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대구 달성군 유가읍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앞. 오전부터 삼삼오오 짝을 이룬 사람들이 모여드는가 싶더니 어느새 발 디딜 틈 없이 북새통을 이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박 전 대통령을 만난다는 소식을 듣고 전국에서 몰려든 인파였다.
이날 대구의 최고기온은 29.6도. 30도에 육박하는 초여름 날씨에도 사람들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가며 사저 앞을 지켰다. 사저 인근 쌍계오거리 등에는 윤 당선인을 환영하고 박 전 대통령의 건강 회복을 기원하는 화환이 길게 늘어섰다.
12일 대구 달성군 유가읍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앞 사거리에 박 전 대통령을 환영하고 건강을 기원하는 내용이 적힌 화환이 줄지어 서 있다. 김정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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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통령의 사저 앞에 운집한 인파는 윤 당선인의 모습이 보이자 박수를 치며 “환영한다”고 외쳤다. 이날 오후 1시57분 윤 당선인이 탄 차량이 도착할 때는 사저 앞 인파가 1500여 명에 달했다.
윤 당선인은 사저 출입문 바로 앞에 차량이 멈춰서자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 먼저 사저에 도착해 기다리고 있던 권영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과 유영하 변호사가 윤 당선인을 맞았다.
첫 지역순회 일정으로 대구경북 지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12일 낮 대구 달성군 유가읍 박근혜 전 대통령 앞에서 마중나온 유영하 변호사와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인수위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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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순(65·여·울산시)씨는 “박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야겠다고 오래전부터 생각만 하고 있다가 윤 당선인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응원을 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며 “두 분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경력 300여 명을 투입하고 차단선을 쳐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지난달 24일 박 전 대통령이 사저에 입주할 때는 한 40대 남성이 박 전 대통령을 향해 소주병을 던지는 소동이 있었던 탓에 경호가 더욱 삼엄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오후 대구 달성군 유가읍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에 도착, 박 전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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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과 50분가량 대화를 나눈 후인 오후 2시51분 사저를 나섰다. 곧장 차량을 타고 다음 일정으로 향하는 듯했던 그는 2분 뒤 차량에서 내려 사저 앞에 모여있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눴다. 예정에 없던 인사에 인파들이 한꺼번에 윤 당선인 쪽으로 쏠리면서 한때 소란이 벌어졌지만 별다른 사고는 없었다.
이날 윤 당선인을 환영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일부는 윤 당선인에 대한 사죄를 요구하기도 했다. 윤 당선인이 2016년 ‘적폐 청산’ 수사와 공소 유지를 진두지휘하면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중형을 이끌어냈다는 이유에서다. 윤 당선인은 탄핵 정국 당시 최순실 특검 수사팀장을 맡았고,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중앙지검장에 발탁됐던 이력이 있다.
12일 대구 달성군 유가읍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한 여성이 '사죄하고 명예회복하라'는 글귀가 적힌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김정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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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죄하고 명예회복하라!’는 글귀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던 50대 여성은 “윤 당선인이 지난 과오에 대해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본 일부 윤 당선인 지지자들이 항의를 해 말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 윤 당선인과 박 전 대통령의 대화가 비교적 화기애애하게 마무리됐다는 사실이 전해지자 “박 전 대통령 측 지지자들의 ‘응어리’도 어느 정도 풀리지 않겠느냐”는 말도 나왔다. 이날 사저를 찾은 이희순(47·경남 창녕군)씨는 “박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불순한 사람들과 어울려 죄 아닌 죄를 짓게 됐는데 이제 고향에서 편안하게 쉬길 바란다”며 “윤 당선인이 박 전 대통령이 편히 쉴 수 있도록 보살펴주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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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세 부위원장은 두 사람의 만남이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나 “윤 당선인이 과거 일종의 악연에 대해서 굉장히 죄송하다고 했다”며 “두 분이 대구와의 인연 등에 대해 굉장히 많은 이야기들을 했고, 취임식 부분도 윤 당선인이 정중하게 (참석을) 요청했다. 박 전 대통령도 가능하면 참석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씀을 했다”고 전했다.
유영하 변호사도 윤 당선인과 박 전 대통령 사이에 오갔던 대화에 대해 “(윤 당선인이) 대통령직을 시작하면 박 전 대통령이 재임 중 했던 일들을 섬겨서 잘 하고 업적에 대해서 설명도 하겠다고 했고, 이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이 감사를 표시했다”고 설명했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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