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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쓰레기 줄이고, 함께 맥주 개발하고···주민들이 직접 만든 '살고 싶은' 빨래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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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쓰레기 줄이고, 함께 맥주 개발하고···주민들이 직접 만든 '살고 싶은' 빨래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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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울 수유1동 도시재생활성화사업 중 하나로 지난 1월 문연 ‘빨래골 생활문화 공작소’. 빨래골은 수유1동 486번지 일대의 옛 이름이다. |강북구 제공

서울 수유1동 도시재생활성화사업 중 하나로 지난 1월 문연 ‘빨래골 생활문화 공작소’. 빨래골은 수유1동 486번지 일대의 옛 이름이다. |강북구 제공


‘주민 참여형 도시재생’ 강북구 수유1동 빨래골 생활문화공작소 가보니


마을보다 단지 개념이, 이웃보다 입주민이라는 관계가 익숙한 시대다.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도 노후 주택가를 전면 철거한 후 신축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재개발 방식이 낯익은 시절이다. 하지만 이 경우 원주민의 재입주율은 20%가 채 되지 않는다. 서울 강북구 수유1동 주민들이 ‘도시재생’에 팔을 걷어붙인 이유다.

수유1동에 지난 1월 문 연 ‘빨래골 생활문화공작소’는 주민들의 직접 참여로 일군 결과물이다. 이 지역은 2018년 국토교통부가 선정한 도시재생뉴딜사업 대상지 중 하나로, 국토부·서울시·강북구 지원을 받아 ‘함께 사는 수유1동’으로 거듭나고 있다. 빨래골 생활문화공작소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마련한 열린 공간으로, 살고 싶은 동네를 위해 함께 만든 공간이라는 점에서 주민들의 기대가 크다. 빨래골은 수유1동 486번지 일대의 옛 이름이다.

빨래골 생활문화공작소 1~3층은 모두 주민들이 ‘주인’이다. ‘30년 토박이’ 김성훈 수유도시재생지원센터 센터장은 27일 “2016년부터 워크숍과 공모 등을 통해 공간 하나하나의 구상과 설계·시공에 주민들이 적극 참여했다”며 “각 층별로 사업을 꾸준히 할 수 있도록 협동조합을 꾸려 운영·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 협동조합은 수익 일부를 지역사회에 환원할 계획이다. ‘주민이 꿈꾸면 마을이 바뀐다’가 이 동네의 모토다.

서울 수유1동 빨래골 생활문화공작소 3층에 문 연 자원순환가게 ‘환장’에서 이상미 환장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이 지난 18일 들어온 우유팩을 정리하고 있다. |강북구 제공

서울 수유1동 빨래골 생활문화공작소 3층에 문 연 자원순환가게 ‘환장’에서 이상미 환장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이 지난 18일 들어온 우유팩을 정리하고 있다. |강북구 제공


■에너지·환경 생각하는 생활방식을 배우다

빨래골 생활문화공작소 3층에는 제로웨이스트숍과 카페를 겸하는 자원순환가게 ‘환장(환경을 생각하는 장)’이 문 열었다. 환장은 이 지역 주민들이 도시재생을 논의할 때부터 ‘에너지와 환경을 생각하자’고 시작한 활동에서 비롯됐다. 이 곳에서는 교육과 체험, 수거 및 판매 등을 통해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대신 친환경과 자연순환, 다회용 생활방식을 배울 수 있다.

환장은 자원 재순환을 위해 아이스팩과 유리병, 텀블러, 두부케이스 등을 수거한다. 우유팩과 멸균팩을 모아 가져오면 이 곳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도 적립된다. 1000㎖ 우유팩이 15포인트인데, 포인트가 1만점 이상이면 현금으로도 받을 수 있다. 환장에서는 식물 유래 성분의 각종 세제를 기존 용기에 담아 구매할 수 있으며, 열매 수세미와 소창행주·대나무 칫솔 등 친환경 제품도 판매한다.


서울 수유1동 빨래골 생활문화공작소 3층에 문 연 자원순환가게 ‘환장’에서 주민들이 천연비누 만들기를 진행하고 있다. |수유도시재생지원센터 제공

서울 수유1동 빨래골 생활문화공작소 3층에 문 연 자원순환가게 ‘환장’에서 주민들이 천연비누 만들기를 진행하고 있다. |수유도시재생지원센터 제공


환장 내 제로웨이스트 카페는 비전력으로 운영된다. 모든 커피는 머신 대신 핸드드립으로 내리고, 전력을 사용하는 정수기도 없다. 차도 티백이 아닌 잎차를 직접 우려내는 방식이다.

