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한달 남기고 이례적 메시지…"역사는 진보한다" 발언도
수보회의 주재하는 문재인 대통령 |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임기 종료를 한달 가량 앞둔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 각을 세우는 듯한 메시지를 내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새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 기조에 대한 '쓴소리'를 한 데 이어, 여야 정치권을 향해 자성을 촉구하면서 지난 대선의 극심한 진영 갈등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 "부동산 규제완화 신중해야"…정책기조 우려 표해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어렵게 안정세를 찾아가던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전반적인 규제 완화에 매우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언급은 윤 당선인 측의 부동산 규제 완화 움직임에 사실상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표명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참모들에게 "당선인 측의 공약이나 국정운영 방안에 대해 개별적 의사 표현을 하지 말라"고 지시한 바 있다.
그만큼 원활한 정권 이양을 위해 차기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은 조심해야 한다는 게 문 대통령의 생각이지만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정책 비판'에 나선 셈이다.
여기에는 부동산 문제가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긴 하지만, 그래도 최근 집값의 하향 안정세 흐름 속에 막판 조금이라도 정책적 성과를 만들어내고 싶은 절박감도 감지된다.
또 다음 정부 초기에 부동산 가격이 다시 급등한다면 그에 대한 부담을 문재인 정부도 피하기 어려운 만큼, 이 분야에 대해서는 끝까지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야 한다는 생각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수보회의 주재하는 문재인 대통령 |
◇ 정치권에 '자성' 촉구…"역사는 진보한다" 지지층 향한 메시지?
문 대통령은 이와 별도로 정치권을 향해 자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정치의 역할이 크다"며 "혐오와 차별은 그 자체로 배격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혐오와 차별이 아니라 배려하고 포용하는 사회, 갈등과 대립이 아니라 다름을 존중하고 다양성 인정하는 사회, 그것이 진정한 통합으로 나아가는 길이며 품격 높은 대한민국이 되는 길"이라고 밝혔다.
결국 지난 대선 과정에서 혐오와 차별의 언어가 정치권에 만연했고, 이 탓에 국민통합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문제 인식이 작동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윤 당선인을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극한의 진영대결 끝에 대선에서 승리한 윤 당선인에게 우회적으로 국민통합이라는 '과제'를 거듭 상기시킨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역사는 때로는 정체되고 퇴행하기도 하지만 결국 발전하고 진보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선거에서 패배해 실망한 문재인 정부 지지자들을 향한 메시지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지금은 정권이 교체돼 '후퇴'를 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언젠가 문재인 정부가 추구한 가치는 '전진'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은 발언이라는 것이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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