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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막말 쏟던 김여정, 이틀 만에 '톤다운'…새정부 겨냥 강온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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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욱 향해 '쓰레기'라더니 '잘 준비됐다고 국민에 소개하고 싶었을 수도'

"南은 싸우지 말아야 할 같은 민족"…주도권 쥐고 '남측 길들이기' 나서나

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당 부부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박수윤 기자 = 북한의 대남·대미 활동을 총괄하는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남측을 향해 막말을 쏟아낸 지 이틀 만에 비난 수위를 확연히 낮춘 담화를 내놓아 배경이 주목된다.

김 부부장은 지난 3일에 이어 5일 서욱 국방부 장관의 '미사일 발사 징후시 원점 정밀타격' 발언을 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했지만 비난 강도는 이틀 전보다 눈에 띄게 줄었다.

우선 서 장관을 향해 지난 3일에는 '미친놈', '쓰레기', '대결광'이라는 온갖 거친 표현을 동원했지만 이날은 노골적인 막말은 삼갔다.

특히 "저들 군대가 그만큼 잘 준비돼 있다는 점을 국민에게 소개하고 싶었을 수는 있는 자리였다고 본다"며 서 장관의 발언 취지를 이해한다는 듯한 뉘앙스까지 내비쳤다.

그러면서 남한이 먼저 군사행동에 나서지 않는 한 '주적'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부각하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김여정은 "남조선군이 우리 국가를 반대하는 그 어떤 군사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공격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남조선을 겨냥해 총포탄 한 발도 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쌍방의 군대가 서로 싸우면 전쟁이나 전투에서 누가 이기고 지는 것을 떠나 우리 민족 전체가 반세기 전처럼, 아니 그보다 더 깊은 상처를 입게 된다"며 "우리는 명백히 그런 전쟁을 반대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틀 전 남측을 향해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거나, "참변을 피하려거든 자숙해야 한다"는 등 위협했던 것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연합뉴스

북한, 지난달 '신형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여정의 담화가 이처럼 냉탕과 온탕을 오간 데 대해 '새정부를 겨냥한 강온전략', '남측 길들이기' 등의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핵보유국'을 언급하는 등 강력한 경고를 통해 일단 자신들의 '힘'을 과시한 뒤 '건들지 않으면 공격할 의도가 없다'는 취지로 달래면서 차기 정부의 대북정책이 너무 강경 일변도로 흐르지 않도록 관리하려는 목적일 수 있다는 의미다.

북한이 지금은 미국과도 대결 구도지만 대외정책에서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해선 남북관계도 어느 정도는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날 김 부부장 담화에 서 장관의 지난 1일 발언의 취지를 이해한다는 듯한 내용이 포함된 것을 두고, 남측이 사태가 악화하는 것을 막고자 '핫라인'을 통해 북측에 서 장관 발언이 '군사대비태세를 강조한 차원'이라는 등으로 진의를 설명했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한편으론 지난 3일 담화를 두고 북한 내부적으로 '너무 나갔다'고 판단해 한 발 물러섰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여정은 당시 담화에서 "남조선에 대한 많은 것을 재고하겠다"고 경고해 남북통신연락선 단절은 물론 9·19 군사합의 파기 등의 '강수'가 우려됐지만, 이날은 돌연 "남조선은 서로 싸우지 말아야 할 같은 민족"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그러나 김여정이 3일 담화에서 자신의 대남 경고가 '위임'에 따른 것이라고 밝힌 점을 고려하면 당시 담화가 '실수'라고 보긴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위임'에 따랐다는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김여정의 담화 분위기가 갑자기 달라진 게 선제타격에 대한 불안감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3일 담화는 선제타격에 대한 심리적 반발심이 앞섰다면 오늘 담화는 자신들을 건드리지 않으면 공격하지 않는다고 방어적으로 담화의 톤을 수정했다"며 "이는 선제타격에 대한 불안감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김여정이 남측이 군사적 대결을 선택하면 핵을 동원한 반격에 나설 것임을 밝힌 것도 '선제타격'에 대한 두려움의 반영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김여정은 "핵무력의 사명은 우선 그런 전쟁에 말려들지 않자는 것이 기본이지만 일단 전쟁상황에서라면 그 사명은 타방의 군사력을 일거에 제거하는 것으로 바뀐다"면서 "남조선군은 괴멸, 전멸에 가까운 참담한 운명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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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과 '핵탄두 기폭장치 추정 물체'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016년 지난 3월 공개한 장면으로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이 핵탄두 기폭장치 추정 물체 앞에서 핵무기 연구 부문 과학자, 기술자들을 만나 지도하는 모습. 2016.3.9 <<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 photo@yna.co.kr


이밖에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담화에서 유사시 북한군의 '핵 사용 전략'을 읽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 사실이 알려졌을 때부터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측이 전쟁이 발발했을 때 어느 단계에서 핵무기를 사용할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했다.

김 부부장은 이번 담화에서 개전 초기에 핵무기를 동원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남측과 군사적 대결 상황이 닥치면 '핵전투무력'(핵무기를 포함한 운용부대)은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며 "전쟁초기에 주도권을 장악하고 타방(상대방)의 전쟁의지를 소각하며 장기전을 막고 자기의 군사력을 보존하기 위해서 핵전투무력이 동원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미연합 작전계획(작계)에는 개전 초기 북한이 장사정포를 동원해 서울과 수도권을 집중 포격하는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미는 북한의 실질적인 핵 공격을 가정해 최근 작계를 '최신화'하기로 했다.

지난달 31일 원인철 합참의장과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이 서명한 전략기획지시(SPD)에 따라 한미는 작계 최신화에 착수했다. 이르면 1~2년 이내에 작계 최신화 작업이 완료될 것으로 관측된다.

김 부부장의 '핵전투무력' 발언은 한미 군 당국의 이런 움직임에 대한 경고로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북한 스스로도 한미 군 당국의 작계 최신화에 대한 경계심을 노출한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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