의, 법사위에서 법안을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 출신 양향자 무소속 의원을 법사위에 배치하며 안건조정위원회를 통한 입법 저지 가능성도 차단했다.

본회의 처리 직전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가 유일한 대응책이다. 민주당이 강제로 필리버스터를 종료하려면 정의당의 협조가 필요하다. 정의당 역시 검수완박 입법에 반대하고 있어 민주당은 임시국회 회기를 며칠 단위로 쪼개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하는 방안을 택할 전망이다.

민주당이 강행하려는 검수완박 입법은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을 개정해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내용이다. 검경(검찰·경찰)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에 남았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범죄·대형참사) 수사권을 없애고 기소권만 남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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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당선인, 한동훈 법무장관 대응… 김오수, 文대통령 면담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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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2차 국무위원 후보 및 대통령 비서실장 인선 발표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법무부 장관에 내정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 2022.4.13/뉴스1

윤 당선인이 전날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전격 발탁한 데에도 검수완박 입법을 막으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윤 당선인이 최측근인 한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할 경우 '특별검사 수사결정권'을 발동할 수 있다.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에 현 정권의 비리 수사를 차단하려는 의도가 깔렸다고 본다. 검수완박이 이뤄지더라도 한 장관의 특검 수사결정권을 통해 비리 수사를 단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후보자를 검찰에서 빼내 현 정권 수사를 맡기지 않겠다는 유화 메시지로도 풀이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목은 청와대로 집중된다. 문 대통령은 검수완박 입법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국회 논의를 존중해야 할 시기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정권 교체를 앞두고 여야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인수위가 규탄 입장을 밝힌 상황이기 때문에 문 대통령에 대한 입장 표명 여론이 번질 수밖에 없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실에서 박광온 위원장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히 박탈) 법안 관련 면담에 앞서 입장을 말하고 있다.2022.4.14/뉴스1

검찰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현 정권에서 임명한 김오수 검찰총장까지 문재인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한 상태다. 김 총장의 면담 요청안은 법무부를 통해 청와대에 접수됐다. 청와대는 내부 검토를 거쳐 수용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면담 요청을 수용하든 하지 않든 정치적 해석을 낳을 수 있어 당장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 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검찰 수사기능 폐지 법안은 헌법 12조 3항에 명시된 검사의 수사기능을 전면적으로 뺏자, 없애자는 것으로 이해된다"며 "그렇게 되면 범죄자는 행복하게 되고 범죄 피해자와 국민은 불행하게 된다. 검찰은 아예 문을 닫아야 하고 경찰, 법원은 업무부담만 엄청 가중된다"고 비판했다.

서진욱 기자 sj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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