음료를 테이크아웃하기 위해서는 텀블러를 꼭 사용해야 한다. 텀블러를 지참하지 않은 주민들을 위한 대여용 텀블러도 구비돼 있다. 지난 25일 환장을 찾은 주민 김모씨(56)는 “배달음식을 거의 시켜먹지 않아도 재활용 쓰레기를 내놓을 때 보면 플라스틱이 넘쳐난다”며 “(텀블러 사용은) 불편하지만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환장은) 여느 커피전문점들과 달리 텀블러 보증금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상미 환장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이 “주민들을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 수유1동 ‘빨래골 생활문화공작소’ 2층에 문 연 수제맥주 펍 ‘수유맥주’에서 주민들이 이야기하고 있다. 수유맥주는 이 지역에서 자체 개발한 수제맥주 브랜드이기도 하다. |수유수제맥주프로젝트협동조합 제공

서울 수유1동 ‘빨래골 생활문화공작소’ 2층에 문 연 수제맥주 펍 ‘수유맥주’에서 주민들이 이야기하고 있다. 수유맥주는 이 지역에서 자체 개발한 수제맥주 브랜드이기도 하다. |수유수제맥주프로젝트협동조합 제공


■수제맥주로 우리 동네를 알리다

2층에는 ‘수유맥주’라는 수제맥주 펍이 문 열었다. 수유맥주는 단순한 상호명이 아니다. 수유1동 주민 5명이 2016년 ‘아빠들의 수다’라는 소모임으로 시작해 5년간 공부하며 직접 개발한 레시피로 탄생한 자체 수제맥주 브랜드다.


황성현 수유수제맥주프로젝트협동조합 이사장은 “동네 아빠들이 모여 이야기하다 지역에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우리가 만든 공간과 우리가 만든 맥주로 우리 동네를 알리자’고 시작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쪽 벽에 붙은 ‘SUYUBEER with LOCAL make a LOCAL’(수유맥주는 지역과 함께하고 지역을 만든다) 문구는 이들이 품은 꿈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서울 수유1동 ‘빨래골 생활문화공작소’ 2층 수제맥주 펍 ‘수유맥주’에서 판매하는 수제맥주는 이 지역 주민들이 자체 개발한 제품이다. |강북구 제공

서울 수유1동 ‘빨래골 생활문화공작소’ 2층 수제맥주 펍 ‘수유맥주’에서 판매하는 수제맥주는 이 지역 주민들이 자체 개발한 제품이다. |강북구 제공


수유맥주는 페일에일과 IPA 2종이다. 330㎖ 한 잔에 각각 3900원, 4500원으로 500㎖ 캔 하나는 각각 5000원, 5500원에 판매한다. 일반 펍에서 파는 수제맥주보다 저렴하다. 황 이사장은 “주민들이 (맥주가격이) 비싸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며 “질 좋은 맥주와 편안한 공간을 즐겁게 즐길 수 있도록 가격 문턱을 낮췄다”고 말했다.

안주 개발도 주민들과 함께 한다. 수유맥주는 최근 강북구 거주 주민들을 대상으로 ‘안주 레시피 공모전’을 진행 중이다. 펍 한쪽에 나만의 맥주를 만들 수 있는 수제맥주공방도 운영 중이다.


맥주캔 라벨도 주민들이 직접 만들었다. 황 이사장은 “라벨에 처음에는 남성들만 있었는데 주민들이 문제제기해 여성들도 함께 있는 디자인으로 교체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수유1동 빨래골 생활문화공작소 1층에 자리잡은 ‘함수 목공방’에서 주민들이 목공 교육을 받고 있다. |수유도시재생지원센터 제공

서울 수유1동 빨래골 생활문화공작소 1층에 자리잡은 ‘함수 목공방’에서 주민들이 목공 교육을 받고 있다. |수유도시재생지원센터 제공


■살고 싶은 동네, 이웃과 함께 만들다

빨래골 생활문화공작소 1층에는 집을 수리해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함수 목공방’이 문 열었다. 함수는 ‘함께사는 수유1동’을 뜻한다. 하수만 함수협동조합 이사장은 “2019년부터 집수리 학교를 위탁 운영하긴 했는데 직접 주민들을 가르치기 위해 조합원 10명이 목공체험지도사 3급 자격증을 이수했다”며 “살고 싶은 동네를 지역주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수유1동은 20년 이상 노후 건축물이 72.3%에 달해 집수리 수요가 많지만, 이를 배울 만한 문화공간이 없었다. 간단하게 셀프 집수리를 하려고 해도 장비가 마땅치 않았다. 이에 함수 목공방은 도배와 배관 및 수전 교체 등 집수리 교육은 물론 체험학교와 공구 대여 서비스 등을 실시할 계획이다. 다음달 시작하는 목공 교육에는 이미 주민 20여명이 신청을 마쳤다.

이 일대에는 빨래골 생활문화공작소 외에도 각종 주민공동이용시설이 속속 들어선다. 당장 다음달 8일에는 청소년활동지원센터가 들어서며 마을극장 등이 있는 마을사랑방과 중장년 커뮤니티시설, 생태문화공원 등이 조성된다. 김성훈 센터장은 “마을은 주민들이 함께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라며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면 그간 형성돼온 공동체와 관계가 훼손될 수밖에 없다. 모두 아파트로 지을 수 없는 만큼 저층주거지는 보존하며 필요한 부분을 충족해 살고 싶은 마을을 만드는 도시재생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겸수 강북구청장은 “올해 수유1동 도시재생 활성화 사업이 마무리될 것”이라며 “남은 재생사업도 차질 없이 추진해 이 일대가 살기 좋은 동네로 거듭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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