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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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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할리우드, 우크라이나, 구타유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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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 스미스의 아카데미 따귀 사건의 이면

크리스 록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공통점

편집자 주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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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윌 스미스, 크리스 록,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 러시아 푸틴 대통령.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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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윌 스미스, 크리스 록,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 러시아 푸틴 대통령. 연합뉴스할리우드 코미디언 크리스 록이 상한가다.

27일 생방송으로 진행 중이던 아카데미 시상식장서 탈모증에 시달리는 흑인 여배우 제이다 스미스의 아픔을 소재로 농담을 던졌다가 남편 윌 스미스에게 뺨을 맞은 흑인 연예인말이다.

그가 사건 이후 나흘 만에 처음 선 공연무대에선 기립박수가 쏟아졌고, 해당 극장엔 평소보다 8배 비싸진 입장권을 구입하고 들어온 관객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고 한다. 그의 이름이 생소한 한국에서도 그는 이제 유명인이 됐다.

스미스에게 따귀를 얻어맞기 전에도 록은 스미스 부부와 갈등을 빚은 일이 잦았다고 한다.

2016년 스미스 부부가 백인중심의 아카데미 시상식을 비판하는 사회운동(#OscarsSoWhite)에 중심적 역할을 할 때도 록은 그들 부부를 "미쳤다"고 저격했다. 특히 제이다를 욕보이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록은 "제이다가 아카데미 시상식을 보이콧하는 것은 내가 리한나 팬티를 보이콧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리한나'는 여성전용 속옷 브랜드다.

록은 윌 스미스가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 것이 불공정하다면서도 그가 과거 영화에서 2천만 달러를 개런티로 받은 것 역시 불공정하다고 비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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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4회 오스카 시상식에서 배우 윌 스미스가 동료 배우 겸 코미디언 크리스 록의 뺨을 때렸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4회 오스카 시상식에서 배우 윌 스미스가 동료 배우 겸 코미디언 크리스 록의 뺨을 때렸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그런가하면 2018년 윌 스미스가 이혼한 부인에게 생일 축하한다는 인사를 소셜미디어에 남기자 "이해심 많은 부인을 뒀군"이라며 또 다시 제이다를 걸고넘어졌다.

스미스 부부는 록의 이런 일련의 언행에 문제를 일으킬 만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미국 영화계에는 스미스가 이번에 록의 뺨을 때린 것은 그동안 쌓였던 앙금이 폭발한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스미스의 폭력이 정당화될 수는 없지만 록도 스미스의 구타를 유발한 책임이 일부 있다는 것이다.

록의 얼굴에서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의 얼굴이 아른거리는 이유는 뭘까.

젤렌스키 대통령 역시 록처럼 사건(사태)의 피해자로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국민들을 단합시키고, 특유의 호소력으로 외세의 도움을 이끌어내며 전쟁을 끌고 가면서 무능력한 정치인에서 추앙받는 지도자로 다시 일어섰다.

그러나 그의 이름 앞에 전쟁촉발자라는 수식어가 들어갈 공간도 없지 않다.

전쟁이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민간인 1200명이 죽고, 400만 명의 피란민이 발생하고 나서야 그는 우크라이나가 중립국에 남을 수 있음을 내비쳤다.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는 전쟁 전부터 러시아가 줄곧 원했던 바다.

따라서 중립국 의사를 한 달 전에만 내비쳤어도 전쟁의 포문은 열리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는 동쪽에서 전쟁의 먹구름이 몰려오는 와중에도 핵무기 개발, 나토(NATO) 가입 등의 언사로 푸틴을 자극했다.

그는 미국과 나토가 우크라이나 뒤에서 진을 치고 서있는 한 러시아가 침공해 오지 못할 것이라고 믿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가 전쟁이 한창 진행 중인 와중에 우크라이나 상공을 비행금지 구역으로 설정해달라는 비현실적인 요청을 나토와 미국에 줄기차게 한 것도 이런 정황을 뒷받침한다.

폭력을 행사한 스미스는 물론이고 전쟁 주범 푸틴을 비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지금 당장 눈앞에 벌어진 영화 같은 일에 사로잡힌 나머지 우리가 그 이면의 역사에 무신경한 것은 아닌지 짚고 싶을 뿐이다.

이 같은 무신경은 집단사고(group thinking)를 부르기 십상이다.

분위기에 취해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하지 못하면 진실은 실종될 수밖에 없다.

다시 강조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폭력은 안 된다. 폭력을 초대해서도 안 된다.

마찬가지로 어떤 경우에도 전쟁은 안 된다. 전쟁을 초대해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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