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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연재] 헤럴드경제 '골프상식 백과사전'

[골프상식 백과사전 305] 벌크업의 장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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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크업 전후의 디섐보 비교.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브라이슨 디섐보(미국)의 벌크업(Bulk up)이 골프를 발전시켰을까? 28세의 디섐보가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진출한 이래 최근까지 85번의 PGA투어 경기에 출전했다.

2019년 10월부터 체중을 늘리는 벌크업을 시작해 코로나19 휴식 기간 확 몸을 불렸다. 비거리 증대를 위해 에너지원인 근육량을 늘린 결과 이전 88kg였던 체중을 108kg까지 20kg가까이 찌웠다. 공교롭게도 드라이버 샷 비거리는 302.5야드에서 323.6야드로 평균 21.1야드가 늘었다.

디섐보가 한창 몸집을 키울 때는 하루 최대 6천~7천kcal에 달하는 식사를 하면서 강도 높은 웨이트트레이닝을 했다. 지방이 쌓이는 것을 막기 위해 하루 8마일(12.74km)의 유산소 운동을 거르지 않았고, 적정 무게에 도달한 후에는 하루 3천kcal 이상을 섭취했다고 한다. 당시 식단을 들여다보면 단백질 셰이크 7잔, 달걀 4개, 스테이크, 감자 등이다. 하계올림픽 수영에 나선 수영황제 펠프스의 놀랄만한 거대 식단이 연상될 수준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그의 벌크업은 성공했을까? 글쎄다. 2017년 투어에 데뷔해 총 8승을 거두었는데 벌크업 이전에 5승, 이후에 3승이었지만 메이저 US오픈 우승은 벌크업 이후다. 첫해 존디어클래식 우승을 시작으로 2018년 11월 슈라이너스아동오픈까지 5승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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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US오픈에서 우승할 때의 디섐보. [사진=USGA]



벌크업 이후로는 2020년 7월에 로켓모기지클래식에서 육중한 몸으로 등장해 압도적인 기량을 보이면서 우승했다. 이후 9월 US오픈에 이어 지난해 아놀드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는 파5 홀에서 원온을 시도하는 등 비거리로 주목받았다.

대회에서 톱10 이내에 든 건 벌크업 이전엔 13번이지만 이후는 17번으로 더 많았고, 세계 골프 랭킹 포인트에서는 이전 최고 순위가 5위, 이후는 4위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불안한 샷과 들쭉날쭉한 성적을 보인다. 올 시즌 첫 대회인 센트리TOC에서는 총 38명 출전한 중에 공동 25위에 그쳤고, 파머스인슈어런스오픈에서는 이틀만에 컷 탈락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PIF사우디인터내셔널에서는 첫 라운드를 마치고 왼손과 힙 부상을 이유로 기권했고 오랜만에 출전한 델테크놀로지스 매치플레이에서도 16강에 오르지 못했다.

벌크업의 장점은 더 긴 비거리를 가져다주지만 효용이 길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다. 홀까지의 거리는 가까워지지만 다음 샷을 하는 환경이 페어웨이보다는 러프가 더 많다. 더 힘주어 공을 꺼내는 과정에 부상에 더 쉽게 노출된다. 지난 2020년 US오픈에서 디섐보는 평균 선수들보다 20~30야드 티샷을 더 멀리 보냈으나 러프에 더 많이 들어갔다. 과한 벌크업으로 얻은 비거리의 보복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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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주는 지난해 OK저축은행 박세리 INVITATIONAL에서 우승했다. [사진=KLPGA]



반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체력의 한계를 느끼며 힘들게 투어 생활을 유지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에 완전 부활한 여자 선수 김효주(27)는 벌크업의 효과를 본 케이스다.

국내 투어를 평정하고 2014년 에비앙챔피언십을 우승하면서 큰 준비 없이 미국에 향했던 김효주는 몇 년 만에 평범한 선수가 돼서 고국에 돌아왔다. 하지만 2019년 겨울부터 체력 훈련에 몰두해 몸집 4㎏을 불리면서 평균 비거리를 15m 정도 더 늘렸다. 김효주는 이듬해 시즌 중에도 주 2~3회씩 꾸준히 트레이닝을 하고 고단백질 음식 섭취로 몸 만들기에 힘 쏟았다.

2020년 6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롯데칸타타여자오픈과 메이저 KB금융스타챔피언십에서 8타 차이로 압도적인 우승을 거두는 등 예전의 모습을 찾아갔다. 지난해는 5월에 싱가포르에서 열린 LPGA대회 HSBC위민스월드챔피언십에서도 5년만에 4승째를 거두었고, 국내서도 2승을 추가하면서 KLPGA 통산 14승을 쌓아올렸다.

김효주의 벌크업은 과한 몸집 늘리기가 아니라 이전의 약한 체력을 보완하는 총체적인 체력단련의 개념이었다는 점에서 디섐보와는 차이가 난다. 디섐보는 단지 비거리를 늘리는 데만 집중했던 탓에 지금은 허리와 손목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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