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BTS가 한국 아티스트 최초로 2년 연속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에는 실패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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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연속 같은 자리에서 미끄러졌다. 그래미상 후보에 올랐던 BTS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상에 실패했다. BTS는 3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제64회 그래미상 시상식에서 2년 연속 후보로 오른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상을 받지 못했다. 수상의 영예는 ‘키스 미 모어’를 부른 도자 캣과 시저(SZA)에게 돌아갔다.
올해의 앨범은 존 바티스트의 ‘위 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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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그래미상의 대상은 2020년 10월~2021년 8월 발매된 음악과 그 아티스트다.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상은 팝 부문 트로피 중 하나로, 솔로 가수가 아닌 그룹 중에서 퍼포먼스가 뛰어난 팀에 주는 상이다. BTS는 도자 캣·시저를 포함해 콜드플레이(‘하이어 파워’), 저스틴 비버·베니 블랑코(‘론리’), 토니 베넷·레이디 가가(‘아이 겟 어 킥 아웃 오브 유’) 등과 나란히 후보에 올랐다.
비백인이나 장르 음악에 비우호적이라는 평을 들으며 지난해에 보이콧까지 벌어진 그래미상 시상식이 올해는 좀 달라진 모습이었다. ‘#GrammysSoWhite’(그래미는 너무 하얗다)는 해시태그까지 등장했던 예전과는 달라졌다. 사전 시상식 사회는 흑인 영화배우이자 감독인 레버 버튼이, 본 시상식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코미디언 트래버 노아가 각각 맡았다. 사전 시상식 첫 무대는 블루스, 재즈, 포크, 전통음악, 가스펠 등 다양한 분야, 다양한 인종의 아티스트들이 꾸몄다.
최고의 신인상은 올리비아 로드리고. [사진 그래미어워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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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부문’으로 여겨지는 종합부문 4개 트로피의 주인에도 백인은 없었다. ‘올해의 노래’와 ‘올해의 레코드’는 실크소닉의 ‘리브 더 도어 오픈’이, ‘최고의 신인’은 올리비아 로드리고가, ‘올해의 앨범’은 존 바티스트의 ‘위 아’가 각각 수상했다. 실크소닉과 존 바티스트는 흑인,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필리핀계 혼혈 미국인이다. 특히 실크소닉 멤버인 앤더슨 팩의 경우, 어머니는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입양된 한국계이며, 2011년 결혼한 부인도 한국인이다. 입양 서류에 '팩(Paak)'으로 잘못 기재한 어머니 성(박)을 따라 쓴다.
그래미상 시상식은 해마다 전미 레코딩예술과학아카데미가 주최하는 미국의 음악 시상식이다. 이름도 축음기(그라모폰)에서 유래했다. 빌보드 뮤직어워즈, 아메리칸 뮤직어워즈와 함께 ‘3대 음악 시상식’으로 불리지만, 지금까지 한국 대중음악 가수가 수상한 적은 없다. ‘강남스타일’로 2012년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뉴미디어 어워즈)와 2013년 빌보드 뮤직 어워즈(스트리밍 송)를 받은 싸이도 그래미상은 받지 못했다. BTS가 아시아 가수 최초로 ‘3대 음악상’을 모두 받는 아티스트가 될 거라 기대했지만, 올해도 불발됐다.
수상과 별개로 BTS의 그래미상 시상식 참석은 올해가 네 번째다. BTS는 2019년 시상식에 ‘베스트 알앤비 앨범’ 시상자로 처음 얼굴을 비쳤다. 2020년 시상식에서는 릴 나스 엑스와 함께 ‘올드 타운 로드’ 무대를 꾸몄다.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후보였던 지난해 시상식에선 ‘다이너마이트’를 공연했다. 지난해는 코로나19로 현장 공연이 아니라 서울에서 촬영한 영상을 방영했다.
올해의 노래와 올해의 레코드는 모두 실크소닉. [사진 그래미어워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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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가 수상에 실패했지만, 그전까지 사전 시상식에서 발표하던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이 올해 본 시상식 행사로 옮겨졌다. BTS는 하이브 방시혁 의장과 함께 레드카펫에 등장했다. 이 자리에서 RM은 “그래미상은 음악산업 동료들 투표로 주어지는 상이기 때문에 의미가 크다. 지난 2년간 매우 지치고 힘들었는데, 상을 받는다면 모두 보상받을 것 같다”고 영어로 말했다.
BTS는 이날 시상식에서 실크소닉, 올리비아 로드리고에 이어 세 번째로 무대를 장식했다. BTS가 그래미상 시상식 현장에서 단독 무대를 꾸민 건 올해가 처음이다. 정국이 천장에서 내려오고, 진이 게임기를 조작하는 가운데, 뷔가 옆자리의 올리비아 로드리고에게 귓속말을 속삭이다 갑자기 카드를 날리면서 무대를 시작했다. 블랙수트를 맞춰 입은 BTS는 댄서들과 합동으로 안무를 펼쳤고, 무대를 마무리하자 객석에서는 기립박수가 터졌다. BTS는 사회자 노아의 객석 인터뷰 때 한 번 더 등장했다. 노아는 한국어 공부 얘기를 꺼내더니 드라마 ‘오징어 게임’ 속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직접 발음해 눈길을 끌었다.
제64회 그래미상 수상자 |
이날 시상식에는 러시아 침공으로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는 음악인들 발언이 이어졌다. 또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영상으로 등장한 뒤 미국 R&B 가수 존 레전드와 우크라이나 가수 미카 뉴튼이 우크라이나 국기가 펼쳐진 무대 위에서 자유를 염원하는 내용의 ‘프리’를 함께 불렀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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