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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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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문체부 밀어붙이는 'BTS 병역특례'…이대남 '공정' 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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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8~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방탄소년단 콘서트 화보. 하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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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대사습놀이(국악경연대회)에서도 우승하면 병역을 면제해주고 있지 않나.”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인 성일종 의원은 ‘방탄소년단(BTS) 병역특례법’으로 불리는 병역법 개정안 처리 필요성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그는 12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예술·체육인이 병역특례를 받을 수 있는 경연대회 항목은 42개 정도”라며 “미국 그래미상이나 아메리칸뮤직어워드 같은 세계 팝 문화를 주도하는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은 (항목에) 안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의 미비점이 있어 (대중문화예술인에게) 혜택을 주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국방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이기도 한 성 의원은 지난해 8월 병역특례 대상인 예술·체육요원(보충역)에 대중문화예술인을 포함시키는 병역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콩쿠르나 올림픽 등 경연대회에서 기준 이상의 성적을 거두면 해당 분야에서 34개월간 활동해 군 복무를 대체하게 하는 제도의 적용 범위를 BTS 같은 연예인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취지다.



“민주당이 더 적극적”…직접 뛰는 황희



성 의원은 법안 처리 전망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더 적극적이다. 형평성과 국익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여야 간 이견이 있을 것 같지 않다”며 “이 법의 통과를 장관이 직접 저희에게 요청했다. ‘이 법을 빨리 처리했으면 좋겠다’는 정부의 요청이 있었다”고 말했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물밑에서 입법 성사를 위해 뛰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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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BTS병역면제법을 발의한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 정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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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원한 민주당 소속 국방위원도 “황 장관과 청와대가 5월 9일까지인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 BTS 병역특례법을 처리하려는 의지가 강한 것은 사실”이라며 “BTS의 국위선양 성과를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병역특례를 줘야 한다는 게 문체부와 청와대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BTS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 참석했을 때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동행했다. 당 내에선 “문 대통령 임기 동안 우호적 관계를 쌓아온 BTS에 일종의 보답을 하려는 움직임도 있는 것 같다”(민주당 관계자)는 말도 나온다.



하이브 “조속한 결론” 압박…민주당 내에선 신중론 표출



하지만 입법의 키를 쥔 민주당 내부 기류는 BTS에 유리하지만은 않다. 또 다른 민주당 소속 국방위원은 “법안 통과를 원했다면 정부가 BTS 특혜법이라는 점은 인정하고 그 필요성을 국민들을 상대로 설득해 왔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충분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병역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한 BTS 소속사 하이브의 행보가 오히려 입법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키웠다는 시각도 있다. 이진형 하이브 커뮤니케이션 총괄(COO)은 지난 9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상반기에 처리하지 못하고) 하반기로 넘어가면 국회가 재구성되고, 기약 없는 논의가 지속될텐데 이런 불확실성에 (멤버들 상황이) 어려운 건 사실이다. 조속히 결론을 내주셨으면 좋겠다”며 국회를 압박하는 듯한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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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과 방탄소년단(BTS)이 미국 방송 프로그램에 공동 출연하고 있다. abc방송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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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는 하이브의 지난해 영업이익 1903억원 중 67%에 해당하는 1270억원을 벌어들여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 소속 국방위원은 “BTS에 병역특례를 준다는 건 국가가 국방의무보다 사기업과 그 이해관계자들의 영리활동에 입법으로 특혜를 준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며 “기존 예술·체육요원의 경우 영리활동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미 2020년 BTS를 위해 대중문화예술인도 만 30세까지 입영을 연기할 수 있는 병역법 개정안 처리했다. 당 내에선 “병역특례법까지 처리하면 BTS에게만 계속 특혜를 확대하는 게 맞느냐는 논란이 커질 것”(국방위 보좌관)이라는 말도 나온다. 국방부의 반대입장도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다. 국방부는 지난해 11월 법안 논의 과정에서 “병역특례의 기준을 만들기 모호하고 예술·체육 분야 경연대회마다 형평성 문제가 심각할 수 있다”(박재민 차관)며 반대입장을 폈다.



뿔난 이대남…“단기간에 밀어붙였다간 공정 논란 키워”



‘이대남’(20대 남성)의 집단 반기도 국회 논의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국방위원은 “병역자원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현역병 징집 기준이 높아지고 있는데 BTS에 병역특례를 주면 20대 남성들의 박탈감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병역법 개정안을 발의한 성일종 의원의 사무실에는 20대 남성들의 항의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정치평론가인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BTS가 국위선양을 했다는 점에 심정적으로 이해하는 국민은 많지만, 그 정도를 정량화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 공감대 없이 단기간에 밀어붙였다가 ‘공정하지 않다’는 인식을 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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