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강조 文, 제왕적 대통령제 5년 연장…대장동 남긴 돈 반의반이면 충분히 이사"
"국민통합 위해 할 일 무궁무진…자리 욕심 없다, 尹당선인 성공한 대통령 위해 도울 것"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류미나 기자 =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은 7일 "여성가족부는 폐지하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가진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지난 5년간 여성가족부가 보였던 행태는 굉장히 실망스럽고 실적이라고 내세울 만한 게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남성이든 여성이든 다 존엄한 존재이기 때문에 양성평등 사회를 위해서 기여할 수 있는 정책이나 제도를 관리할 수 있는 부처가 필요하다면, 그것은 또 별도로 생각해야 할 문제"라며 "지금의 여가부를 계속 존치시킨다는 것에 의미는 없다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김 위원장은 대선 기간 자신이 영입한 신지예 전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이 젠더 갈등 여파 속에 사퇴하는 등 홍역을 치렀던 만큼, 해당 사안에 말을 아껴왔다.
그는 "여가부가 교육용으로 만든 테이프에 '모든 남성은 잠재적 성범죄 가해자로 생각해야 하고 남성은 자신이 나쁜 남자가 아니란 걸 증명할 의무가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한 것을 알고 있나. 깜짝 놀랐다. 그야말로 남성 혐오를 부추기는 것 아닌가"라고 관련 자료 조사를 한 서류 뭉치를 꺼내 보이기도 했다.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
그는 "지금 젊은 세대가 소위 젠더갈등이라는 이름으로 대립, 대치하는 걸 보면 안타깝다"며 국민통합위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이냐는 질문에 "이것만 따로 주제로 하는 것은 지금 상황에선 위험하다"며 "오히려 갈등을 증폭,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세대, 지역, 계층 등의 단위 가운데 세대에 포함해서 함께 이야기하는 게 어떨까 하는 정도의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국민통합 요소도 포함해서 역사적으로 엄청난 일"이라며 "길게 보면 역사적인 큰 결단으로 남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인사 문제에 관해서는 "묻지 말아달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새 정부에서 본인의 역할에 대해 "자리 욕심은 없다. 윤석열 당선인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며 "주변 사람들에게 제가 휘둘리지 않고 제대로 된 조언을 할 수 있으면 그게 제 역할"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이 언론 인터뷰에 응한 것은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인 2014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이다. 그는 1시간에 걸친 인터뷰에서 당 대표 시절 윤 당선인과 처음 인연을 맺었던 일부터 해서 통합 문제 등의 현안에 대한 생각을 풀어냈다. 그는 "편한 생활을 오래했다"면서 "한길 씨라는 호칭이 제일 편하다"며 웃어 보였다.
김한길 '국민통합을 위하여' |
-- 국민통합위원회의 향후 활동 구상은. 국정과제 우선순위를 꼽는다면.
▲ 대선 선거전을 통해서 심화한 정치 진영 간의 양극화와 경제적 양극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당선인께서 당선소감을 말할 때 '지금 가장 급한 것이 국민통합'이라고 했을 정도로 국민통합은 모든 사람이 꼭 필요한 과제라고 생각하는 제목이다. 그만큼 역으로 말하면 우리 사회가 갈등과 분열이 심화돼 있다고 말할 수 있다.
-- 과거와 비교하면 지역갈등은 해소된 편이나, 젠더나 소득격차 등 경제·사회적 갈등 요소는 여전하다.
▲ 지역갈등은 조금씩이라도 완화되는 것 같은데, 정치 진영 간 갈등은 상당히 심각하다. 군사정권 때도 이러지는 않았다. 대선을 거치면서 '폭파'된 단톡방(SNS 단체대화방)도 많다고 들었다. 양당이 서로 보수, 진보를 말하지만 그렇게 극명하게 차이가 있는 정당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역 기반이라든지 대북정책 등에서 몇 가지 차이가 있는 정도다.
-- 정치 진영 간 갈등을 해소할 복안이 있나.
그래서 나는 '실패한 정치인'이 된 것이다. 내가 요즘 다시 등장하니까 탈당, 창당을 많이 했다고 공격하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한마디만 하자면, 내가 탈당·창당을 시도하고 했던 것은 나름대로 의지와 의미가 있는 행동이었기 때문에 좌절했어도 후회는 하지 않는다.
최근에 본 멋진 말 중에 하나가 '우리가 이만큼이나마 누리고 있는 세상은 수많은 이상주의자들의 좌절을 통해서 이뤄진 것'이라는 거다.
-- 협치의 묘책은 없나. 여소야대 정국 돌파 복안은.
