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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 (금)

박근혜 “저 대신 꿈 이뤄줄 사람” 유영하 공개 지지···홍준표 “전직 대통령 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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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가 8일 유튜브 영상을 통해 유영하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유영하TV> 방송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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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 박근혜씨가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한 유영하 변호사에 대해 “저를 대신해 꿈을 이뤄줄 사람”이라며 8일 지지를 호소했다. 지난해 12월 사면돼 지난달부터 대구 자택에 머물고 있는 박씨가 정치적 메시지를 밝힌 건 5년1개월 만이다.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헌법재판소에서 탄핵되고 법원에서 징역 22년을 선고받은 박씨가 사면 3개월여 만에 대국민 사과 없이 공개적인 정치 활동에 나서는 것을 두고 비판이 제기된다.

박씨는 이날 유 변호사 유튜브 채널 ‘유영하TV’에 공개된 4분54초 간 영상에서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유영하 예비후보의 후원회장을 맡게 된 것은 유 후보의 부탁도 있었지만 이심전심이었다”며 “유 후보는 지난 5년간 제가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시간을 저의 곁에서 함께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저를 알던 거의 모든 사람이 떠나가고 심지어 저와의 인연을 부정할 때에도 흔들림 없이 묵묵히 제 곁에서 힘든 시간을 함께 참아냈다”며 “심지어 수술하고 퇴원한 다음날에도 몸을 돌보지 않고 법정에서 저를 위해 변론을 했다”고 말했다. 유 변호사는 박씨가 2017년 10월 국정농단 1심 형사재판에서 ‘재판 거부’를 선언하기 전까지 박씨 변호인단을 이끌었다.

박씨는 “이러한 사정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로부터 제 눈과 귀를 가리고 저와의 만남을 차단한다는 터무니없는 모함을 받고 질시를 받았음에도 단 한마디 변명도 없이 묵묵히 그 비난을 감내했다”며 “사람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인성은 신뢰와 진정성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제가 이루고 싶었던 꿈은 다 이루지 못하였지만 못다한 이러한 꿈들을 저의 고향이자 유 후보의 고향인 이곳 대구에서 유 후보가 저를 대신해 이뤄줄 것으로 저는 믿고 있다”며 “유 후보는 우리 대구시를 한단계 도약시켜 여러분이 갖고 있던 긍지를 다시 느낄 수 있도록 만들 거다. 여러분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자신이 한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존경하는 대구시민 여러분, 지금까지 항상 저를 지지해 주신 그 마음을 저는 잊지 못할 것”이라며 “저는 작은 힘이나마 보태 유 후보를 후원하겠다. 시민 여러분도 유 후보에게 따뜻한 후원과 지지를 보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박씨는 대구에 대해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늘 개인의 안위보다는 나라를 먼저 생각하면서 자신을 희생했던 선공후사의 정신이 살아있는 도시”라며 “제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도 일신의 편안함보다 나라를 먼저 생각하는 마음으로 이 나라의 근대화를 이끄셨고 오늘날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셨다”고 말했다.

박씨가 정치적 발언을 내놓은 건 5년1개월 만이다. 헌재의 탄핵 결정 이틀 뒤인 2017년 3월12일 청와대를 떠나 서울 삼성동 자택에 들어가며 “이 모든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안고 가겠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는다”는 입장을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밝힌 뒤 처음이다. 박씨는 지난달 24일 서울삼성병원을 퇴원하고 대구 자택 앞에서 “제가 못이룬 꿈들은 이제 또 다른 이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정도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탄핵되고 징역 22년이 확정된 전직 대통령이 사면 이후 대국민 사과 없이 정치활동을 재개한 것을 두고 비판이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이 지금까지 국정농단과 탄핵에 대해 사과한 적이 없다”며 “정식으로 사과하고 성찰과 자숙의 시간을 보내야 함에도 정치적 메시지를 내는 건 탄핵에 대한 불복 심리를 노골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의 유 변호사 지지 발언은 유 변호사를 포함해 8명이 경쟁하는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 중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박씨는 과거 정치권 활동 당시 각종 선거에서 승리를 만들어내며 ‘선거의 여왕’으로 불렸다.

대구시장 경선에 나선 홍준표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구시장 경선이 정책 대결의 장이 아니고 전직 대통령 팔이, 대통령 당선자 팔이 선거로 변질됐다”며 박씨 발언을 비판했다. 홍 의원은 “대구의 중흥을 이끌 수장을 선출하는 경선이 이렇게 전개되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라며 “대구시민들과 당원 동지 여러분들만 바라보고 묵묵히 갑니다만 상식 밖의 씁쓸한 일만 생긴다”고 밝혔다. 경선 후보인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유 변호사를 아끼는 박 전 대통령 마음이 표현된 것”이라고만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박씨 발언에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에서 “박 전 대통령 메시지를 평가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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