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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초유의 현직 당대표 징계

'볼모', ‘언더도그마’…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일컫는 이준석 대표의 말, 적절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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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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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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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을 볼모 삼는다” “언더도그마(약자는 무조건 선하고, 강자는 무조건 악하다고 인식하는 현상) 담론으로 묻으려 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수십년간 이어지고 있는 장애인의 권리 찾기 운동을 이같이 간단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석 달 넘도록 서울 지하철역 등지에서 진행된 장애인 권리 예산 반영 촉구를 위한 장애인들의 노력은 곧 여당 대표가 될 30대 정치인의 몇 마디로 폄훼됐고, 갈라치기 여론전의 ‘볼모’가 됐다.

이 대표가 연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내놓은 장애인 지하철 시위에 대한 비방에 대해 장애인 인권 운동가들은 “부적절한 프레이밍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갈등을 조장하지 말고 이동권 투쟁의 본질을 보라”며 반발했다. 정다운 전국장애인차별철페연대(전장연) 정책실장은 이 대표가 ‘장애인과 비장애인 갈라치기’를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2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기획재정부 청사 앞 집회, 국회 토론회, 장애인 이동권 보장 사진전 등 ‘악다구니’를 쓰지 않아도 되는 방법으로 지난 수십 년간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라며 “이 대표의 ‘언더도그마’ 발언은 장애인 차별의 역사를 생략하고 (장애인들을) ‘갑자기 나타나서 행패 부리는 사람’으로 프레이밍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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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이 대표는 장애인 이동권 시위를 비판하며 “서울시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율 93.0%”라는 수치를 강조했다. 이 수치만 놓고 보면 서울 지하철에서 장애인 이동권이 상당한 수준으로 이동권이 보장된 것처럼 보이고, 출근길 지하철 시위는 마치 생떼를 쓰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이 역시 장애인 이동권 투쟁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수치라는 점, 계량화된 숫자로 드러나기 어려운 제약과 차별을 은폐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간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학자 오찬호씨는 “아주 나빴던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율이 덜 나빠지고 있는 것”이라며 “당 대표가 공개적으로 장애인 시위를 비판하는 것은 ‘차별받는 게 유세냐’며 장애인 시위에 대해 빈정거리는 일부 시민들의 행동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 대표는 장애인 시위를 ‘언더도그마’라는 한 단어로 정리해버렸다. 장애인들이 욕먹을 것을 알면서 ‘시위를 벌이는 이유’를 돌이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공격하는 출근길 시위가 벌어지는 현장인 ‘서울’의 ‘지하철’은 장애인들에게는 그나마 나은 곳일 수 있다. 보행이 어려운 장애인들이 시내버스나 광역·고속버스, 택시 등의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것은 지하철보다 훨씬 더 어렵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5월 펴낸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전국 저상버스 보급률과 장애인 객차 비율은 각각 27.8%, 11.7%에 불과했다. 세종시, 경기도 일부 지역 장애인 콜택시도 야간 시간대에는 운행하지 않고 있다.

서울과 비서울의 격차도 큰 편이다. 싱크탱크 더미래연구소가 지난해 5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의 2021년 장애인 이동권 관련 예산은 1298억원으로 전국 지자체의 장애인 이동권 예산 가운데 37.8%를 차지했다. 반면 2020년 7월 기준 전국에서 저상버스 비중이 가장 낮았던 충남은 장애인 이동권 예산이 33억원에 불과했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 정책을 ‘약자를 위해 베푸는’ 관점이 아닌 ‘당연한 권리 보호’로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배복주 정의당 부대표는 지난 26일 SNS에 “지하철에서 시위하는 장애인이 시민을 볼모로 시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차별적 구조를 알리기 위한 것”이라며 “교통약자가 이동에 제약이 되는 요소가 무엇인지를 인지하고 이를 개선하고 해소하는 정책과 예산을 마련하라는 시민의 요구는 정당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대표도 본인이 대학 시절 만난 장애 학생을 통해 장애인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고 고백했는데, 그 만남과 교류에서 비장애인 중심으로 설계된 사회구조가 장애인에게는 장벽이고 차별이라는 인지까지 나아갔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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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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