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세계 속 한류

그래미 무대서 첩보원으로 변신한 BTS…수상은 불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그래미 찢은 ‘버터’ 무대…진 부상투혼에 ‘기립박수’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트로피는 도자 캣·시저에게

우크라이나 대통령, 영상으로 등장 “우리 상황 알려달라”


한겨레

방탄소년단이 3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64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버터’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그래미 수상이 불발됐다.

방탄소년단은 3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엠지엠(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64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이 부문 트로피는 도자 캣과 시저에게 돌아갔다.

방탄소년단은 올해 쟁쟁한 팝스타와 경쟁했다. ‘버터’는 저스틴 비버와 페니 블랑코의 ‘론리’(Lonely), 콜드플레이의 ‘하이어 파워’(Higher Power), 레이디 가가와 토니 베넷의 ‘아이 겟 어 킥 아웃 오브 유’(I Get a Kick Out of You), 도자 캣과 시저의 ‘키스 미 모어’(Kiss Me More)와 겨뤘다.

‘버터’는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에서 통산 10주 정상을 차지하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이에 더해 방탄소년단은 코로나 시대에 희망을 노래한 ‘퍼미션 투 댄스’, 밴드 콜드플레이와의 협업 곡 ‘마 이 유니버스’로도 ‘핫 100’ 정상을 밟았다.

방탄소년단은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열린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 대상에 해당하는 ‘올해의 아티스트’ 부문을 비롯해 3개 트로피를 손에 넣었다.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선 ‘톱 듀오/그룹’ ‘톱 소셜 아티스트’ ‘톱 송 세일즈 아티스트’ ‘톱 셀링 송’ 등 4개 부문에서 상을 탔다.

한겨레

방탄소년단 2022 그래미 시상식 공연 콘셉트 사진. 빅히트뮤직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에 음악 전문 매체 <빌보드> 등 외신들은 ‘버터’가 ‘제너럴 필드’로 불리는 그래미 4대 본상 가운데 ‘올해의 레코드’ 후보에 들 것이라 예상했으나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후보에만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방탄소년단은 후보자 자격으로는 처음 그래미 무대를 밟았다. 올리비아 로드리고, 빌리 아일리시, 릴 나스 엑스, 브랜디 칼라일, 브라더스 오스본 등 쟁쟁한 아티스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화려한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이날 방탄소년단은 시상식에서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무대에 올라 첩보물을 연상하게 하는 화려한 무대를 선보이며 ‘버터’를 불렀다. 진이 조종실에 앉아 퍼포먼스를 열었고, 정국은 천장에서 아래로 내려와 무대에 등장했다. 뷔는 올리비아 로드리고 옆에 앉아 귓속말하는 퍼포먼스를 벌인 뒤 무대에 등장했다.

이어진 무대는 마치 영화 <미션 임파서블>을 떠올리게 했다. 방탄소년단은 첩보물 영화 주인공이 된 듯한 퍼포먼스를 이어갔다. 댄스 브레이크, 재킷을 활용한 기타 퍼포먼스 역시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무대가 끝나자 아티스트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 박수를 보냈다.

앞서 방탄소년단 리더 알엠(RM)은 64회 그래미 어워즈 레드카펫 인터뷰에서 “그래미는 음악산업 동료들의 투표로 주어지는 상이기 때문에 의미가 크다”며 “지난 2년간은 매우 지치고 고통스러웠는데, 우리가 그래미를 수상한다면 이를 모두 보상받고 성과를 올리는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방탄소년단은 깔끔한 흰색, 청록색, 갈색 수트를 입고 나와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레드카펫 행사에서는 검은색 양복을 입은 방시혁 하이브 의장도 모습을 보였다.

한겨레

방탄소년단이 3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64회 그래미 어워즈 레드카펫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래미를 주최하는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는 2019년 방탄소년단을 시상자로 처음 초청했고, 2020년엔 미국 유명 래퍼 릴 나스 엑스와의 합동 무대에 방탄소년단을 출연시켰다. 지난해엔 방탄소년단 단독 무대를 시상식 후반부에 배치한 뒤 중간 광고 때마다 이를 홍보해 ‘방탄소년단을 시청률 미끼로 삼았다’는 지적을 받을 정도였다.

그동안 그래미 시상식은 영어권 중심의 백인 남성 가수를 우대하는 보수적인 성향으로 비판받아왔다. 3대 음악상 가운데 가장 오래됐고, 음악성을 최우선으로 두지만, 다양성엔 관심이 없다는 이유로 ‘화이트 그래미’라는 오명을 듣기도 했다. ‘다이너마이트’가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 대상을 포함해 4관왕을 받았고,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3관왕을 차지한 것과 비교해 그래미에선 무관이었던 것만 봐도 그래미의 벽이 높음을 알 수 있다.

레코딩 아카데미는 그래미를 향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올해부터는 비백인, 여성, 아시안, 젊은 심사위원을 늘리며 다양성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올해에는 주요 부문의 최종 후보 결정에 참여해 온 후보검토위원회 역할이 폐지되고, 오직 회원 투표로만 최종 후보가 결정되도록 방식이 바뀌었다.

한겨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3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64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영상을 통해 깜짝 등장해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시상식에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영상을 통해 깜짝 등장해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젤렌스키는 영상에서 “우크라이나에는 더 이상 음악이 흐르고 있지 않다. 음악의 반대인 죽음의 적막만이 흐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 뮤지션들은 턱시도가 아닌 방탄복을 입고, 병원에서 부상자들을 위해 노래를 부르고 있다”며 “우리 삶에서 더 이상 음악이 빠지지 않게 도와 달라, 이러한 상황을 에스엔에스(SNS) 등에 많이 알려달라”고 호소했다.

메시지가 끝난 뒤 알앤비 스타이자 싱어송라이터인 존 레전드는 우크라이나 가수 미카 뉴튼과 함께 전쟁 종료와 평화의 염원을 담은 ‘프리’를 열창했다. 무대 뒤로는 러시아 침공으로 신음하는 우크라이나 사진과 영상이 나왔다.

애초 이번 시상식은 1월31일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여파로 날짜가 연기됐고 장소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라스베이거스로 바뀌었다. 그래미 시상식이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것은 시상식이 시작된 1959년 이후 처음이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벗 덕분에 쓴 기사입니다. 후원회원 ‘벗’ 되기
항상 시민과 함께 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 신청하기‘주식 후원’으로 벗이 되어주세요!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