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당선인 "참 면목 없어, 늘 죄송"…朴 "건강 봐서 취임식 참석"

[머니투데이 이정혁 기자] [the300](종합)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구 달성군 박 전 대통령 사저에서 대화하는 모습. (윤 당선인 측 제공) (C) 뉴스1

"인간적인 안타까움과 마음 속으로 갖고 있는 미안함이나 이런 것을 말씀드렸다."(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가능한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겠다."(박근혜 전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12일 만났다. 윤 당선인의 당선 이후 첫 지역순회 일정 가운데 전직 대통령의 예방 성격이지만 두 사람의 악연을 떠올리면 의미는 남다르다.

━
尹 당선인 "아무래도 지난간 과거가 있지 않느냐"...50분간 화기애애한 분위기 연출
━
이날 대구 달성군 유가읍에 있는 박 전 대통령 사저에서 50분 가량 진행된 회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고 양측 참석자인 권영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과 유영하 변호사가 전했다. 짙은 고동색 대형 탁자에는 한과와 민트차가 올라갔고 무거운 공기를 가라앉히는 역할을 했다.

이날 만남 직후 윤 당선인은 "아무래도 지나간 과거가 있지 않느냐"고 했다. 이는 검사 시절이었던 2016년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특별검사' 수사팀장으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중형을 끌어냈던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윤 당선인은 또 "대통령님 건강에 대해서 얘기를 했다. 대통령님이 지금 살고 계시는 생활의 불편하신 점이 없는지, 거기에 대해서 얘기를 나눴다"고 했다. 이후 자리에 배석했던 권 부위원장과 유 변호사는 이날 회동에서 오간 대화 내용을 자세히 소개했다.

권 부위원장은 "정말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했다"며 "어떤 면에서 공개하기 적절치 않지만 (공개)했으면 좋겠을 정도로 그런 내용까지 굉장히 많았다"고 말했다.

특히 "과거에 특검과 피의자로서 일종의 악연에 대해 죄송하다고 말씀을 당선인이 하셨다"며 "박 전 대통령께서 하신 일, 정책에 대한 계승도 하고해서 이를 제대로 알려서 명예를 회복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
朴, 尹에게 "식사 잘 하시나" 물으며 "격무이니 건강 잘 챙기시라" 덕담도
━
유 변호사도 "두 분의 대화가 따뜻한 분위에서 진행됐다"며 "당선인께서 박 전 대통령께 '참 면목이 없습니다', '늘 죄송했습니다'라고 이렇게 얘기했다"고 했다.

이 같은 언급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은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고 한다. 또 윤 당선인에게 "식사 잘 하시나, 건강 잘 챙기시나"라면서 물으면서 "일단 당선인 시절부터 격무이니 건강을 잘 챙기시면 좋겠다"는 덕담도 건넸다고 유 변호사는 전했다.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해서도 "당시 내각과 청와대를 어떻게 운영했는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근무한 분들을 찾아뵙고 국정을 어떻게 이끌었는지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권 부위원장과 유 변호사의 말을 종합하면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에게 다음 달 10일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정중하게 요청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은"현재 건강상태로는 자신이 없다. 앞으로 (건강상태를) 봐서 참석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들은 윤 당선인은 "아무래도 여기에 계시니까, 서울에 병원을 다니시거나 이럴 때 경호나 병원 다닐 때 문제라든지 전직 대통령으로서 불편함이 없도록 최대한 조치들을 취해 드리겠다"고 답했다.

(대구=뉴스1) 오대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오후 대구 달성군 유가읍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를 예방해 박 전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당선인 대변인실 제공) 2022.4.12/뉴스1

이정혁 기자 utopia@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