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콘서트와 도시 내 각종 체험을 연결하는 '더 시티' 프로젝트도 진행
9일 오후 미국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 입구에서 방탄소년단 콘서트를 보려는 관객들이 줄을 서서 입장하고 있다. 하이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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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라스베이거스 점령!"(폭스5 베이거스 TV) "아미(방탄소년단의 팬) 움직이자 도로 마비"(라스베이거스 KLAS TV)
방탄소년단(BTS)의 등장에 세계 엔터테인먼트의 수도로 불리는 라스베이거스가 들썩였다. 8일(현지시간)과 9일 열린 공연에는 각 5만여 명의 아미가 대규모 스타디움을 보랏빛으로 가득 채웠고, 도시 곳곳에선 방탄소년단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콘텐츠가 팬들을 끌어들였다. 라스베이거스 최대 규모의 호텔 체인 MGM 리조트 인터내셔널의 중역인 크리스 발디잔은 국내 취재진을 만나 "라스베이거스 역사상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될 것"이라고 호언했다. MGM은 이번 콘서트를 라스베이거스에 유치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고,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하이브와 함께 공연 기간 시내에서 열리는 각종 이벤트를 함께 진행했다.
세계 최고의 인기 밴드 방문에 라스베이거스는 기꺼이 보라색 옷으로 갈아입었다. 8, 9일과 15, 16일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 라스베이거스'를 앞두고 7일 저녁 시내 곳곳의 전광판에선 보라색의 '보라해거스(BORAHAEGAS·방탄소년단이 '사랑해' 대신 쓰는 '보라해'와 라스베이거스의 합성어)'가 빛났다. 라스베이거스 관광청이 기획한 것으로 시 차원에서 방탄소년단과 아미를 환영하는 뜻을 담았다. 관광청은 심지어 공식 트위터 계정 이름을 보라해거스로 바꿨다. 라스베이거스 해리리드국제공항 역시 이날 관제탑 조명을 보라색으로 채우며 트위터 계정에 "라스베이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 여러분은 착륙 허가를 받았고, 춤을 추는 데는 절대 허가가 필요 없다"는 글을 남겼다.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시내 건물 전광판에 방탄소년단의 공연을 축하하는 뜻으로 ‘보라해거스(BORAHAEGASㆍ방탄소년단이 ‘사랑해’ 대신 쓰는 ‘보라해’와 라스베이거스의 합성어)’라는 문구가 보랏빛 배경으로 밝게 빛나고 있다. 하이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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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째 공연이 열린 얼리전트 스타디움은 공연이 시작되기 한참 전인 이른 오후부터 관객들로 북적였다. 30도를 훌쩍 넘는 뜨거운 햇볕 아래 다양한 인종과 국적, 연령대의 관객이 끝없이 이어지는 줄을 이뤘고, 이들은 이내 6만5,000명이 들어설 수 있는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세계적 슈퍼스타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는 장관이었다.
본 공연 전 주요 히트곡의 뮤직비디오가 상영되자 스타디움 안은 서울 콘서트에서 들을 수 없었던 격한 함성으로 들썩거렸다. 알엠(RM)이 서울 공연에서 말했던 "거지 같은 언택트"는 끝났다는 선언인 걸까. 첫 곡 '온(On)'이 시작하면서 이미 공연장은 급속하게 끓어올랐다. 일곱 멤버의 얼굴이 초대형 화면에 클로즈업될 때마다 고막을 찌르는 함성이 5만 개 응원봉이 연출하는 보라색 반딧불과 함께 튀어 올랐다.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다이너마이트' '버터' 등의 히트곡이 이어지자 공연은 절정에 달했다. 서울 공연장과 달리 관객들은 춤과 노래, 함성으로 일곱 멤버에게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투어 타이틀 곡이기도 한 '퍼미션 투 댄스'로 끝난 콘서트 구성은 지난해 말 로스앤젤레스(LA) 공연, 지난달 서울 공연과 대동소이했지만 네바다 사막처럼 뜨거운 아미의 열정에 방탄소년단도 한껏 고무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손가락 부상과 수술로 대부분 앉아서 노래한 진은 "인생 최고의 날로 만들자"고 외쳤다.
