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연 '풀 하우스'(1993년) / 디뮤지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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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의 미술 성지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 '디뮤지엄'이 최근 서울 성수동 서울숲 인근에 새로 자리를 잡으면서 가장 먼저 선보인 전시의 키워드는 '1990년대 소녀의 감수성'이다.
디뮤지엄의 이전 개관을 기념하는 첫 전시 '어쨌든, 사랑: 로맨틱 데이즈'가 지난달 16일 개막해 순항 중이다. 로맨스의 다양한 순간과 감정들을 사진, 만화, 영상, 일러스트레이션, 설치 등의 작품을 통해 경험시키는 이번 전시는 한국 순정만화계의 전설과도 같은 작가 7명의 작품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전시장은 입구부터 출구까지 하이틴 감성과 20대 초반이 열광할 핑크 무드로 가득하다. 전시의 주제나 분위기를 보면 손발이 오그라들 것 같지만 중간중간 감각적인 작품의 배치를 통해 간지러운 마음을 중화시키려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지미 마블 'from Way Out'(2017년) / 디뮤지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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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만화가 천계영의 작품 '언플러그드 보이'로부터 시작된다. 스크린 안에 움직이는 이미지로 재탄생된 만화 주인공 일러스트와 더불어 풋풋한 시절의 장면들을 유쾌한 감성으로 기록하는 사진작가 지미 마블과 루카스 와이어보스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두번째 섹션은 만화가 이은혜의 대표작 '블루'를 모티프로 했다. 여기엔 몽환적인 색조로 평범한 순간을 초현실적으로 담아내는 트리스탄 홀링스워스와 마가렛 더로우의 서정적인 작품이 배치됐다. 세번째 섹션은 이빈의 만화 '크레이지 러브 스토리'를 주제로 하고 있다. 뜨겁게 사랑하는 청춘들의 사적이고 은밀한 순간을 가감없이 기록한 채드 무어의 사진 등이 어우러진다.
한층 위로 올라가서 만날 수 있는 네번째 섹션에서는 만화가 이미라의 '인어공주를 위하여'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긴 공간을 따라 연인 간의 애틋한 시간이 묻어나는 모드 샬라드와 테오 고슬린의 작품들 사이를 지나면 순정만화의 마지막 장면을 마주할 수 있다.
'어쨌든, 사랑_로맨틱 데이즈' 전시 전경 / 디뮤지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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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 섹션과 다섯번째 섹션 사이에는 설치작가 양지윤의 아름다운 오브제가 설치돼 그림자를 만들어내며 장관을 연출한다. 아치로 구성된 간의 다섯번째 섹션에서는 만화가 원수연의 대표작 '풀하우스'의 무빙 이미지가 이국적인 화보처럼 눈 앞에 펼쳐진다.
여섯번째 섹션에서는 만화가 박은아의 '다정다감' 속 주인공들이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또한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우연히 만난 인물과 풍경을 담은 헨리 오 헤드의 작품과 학창시절의 익살스러운 일상을 솔직하게 포착한 니코 비 영의 작품은 우리 모두의 눈부신 시절을 소환한다.
마지막 섹션에 다다르면 연극적인 미장센에 내면의 감정을 담는 델피 카르모나, 혼자 보내는 시간을 긍정적이고 유쾌한 에너지로 표현한 루카스 와이어보스키의 작품이 모놀로그처럼 흘러가는 공간을 따라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마지막 공간에서 관객은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 온 만화가 신일숙의 대표작 '아르미안의 네 딸들'의 주인공 레 마누의 당당한 뒷모습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10월 3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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