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남아시아 방문 이어 아프간 주변 6개국·아세안 4개국 외무장관 초청
이슬람협력기구 외무장관 회의서 인사말 하는 왕이 부장 |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중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두둔하면서 미국 등 서방으로부터 강한 압박을 받자 제3세계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우군 모으기에 힘을 쏟고 있다.
자국에 우호적인 국가들을 상대로 우크라이나 사태가 유럽을 넘어 세계 각국의 산업망과 공급망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강조하며 제재 반대 확산을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29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21일부터 최근까지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인도, 네팔 등 남아시아 4개국을 방문했다.
왕이 부장은 이 기간 사우디아라비아 등 57개 국가로 구성된 이슬람협력기구(OIC) 외무장관 회의에도 참석해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자며 적극적인 구애에 나섰다.
또 국경 문제로 갈등 중인 인도를 찾아 갈등 해결 방안과 함께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한 뒤 즉각적인 종전과 외교적 해법으로의 복귀라는 공감대를 이뤄내기도 했다.
중국과 인도는 연이은 국경 충돌로 껄끄러운 관계지만,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서는 러시아를 적극적으로 비난하지 않는다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왕이 부장이 남아시아 방문 기간 회담한 각국 외교사령탑이나 정부 수반만 20명에 달한다.
왕 부장은 그때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평화회담을 통해 전쟁을 멈추고 평화를 이야기하는 것을 지지한다"라거나 "우크라이나의 위기가 다른 지역과 국가의 권익에 영향을 주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 강화가 각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부각하면서 제재 반대에 동참하자는 호소로 풀이된다.
왕 부장은 전날 중국 관영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서도 "우크라이나 위기는 유럽에서 발생했지만, 그 효과가 전 세계에 미치며 세계평화와 경제회복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강조한 뒤 각국과 분쟁의 평화적 해결과 유엔 헌장 준수 등의 공감대를 이뤘다고 소개했다.
러·중 외교 수장 |
중국은 왕이 부장의 남아시아 방문이 끝나자마자 이번에는 아프가니스탄 주변 6개국 외무장관을 자국으로 초청했다.
중국 외교부는 전날 왕이 부장이 30∼31일 안후이성 툰시에서 파키스탄, 이란, 러시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외무장관이나 대표를 초청해 제3차 아프간 주변국 외무장관 회담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에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참석할 예정이다.
중국은 라브로프 장관의 참석 여부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러시아 외무부는 라브로프 장관이 회담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중·러 외교수장의 대면 접촉이 이뤄지게 돼 자연스럽게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의견을 나눌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그동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진으로 러시아가 느끼는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이해한다며 러시아를 두둔했다.
그러나 미국 등 서방이 러시아에 강력한 제재에 나서고 중국에도 러시아를 물질적으로 지원할 경우 후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한 이후 최근 중국의 입장에 미묘한 변화가 일고 있다. 특히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 지원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선을 긋고 있다.
아울러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미얀마 등 아세안 4개국 외무장관도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왕이 부장의 초청으로 중국을 방문한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아세안 4개국 외무장관의 방문에 대해 "중국과 아세안의 친밀한 관계뿐만 아니라 각국이 중국과의 협력을 매우 중시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당초 28∼29일 열리기로 했던 미국과 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연기됐다며 미국이 아닌 중국과 대화하겠다는 아세안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첸펑 칭화대 국가전략연구원 연구부 주임은 "중국은 상호협력을 통해 경제발전을 촉진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미국은 현 상황에 신경을 쓰지 않고 중국을 봉쇄하는 데만 이용하려고 한다"며 "아세안 국가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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