9일 방탄소년단이 미국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에서 콘서트를 열고 있다. 하이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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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에게 이번 라스베이거스 4회 공연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2019년 서울 콘서트에서 처음 시범적으로 시도한 뒤 2020년 '맵 오브 더 솔' 월드 투어에 도입하려 했다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취소한 '더 시티'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콘서트와 도시를 연결하고 방탄소년단과 팬들의 교감을 유도하는 이 프로젝트는 공연 관람과 숙박, 식사, 전시, 쇼핑, 관광, 파티 등을 결합한 공연 사업 모델이다.
팬들은 방탄소년단 테마로 꾸민 숙소에서 지내면서 이들이 즐겨 먹는 메뉴로 구성된 코스 요리를 즐기고, 멤버들의 공연 연습과 무대 뒤 모습이 담긴 사진 전시회를 관람할 수 있다. '다이너마이트'와 '버터'를 배경으로 벨라지오 분수쇼를 보며 더위를 식혔다가 공연 뒤에는 클럽에서 뒤풀이 파티를 즐기며 뜨거운 사막의 밤을 마무리할 수도 있다. K팝 가수를 꿈꾸는 팬들에겐 하이브 산하 레이블들이 합동으로 여는 글로벌 오디션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됐다.
김태호 하이브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아티스트에 따라 규모와 콘텐츠가 달라지겠지만 앞으로 모든 글로벌 아티스트에 적용해 한국과 미국, 일본 등에서 계속 열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팬뿐 아니라 지역 주민도 즐길 수 있는 진정한 축제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팬들도 더 시티 프로젝트에 대체로 만족하는 듯했다. "일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콘텐츠가 있다"는 평도 있었지만 대체로 8, 9일 현장에서 만난 아미들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진이 언제 입대할지도 모르고 서울 공연 때는 함성을 지를 수도, 노래를 따라 부를 수도 없어 공연 관람을 위해 2주간의 여행을 결정했다"는 관객 이은영씨는 "기대만큼 규모가 크진 않았지만 소소하게 즐길 거리가 많아 이곳에서 만난 다른 아미들도 모두 좋아했다"고 말했다. 캐나다에서 온 20대 관객 마야씨도 "지난해 LA 공연 때는 이런 기획이 없어서 콘서트 외에는 할 게 없었는데 이번엔 팬으로서 즐길 수 있는 것이 많아 좋았다"고 했다.
9일 방탄소년단의 콘서트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에서 방탄소년단 팬들이 멤버들에 대한 애정을 담은 글귀와 함께 다채로운 복장을 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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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은 지난 3일 그래미 어워드 참석에 이어 2주 이상 라스베이거스에서 머물며 공연을 이어간다. 이들은 9일 무대에 앞서 잠시 취재진과 만나 "지난해 상을 받지 못해서 1년간 더 열심히 활동했는데(지민) 수상자로 다른 가수의 이름이 불리니 결과를 인정하게 되면서도 '우리가 이 상을 받고 싶어 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제이홉)"면서 "인정은 했지만 눈물이 나긴 했다(뷔)"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공연한 소감도 밝혔다. RM은 "라스베이거스가 주는 상징적인 정서가 있는데 놀이동산 같은 설렘"이라며 "관객의 ‘텐션’이 매우 높아서 우리도 (마지막날까지) 그에 어울리는 공연을 하겠다"고 말했다.
9일 하이브 측은 더 시티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간담회에서 팬들의 관심이 높은 방탄소년단의 병역 관련 문제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이진형 하이브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CO)는 "병역법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으나 결론이 나는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멤버들이 힘들어 하는 건 사실"이라면서 "(큰 업적을 세운 대중문화예술인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하는 내용의) 병역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조속히 결론이 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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