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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4·3제주 찾은 尹, 유가족에 90도 인사…박범계와 '어색한 조우'(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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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념사서 "화해·상생·미래로"…보수정당 대통령·당선인으론 첫 참석

대선 때 약속 지켜, 통합 행보 속도 내나…"너무 당연한 것 아니겠나"

가슴에 '동백꽃' 배지…"朴과 특별히 대화를 나눌만한 상황 아니었다"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3일 오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했다.

대통령 당선인이 4·3 추념식에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대선 주기가 바뀌면서 당선이 신분으로 4·3 추념식을 처음 맞게 됐기 때문이다.

보수정당 출신 대통령 가운데 4·3 추념식에서 희생자의 넋을 기린 것도 윤 당선인이 처음이다.

후보 시절부터 강조해온 여야와 진보·보수 진영을 가리지 않는 국민통합의 메시지를 다시 한번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의 보수정치인에 대한 고정관념과 틀을 깬 행보로도 여겨진다.

연합뉴스

尹당선인 "4·3 희생자·유가족의 온전한 명예회복 위해 노력"


윤 당선인은 이날 오전 검은색 양복에 검은색 넥타이를 맨 채 김부겸 국무총리 등과 함께 추념식 행사장에 등장했다.

가슴에는 동백꽃 배지를 달았다. 동백꽃은 4·3의 영혼들이 붉은 동백꽃처럼 차가운 땅으로 소리 없이 스러져갔다는 의미를 가져 4·3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윤 당선인은 다소 굳은 표정으로 행사장 맨 앞줄에 착석했다.

눈을 잠시 질끈 감았다가 뜬 그는 헌화와 분향을 한 뒤 두 차례의 묵례로 분향을 끝냈다.

장내에서 애국가를 4절까지 제창하는 동안 윤 당선인도 따라 불러 입 주변 마스크가 들썩였다.

윤 당선인은 추념사에서 4·3 희생자 유가족들의 명예 회복을 위한 노력을 약속하면서, "4·3 아픔을 치유하고 상흔을 돌보는 것은 4·3을 기억하는 바로 우리의 책임"이라며 "화해와 상생, 그리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대한민국의 몫"이라고 말했다.

'화해와 상생', '미래'라는 키워드를 통해 더이상 이념과 진영에 매몰된 갈등과 분열보다는 국민통합으로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다.

윤 당선인은 추념사 낭독 후 장내에 유족들을 향해 '90도'로 허리 숙여 인사를 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인사하는 윤석열 당선인
(제주=연합뉴스) 3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4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추념사를 끝내고 유족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22.4.3 [제주도사진기자회] dragon.me@yna.co.kr


이날 윤 당선인의 4·3 추념식 참석은 선거 기간 한 약속을 지킨 것이기도 하다.

앞서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인 2월 5일 제주 4·3평화공원을 찾아 참배한 뒤 "얼마나 해드린다고 해도 충분치 않겠지만, 제가 차기 정부를 맡게 되면 (희생자 유족들에게) 합당하게 보상이 이뤄지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윤 당선인은 추념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4·3 행사에 참석한 의미 등 소감을 묻는 질문에 "너무 당연한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추념식 후 올린 페이스북 글엔 "4·3의 아픈 역사와 한 분, 한 분의 무고한 희생을 기억하고 있다"며 "희생자들의 영전에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 고통의 세월을 함께하며 평화의 섬 제주를 일궈낸 유가족들께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적었다.

이어 "과거는 우리가 바꿀 수 없지만 미래는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다"며 "비극에서 평화로 나아간 4·3 역사의 힘이 널리 퍼져나가 세계와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윤 당선인은 추념식을 마친 뒤 다시 서울로 향했다. 오후엔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내정자 발표 기자회견이 있다.

윤 당선인은 이날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2호기를 이용해 서울과 제주를 왕복으로 이동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당선인이 오늘 국무총리를 지명하는 중요한 기자회견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제주도에 갔다가, 그 스케줄만 하고 다시 (서울로) 오신다"며 "선거기간에 4월 3일에 제주에 꼭 가겠다고 했던 약속을 꼭 지키는 사람인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당선인과 박범계 장관
(서울=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4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한 가운데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행사장에 입장하고 있다. 2022.4.3 [인수위사진기자단] photo@yna.co.kr


이날 추념식에 박범계 법무부장관도 참석했다. 박 장관이 최근 윤 당선인의 사법공약에 대해 공개 반대 해오면서, 두 사람의 추념식에서의 조우에 관심이 쏠렸다. 윤 당선인과 박 장관은 악수를 하며 간단한 인사만 나눈 뒤 각자 자리로 갔다고 한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이와 관련, "특별히 대화를 나눌만한 상황이 아니었다"며 "행사가 바로 시작됐고 유족 대표분이 편지를 전달해주셨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당선인이 편지를 받자마자 읽어본 후 답장하지 않을까 싶다. 편지 내용은 확인해봐야겠다"면서도 "4·3 유복자로 태어난 분도 많고, 아버지·어머니도 희생당해 가족관계를 법적으로 보장받지 못하고 한으로 남은 분들도 많다. 그런 아픔을 보듬어달라는 편지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선인의 답장 계획에 대해선 "당선인으로서 살필 수 있는 부분을 보고 할 것"이라며 "당선인이 차 안에서 (편지를) 읽었다고 한다. (사진에) 찍혔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추념식에 윤 당선인과 함께 참석한 이준석 대표는 제주 4·3평화공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희 국민의힘이 4·3에 있어 전향된 행보를 시작한 이후 한 번도 성사되지 않았던, 보수정당 출신의 대통령 당선인의 방문이었기 때문에 (유가족 보상 등이) 앞으로 급물살을 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wi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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