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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개방 논의' 타이밍 겹친 文대통령 북악산 개방…오비이락?(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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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무실 이전 예비비 의결 하루 전날 "북악산 국민 품에"…靑 "오래전 계획"

탁현민 "숲길 하나 개방하는데도 많은 논의"…尹 당선인 측과 '기싸움' 분석도

문대통령 "개방에 많은 노력, 좋은 氣 받으시길"…정치언급 삼가

연합뉴스

북악산 남측 탐방로 방문한 문대통령
(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후 북악산 남측 탐방로에 위치한 절 터(법흥사터 추정)에서 김현모 문화재청장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청와대는 오는 6일 북악산 북측면의 1단계 개방이 이뤄진 지 1년 6개월 만에 남측면을 개방해 북악산 전 지역이 시민들에게 전면 개방된다고 밝혔다. 2022.4.5 [청와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see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식목일인 5일 부인 김정숙 여사와 새로 개방되는 북악산 남측면 산행에 나섰다.

청와대는 그동안 출입이 통제됐던 청와대 건물 뒤편 북악산 남측면을 6일부터 개방하기로 했고, 지난 2020년 11월 북악산 북측면이 개방된 데 이어 남측면 출입 제한까지 없어지면서 북악산 대부분에 시민들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게 됐다.

청와대에서는 문 대통령이 2017년 대선 때 북악산을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고 약속한 뒤 오랫동안 준비해 온 행사라고 설명했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청와대 완전 개방 추진과 미묘하게 시기가 맞물리면서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 집무실 이전 예비비 의결 하루 전…"북악산 국민 품에 돌려드린다"

청와대는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다음날부터 북악산 남측면을 개방한다는 소식을 알리며 "북악산이 54년만에 국민 품으로 온전히 돌아오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1968년 북한 무장간첩들이 청와대 기습을 시도한 이른바 '김신조 사건' 이후 54년 만에 북악산 산책로를 시민들에게 완전히 개방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이날은 윤 당선인이 추진하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위한 예비비 국무회의 의결을 불과 하루 앞둔 날이었다.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긴 후 지금의 청와대는 완전 개방될 예정으로, 국민들 사이에서는 '집무실 이전 = 청와대 개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결국 '청와대 개방'을 위한 첫 걸음인 예비비 승인이 이뤄지기 하루 전, 문 대통령은 청와대 뒤편 북악산 개방을 마무리 지은 셈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청와대가 윤 당선인의 청와대 개방 일정을 의식해 북악산 개방을 서두른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나아가 일부에서지만 애초 5일 정기 국무회의에서 의결될 것으로 보였던 예비비가 6일 임시 국무회의로 '순연' 된 것을 두고도 청와대가 일단 북악산 개방을 마무리 하고서 청와대 개방 절차를 시작하려 한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흘러나오는 실정이다.

문 대통령이 윤 당선인과 예비비 집행을 위한 '협조'를 약속하긴 했지만, 참모들 사이에서는 앙금이 해소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예비비 의결 하루 전 북악산 개방 일정을 잡은 데에는 이런 기싸움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탁현민 의전비서관은 문 대통령의 산행 뒤 페이스북에 글을 남겨 "숲길 하나 개방하는 데도 많은 논의와 노력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 측의 청와대 전면 개방이 충분한 준비없이 이뤄지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청와대 측은 이날 북악산 개방에 이런 '정치적 고려'는 일절 작용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청와대는 보도자료에서 "북악산 완전개방은 2017년 대선에서 공약한 것"이라고 밝혔고, 청와대 관계자 역시 "임기 내에 북악산 완전 개방을 하는 것은 이미 오래 전에 정해졌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윤 당선인의 청와대 개방 스케줄과 겹친 것은 '오비이락'일 뿐이라는 것이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 역시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에도 예비비 문제와 관련한 정부의 보고를 받고 최대한 빨리 처리해줄 것을 지시했다"며 "이 문제를 두고 윤 당선인 측과 신경전을 벌일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 문대통령, 부부동반 산행…"좋은 氣 받으시길"

이런 기류를 반영하듯 문 대통령은 김정숙 여사와 함께 이날 1시간 30분 가량 산행을 하며 정치적 발언은 일절 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노란 등산화와 회색 점퍼, 김 여사는 베이지색 등산화에 연분홍색 점퍼 등 전형적인 등산객 복장으로 행사장에 나타났고, 이후 김현모 문화재 청장 등과 함께 산을 올랐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그동안 (청와대 인근) 개방에 노력을 기울였다"며 "상당히 보람있는 일이다. 어느 나라든 수도를 내려다보며 걷는 둘레길이 없는데, (북악산은) 세계에서 가장 특별한 둘레길"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우리 아내(김 여사)는 북측 둘레길을 성곽 둘레길로 하면 훨씬 정감이 있겠다(는 말도 했다)"고 언급하는 등, 김 여사를 여러 차례 '아내'라고 지칭해 눈길을 끌었다.

동행한 유영민 비서실장은 "여사님께서 (북악산 개방 준비 과정에서) 세세한 것까지 주문이 많았다고 한다. 어르신들이 다니기 위한 계단 폭까지 지적하셨다고 한다"고 호응했다.

산행 도중 김 여사와 남태헌 산림청 차장이 양산 통도사 얘기를 하자, 문 대통령이 "통도사는 굉장히 아름다운 곳이죠"라고 대화에 참여하기도 했다.

통도사는 문 대통령이 퇴임 후에 향할 사저 인근에 있다.

산행을 마친 문 대통령은 북악산의 '만세동산 약수터'를 들렀다.

김현모 청장이 "만수무강하라는 뜻이 담긴 만세동산이다. 여사님 수석님들도 모두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바란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여기가 기가 아주 좋은 곳이다. 기를 많이 받고 가시길 바랍니다"라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과 김 여사는 또 식목일을 맞아 청와대 녹지원에서 기념식수도 했다.

기념식수목은 제19대 대통령의 숫자와 같이 19년이 된 모감주나무로 골랐고, 문 대통령은 "모감주나무는 열매가 단단해 약재로 쓰이고 염주를 만들기도 해 '염주나무'라고도 불린다. 열매는 가을에 복주머니 모양으로 열리는데 풍요와 부를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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