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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길의 영화읽기]맨 오브 스틸-'신'을 논하다

뉴스1 (울산=뉴스1) 이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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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길의 영화읽기]맨 오브 스틸-'신'을 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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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뉴스1) 이상길 기자 =


수많은 슈퍼히어로들 가운데 슈퍼맨은 단연 '슈퍼 갑(甲)'이다. 게다가 세상 모든 슈퍼히어로들의 맏형이기도 하다.

1938년 만화가 '제리 시겔'과 '조 슈스터'에 의해 세상에 첫 선을 보인 이후 슈퍼히어로는 마치 유행처럼 다양하게 등장했지만 능력 면에서 슈퍼맨을 능가하는 존재는 여태 없었다.

슈퍼맨이 소속된 'DC코믹스'는 물론 경쟁사인 '마블코믹스'에서도 찾기 어렵다.

아이언맨을 비롯해 헐크, 토르 등 마블 출신의 슈퍼히어로들이 떼거지로 등장하는 소위 '어벤져스' 군단이 한꺼번에 덤벼도 슈퍼맨을 이길 수 있을지는 장담 못한다.


그것은 지난해 상반기에 개봉했던 영화 <어벤져스>에서도 약간 드러났다.


외계종족들의 침입으로부터 지구를 구하는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은 하늘 끝까지 치솟다가 자칫 우주로 튕겨나가 죽을 뻔한 위기에 처한다.

그들에 비해 슈퍼맨은 상상을 초월하는 파워에 우주공간도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다.

어디 그 뿐인가. 그에겐 엄청난 청력과 투시력은 물론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까지 있는데, 1978년 '리차드 도너' 감독의 <슈퍼맨> 1편에서 슈퍼맨(크리스토퍼 리브)은 렉스 루터(진 핵크만)에 의해 발사된 두 개의 미사일 중 하나를 막지 못해 사랑하는 여자인 로이스(마고 키더)가 죽자 순식간에 지구자전방향 반대로 돌아 시간을 과거로 되돌린다.


이런 슈퍼맨을 감히 누가 꺾을 소냐. 능력 면에서 그는 마치 신(神)과 닮았다. 아니, 어쩌면 슈퍼맨은 신에 대한 인간의 오랜 동경이 만들어낸 존재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신을 말할 때 수식어로 '전지전능(全知全能)'이라는 단어를 자주 갖다 붙인다.

그래서 신의 가르침인 교리보다는 그가 자신들의 바람이나 소원을 들어주는 게 더 중요하다. 그래서 인간에게 신은 어쩔 수 없이 강한 존재여야 한다.


우스갯소리지만 만약 공룡이 멸망하지 않았다면 인간은 당시 공룡 가운데 가장 힘이 셌던 '스피노사우루스'를 지금 신으로 모시고 있을 지도 모른다.

물론 신은 아직 한 번도 우리 인간들에게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


<다크나이트>와 <왓치맨>을 통해 슈퍼히어로 무비도 철학적일 수 있다는 걸 보여준 '크리스토퍼 놀란'과 '잭 스나이더' 감독이 의기투합한 <맨 오브 스틸>은 '슈퍼맨'이라는 우리가 익히 잘 아는 슈퍼히어로보다는 인간이 끝없이 동경하는 '강함'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 강함은 신(神)과 맞닿아 있다. 다시 말해 슈퍼히어로에 철학적인 영감을 불어넣었던 두 천재 감독들에 의해 다시 태어난 슈퍼맨은 우리들에게 과연 신은 어떤 의미인지를 간접적으로 묻고 있는 것 같다.

슈퍼히어로 무비답지 않게 대단히 사실적인 질감의 화면도 행여나 그러한 의도와 맞닿아있는 것은 아닐까.

사실 '슈퍼맨'이란 캐릭터 자체가 이미 신의 모습을 엿보기 위해 인간이 쌓아올린 바벨탑 같은 의미가 있다.


강해지려는 의지는 인간의 자연스런 본능이다. 인간이 권력을 갖고, 부를 축척하려는 근본적인 이유도 결국 그러한 본능으로 이어진다.

속물이라고 놀려도 신은 전지전능해야 한다는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결코 욕할 게 못된다.

하지만 영화를 통해 세상 모든 슈퍼히어로들이 말해왔듯 방향성을 잃어버린 힘은 폭력으로 쉽게 전락하고 만다.

슈퍼맨이 슈퍼맨일 수 있는 것도 결국 약자를 구하려는 착한 마음에 있지 않던가. 신이 꼭 강한 존재여야 할까. 이제부터 아니라고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맨 오브 스틸>에서도 주인공은 엄청난 파워의 슈퍼맨(헨리 카빌)이지만 내러티브상 가장 핵심적인 코드는 바로 그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이다.

자신이 가진 힘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자신이 선한 존재일거라는 사람들의 믿음. 슈퍼맨이 진정으로 원했던 것도 그것이었다.

어쩌면 우리들의 신도 우리 인간들에게 진정으로 원하는 건 바로 그게 아닐까.

사실 신은 아직 한 번도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지만 우리는 매일 신의 목소리는 듣고 있다. 바로 우리 안의 양심의 소리.

<맨 오브 스틸>에서도 괴력을 발휘해 물에 빠진 친구들을 구한 어린 클락(쿠퍼 팀버라인)을 아버지 조나단(케빈 코스트너)이 나무라자 그는 이렇게 말한다. "그럼 죽게 내버려두라고요?"


신이든, 슈퍼히어로든, 인간이든 그 가치는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받았거나 지금 가지고 있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줬는지에 따라 정해지기 마련이다.

그와 관련해 일본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에서도 이런 대사가 나온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며 그들에게 주기만 하다 인생이 통째로 망가져버린 마츠코(나카타니 미키) 고모의 너덜너덜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조카인 쇼(에이타)는 이렇게 말한다.

"마츠코 고모는 하나님이라고 류상(마츠코의 인생을 망가뜨린 제자)은 말했다. 마지막까지 끝끝내 구제불능에 끝끝내 불행했던 이 사람을 하나님이라고. 나는 신 같은 건 잘 모른다. 생각해 본 적도 없다. 하지만 혹시 이 세상에 하나님이 있어서 그 분이 사람에게 웃음을 주고, 사람에게 힘을 주고, 사람을 사랑하고, 하지만 자신은 늘 상처받아 너덜너덜해지고, 고독하고 패션도 너무나 촌스럽고, 그런 철저하게 바보스러운 사람이라면 나는 그 하나님을 믿어도 좋으리라 생각한다."

13일 개봉. 상영시간 1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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