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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19대 대통령, 문재인

검수완박에 이틀째 침묵한 문 대통령···당·청 물밑조율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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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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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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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를 당론으로 채택한 다음날인 13일까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국민의힘과 검찰이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압박하고, 여당까지 문 대통령의 협조를 요구하는 상황이어서 고심은 점점 커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을 당론으로 정했을 뿐 이제 국회의 시간”이라며 “지금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관련 논의는 전혀 없었다”며 “가까운 시일 안에 문 대통령이 입장을 밝힐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등 변수가 많은 상황에서 섣불리 뛰어들었다가 퇴임을 목전에 둔 문 대통령이 정쟁 반복판에 서는 게 부담스럽다는 게 청와대 분위기다. 앞선 관계자는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을 어느 기관이 갖게 될지 등) 법안 내용이 먼저 구체화돼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당분간 신중하게 국회 논의를 지켜보고,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정부로 이송된 후에야 정리된 입장을 내놓을지를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입장은 문 대통령이 검수완박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엄청난 정치적 파장이 예상돼서다. 문 대통령이 찬성 입장을 밝힐 경우 잠잠해진 신구 권력 갈등이 재점화할 수 있다. 반대 시에는 민주당 열성 지지자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올 것이 예상된다.

법안이 정부로 넘어오면 문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대한 예상은 엇갈린다. 여당이 당론으로 추진한 법안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부담스런 모습을 피하기 위해 법안을 공포할 거라는 전망이 우선 나온다. 문 대통령이 2017년 취임 이래 현재까지 거부권을 한 차례도 행사하지 않을 정도로 가급적 국회 논의를 존중해 왔다는 사실도 이 같은 예측에 힘을 싣는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3월 “기소권과 수사권의 분리는 앞으로도 꾸준히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밝힌 적도 있다.

반대로 임기 종료 직전에 여야 대립이 극심한 법안을 공포하는 부담을 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원칙론자인 문 대통령이 검찰 의견 수렴 등 절차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적폐수사를 예고한 상황에서 현 정부를 향한 수사를 피하기 위해 검찰의 칼을 빼앗는다는 오해를 살 행동을 하지는 않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 전 청와대가 여당과 물밑 조율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언론중재법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극심했을 당시 공개적인 입장 표명은 피하면서도 물밑으로는 여당에 처리 절차와 법안 일부 내용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그 직후 민주당은 강행 처리를 포기했다. 다만 여당이 그때와 달리 임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문 대통령 의사를 존중해줄지는 미지수다.

청와대는 민주당의 당론 채택은 당이 주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다음달 3일 문 대통령 주재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을 공포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면서 사전교감설이 제기된 데 대한 반박이다. 오히려 청와대 일각은 여당이 문 대통령을 공개 압박하며 정치적 부담을 지우는 데 불편한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국민의힘은 이날 검수완박 법안을 비판하며 압박 강도를 높였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문 대통령 면담을 요청했다. 청와대는 면담 요청에 대해 “검토해 보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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