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리 전 홍콩 정무부총리가 13일 선거관리위원회에 행정장관 출마 신청서를 제출한 뒤 걸어나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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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8일 치러지는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 단독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는 존 리(李家超·64) 전 정무부총리(정무사장)가 선거위원회(선거인단)에서 과반의 지지를 확보해 정식으로 후보 등록을 마쳤다. 그는 후보 등록에 앞서 홍콩 내 자체 보안법 제정 의지를 나타냈다. 리 전 부총리는 경찰 출신으로 보안장관을 지내며 반정부 시위 강경 진압과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에 앞장서 중국 정부의 신임을 얻었다.
홍콩 명보는 리 전 부총리가 13일 오전 선거관리위원회에 행정장관 출마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홍콩 행정장관은 별도 구성된 선거인단이 간접 선거로 선출한다. 이번 선거에 참여하는 홍콩 선거인단은 모두 1454명이다. 출마 희망자는 선거인단 가운데 188명 이상의 추천을 받아야 후보 등록을 할 수 있다. 리 전 부총리는 이날 선거인단 786명의 후보 추천서를 선관위에 제출했다. 그는 선거인단의 압도적 지지를 바탕으로 이번 선거에 단독 입후보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일부 군소 후보들이 출마 의지를 내비쳤지만 선거 일정이 시작된 후 공식 출마를 선언한 인사는 없었다. 후보 등록은 14일 마감된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정부의 축복을 받는 유일한 지원자인 리 전 부총리가 오는 7월1일 행정장관으로서 취임 선서를 하는 것은 거의 보장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홍콩 안팎에서는 중국 정부가 ‘보안통’인 그를 차기 행정장관에 낙점한 것을 두고 벌써부터 홍콩이 ‘경찰국가’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리 전 부총리는 경찰 출신으로 2017년 보안국장에 임명돼 2019년 반정부 시위 강경 진압과 이듬해 홍콩보안법 시행에 앞장선 뒤 지난해 홍콩 정부 2인자 자리에 올랐다. 그는 이런 이력과 배경을 보여주듯 후보 등록에 앞서 홍콩 내 보안법 추진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리 전 부총리는 전날 선거인단과의 온라인 정책간담회에서 홍콩 기본법 제23조에 관한 질문을 받고 “기본법 23조는 헌법상 의무이기 때문에 최우선 고려 사항 중 하나”라며 “그것은 홍콩의 안정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기본법 23조에 규정된 보안법 제정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홍콩의 미니헌법으로 불리는 기본법 23조는 홍콩 정부가 관련 법률을 제정해 반역과 분리독립, 폭동선동, 국가전복, 국가기밀 절도 행위 등을 처벌하고 정치조직이나 단체가 외국과의 관계를 맺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홍콩 정부는 이 조항을 근거로 2003년 보안법 제정을 추진하다 반대 시위에 직면해 물러선 바 있다. 이후 2019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자 중국 정부는 직접 홍콩보안법 제정을 밀어부쳤다. 동시에 홍콩보안법에 담기지 않은 반역죄나 국가기밀 절도죄 등을 반영해 홍콩 정부가 별도 입법을 추진할 것을 압박해왔다. 중국 정부가 낙점한 차기 행정장관에게 보안법 제정이라는 해묵은 숙제가 떠넘겨진 셈이다. 리 전 부총리는 “우리가 이전에 경험한 일들은 안전하고 안정적인 환경이 모두에게 좋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안정이 없다면 홍콩의 번영도 이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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