▲ 묘수는 없다. 나를 비난하는 많은 사람은 '김한길이가 정계 개편을 시도하지 않겠나'라고 하지만, 정계 개편은 누가 인위적으로 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지 않나. 분위기가 무르익어야지. 물론 그때 가서 이를 구체화하고 실현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말로만이 아니고 협치가 필요한 때다. 여든 야든 서로 동의 할 수 있는 국가를 위한 공동목표는 있어야 하는거 아닌가. 그리고 그 경로를 갖고 경쟁하고 하는 게 정치라고 생각한다. 제가 할 역할이 있으면 하겠다.
-- 민주당 출신으로서 윤 당선인을 선택한 이유는.
▲ 고민이 많았지만, 결론은 정권교체였다. 문재인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이 세력이 이대로 더 가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조국 씨나 윤미향 사건 자체도 실망스러웠고, 그 사건들을 옹호하는 그 세력 전체의 태도에도 굉장히 실망했다.
정권교체는 해야겠는데 소위 탄핵당한 세력에 있던 분들로 정권교체를 실현하는 건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했다.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
-- 윤석열 정부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 자리 욕심 같은 것은 없다. 그래도 성공한 대통령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지 않겠나. 만약 윤석열 정부가 성공하지 못한다면 내가 굉장히 괴로울 것 같다.
-- 대통령 비서실이나 내각으로 직접 참여할 가능성은
▲ 유능한 사람, 좋은 사람이 많다고 알고 있다. 어떤 자리에서든, 제가 주변에 휘둘리지 않고 제대로 된 조언을 할 수 있으면 그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 '용산시대'가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될까.
▲ 문재인 대통령이 5년 전 '촛불정신'을 얼마나 많이 이야기했냐. 광장의 촛불정신을 이야기할 때 으뜸가는 부분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그만하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것이고, 그래서 문 대통령이 탈청와대를 공약한 것이다.
광화문이 중요한 게 아니고 청와대를 벗어나겠다는 데에 방점 찍힌 거 아니겠나. 그런데 이런저런 제약이 있다며 그냥 (청와대에) 남으면서 제왕적 대통령제가 5년 연장된 것이다. 청와대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벗어나기 힘든 구조이다.
이사 비용 문제로 왜곡하는 것은 본질이 아니다. 대장동에서 남긴 돈의 반의반만 있어도 충분히 이사한다.
-- 대통령 취임 이후 국민통합위 역할은
▲ 국민통합이라는 게 워낙 중요한 과제라서 인수위 때만 있다가 없어지는 게 아니고 취임 후에도 계속 가야 한다는 이야기는 있었다. 내 위원장 일자리를 보장해주겠다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웃음) 취임 이후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서 위상을 정립하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성격 면에서 민관합동위가 될 것이다.
-- 양극화 해법으로 개헌에 대한 입장은.
▲ 윤 당선인은 선거 기간에는 개헌이 정치적으로 또 다른 의도로서 이야기되는 데에 대해서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제는 표를 얻기 위한 게 아니고,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그게 얼마나 절실한 것인지에 대해서 좀 차분하게 생각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윤석열-안철수 공동정부가 성공할 수 있을까.
▲ 안철수 위원장이 일단 인수위에서 실력을 보여주고 성공을 한다면 여러 정치적 행보의 가능성이 열리지 않겠나. 지난주에 안 위원장과 자장면을 함께 먹었는데, '다른 생각 없이 인수위에만 집중하겠다'고 하더라. 굉장히 의욕을 가지고 꼼꼼하게 잘 챙기고 있더라.
-- 여가부 폐지 공약이 젠더갈등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 여가부는 폐지돼야 마땅하다. 지난 5년간 일반여성들의 권익을 보호·향상 시키기보다는 특정한 여성들이 계속 자리를 차지해 오면서,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의 성범죄가 있을 때마다 소위 권력을 옹호하는 듯한 행태를 보였다.
-- 대선 때 캠페인 전략이 젠더갈등 요소를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 이번 대선 결과에서 표를 보면 젊은 여성의 표가 저쪽(민주당)으로 더 갔다는 것에 대해서 너무너무 안타깝게 생각한다.
- 국민통합위에도 각 분과가 있어서 인수위랑 겹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 일부 언론을 보니 인수위와 통합위간에 갈등의 소지 있다고 지적했는데 내 생각은 그렇지 않다. 인수위는 각 사안에 대해 정책적, 제도적으로 접근하고 우리는 주로 문화적으로 접근한다.
안철수 위원장과 어떤 말도 아주 편하게 하는 관계여서 교집합 부분이 있다고 해서 문제될 게 없다. 과도한 걱정들이다.
minar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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