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김진욱의 다이내믹한 투구 폼.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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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달라질 수 있나. 지난 해 김진욱(20·롯데)과 올 해의 그는 완전히 다르다. 2021년의 김진욱은 수동적이었다. 45⅔이닝을 던져 49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이닝 당 1.07로 꽤 높았다.
올 해, 비록 한 경기여서 통계로는 큰 의미가 없지만, 경기당 0.29개로 뚝 떨어졌다. 괄목할 변화다. 탈삼진 능력은 더욱 향상됐다. 경기당 0.99개에서 1.43으로 좋아졌다. 무엇이 일 년 사이 김진욱을 이토록 바꾸어 놓았을까.
5일 NC전서 실마리를 찾아본다. 세 번의 빛나는 별의 순간이 있었다. 먼저 1회 박건우 타석. NC가 100억 원을 투자한 한국 야구 대표적인 우타자 가운데 한 명이다. 지난 해 우투수(0.315) 상대보다 좌투수(0.364)를 맞이해서 더 잘 때려냈다.
박건우 다음 엔 외국인 타자 마티니. 첩첩산중이었다. 볼카운트 1-2. 지난 해 김진욱이었다면 하나 쯤 벗어나는 공을 던질 타이밍이었다. 146㎞ 몸 쪽 꽉 찬 직구에 헛스윙.
2회 마티니 타석. 볼카운트 0-2. 외국인 타자에게 직구 스트라이크를 꽂아 넣을 무모한 투수는 없다. 그런데 직구였다. 약간 높게 들어 왔으나 헛스윙. 지난해까진 볼 판정을 받을 수도 있는 높이였다.
이번엔 5회 말로 가본다. 롯데가 2-1로 간신히 앞선 상황이었다. 2사 1,2루의 위기에 손아섭 타석. 지난해까지 롯데의 간판타자 가운데 한 명이었다. 좌타자지만 좌투수 공을 잘 때려내는 대표적 케이스다. 지난해 우투수(0.300)보다 좌투수(0.393)를 만났을 때 더 펄펄 날았다.
김진욱의 볼 배합이 화려해졌다. 초구 커브에 이은 잇단 직구 3개. 볼카운트 2-2 타자와 투수가 유, 불리 없는 평균대에서 맞섰다. 단타면 동점, 2루타 이상이면 역전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김진욱의 슬라이더에 손아섭의 방망이가 속절없이 헛돌았다. 이 경기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김진욱은 7이닝 2피안타 2볼넷 10 탈삼진으로 시즌 첫 승을 따냈다. 무엇보다 마운드에서 보인 자신감이 든든하게 느껴졌다.
저 자신감은 어디서 올까. 지난겨울 그가 흘렸을 땀의 양을 짐작케 했다. 김진욱의 오늘이 있게 만든 강릉고 최재호 감독은 “가만 내버려 두어도 알아서 하는 선수다. 성실 그 자체다”고 칭찬한다.
또 한 가지는 넓어진 스트라이크 존이다. 지난해 김진욱은 조금씩 영점이 빗나갔다. 그 때문에 애를 먹었다. 스트라이크 존이 커지자 자신감도 훅 올라갔다. 어느 시인은 젊은 날 자신을 키운 8할이 바람이라고 했다. 김진욱에겐 바람이 아닌 넓어진 스트라이크 존으로 보인다.
반면 오랫동안 기존 스트라이크 존에 익숙해진 베테랑 선수들은 영 죽을 맛이다. 키움의 이용규(37)는 눈으로 야구하는 선수다. 그런데 5일 LG전서 9회 삼진을 당한 후 망연자실했다. 그의 눈이 그를 배반했다.
배트를 타석에 두고 나오는 무언의 항의를 하다 퇴장 당했다. 시즌 1호 퇴장이다. 그의 눈은 볼이라고 말했지만 변화된 스트라이크 존은 달랐다. 메이저리그를 호령했던 추신수(40)도 고전의 흔적이 역력하다. 직설 화법으로 말을 못할 뿐이지. 넓어진 스트라이크 존이 20대 초반 선수와 베테랑 사이를 갈라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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