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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민주당 신임 당대표 박홍근

검수완박파 등에 업은 박홍근…172석 무기로 '尹 사법개혁'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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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견제와 협력은 야당의 책임과 의무"라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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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얼마나 협력하는가는 전적으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의지와 국민의힘의 태도에 달려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 처음 참석해 전날 윤 당선인과의 전화통화 내용을 공개하며 한 말이다. 박 원내대표는 “윤 당선인과의 통화에서 제가 ‘민생·안보에 여야가 없다는 마음으로 힘을 모으겠다’며 국회와 적극적으로 소통해줄 것을 요구했다”며 “무능, 독선, 불통, 부정부패 등 국민의힘 정권의 잘못을 국민 편에서 따끔하게 지적하되 잘한 일은 제대로 평가해주고 필요한 일은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도 이날 “윤 당선인이 (박 원내대표에게) ‘그간 을지로위원장으로 우리 사회 약자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주신 것을 잘 알고 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신속 보상에 대해 관심을 가진 만큼 저희 생각이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며 두 사람의 통화 내용을 소개했다.

두 사람의 통화는 화기애애한 편이었지만 박 원내대표의 향후 행보는 윤 당선인에 대한 강한 견제로 옮겨갈 거란 전망이 적지 않다. 박 원내대표는 전날 당선 직후에도 “민생을 책임지는 ‘강한 야당’을 반드시 보여드리겠다”며 야성(野性)을 강조했다.



尹의 ‘검찰권 독립’에 ‘검수완박’으로 맞대응하나



박 원내대표의 첫 번째 견제구는 윤 당선인이 내건 ‘검찰 독립성 강화’ 기조를 겨냥할 가능성이 크다. 윤 당선인은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 확대,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에 독자적 예산편성권 부여 등이 골자인 ‘사법개혁’ 공약을 구체화하고 있다. 인수위는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윤 당선인의 사법개혁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는 것을 이유로 예정됐던 법무부의 업무보고를 연기하며 문재인 정부를 압박하기도 했다.

이에 민주당 내에선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검찰개혁을 역행하는 움직임을 막기 위해서라도 더 세게 나가야 한다”(서울권 재선)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주장해 온 ‘처럼회’ 등 강경파 그룹에서다. 박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선거에서 이들의 지원을 받아 당선됐다. 처럼회 소속 의원은 “당선에 일조한 우리들의 입장을 박 원내대표가 귀 기울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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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25일 국회 원내대표 회의실에서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으로부터 윤석열 당선인의 축하 난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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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민주당 검찰개혁특별위원으로 활동했던 박주민 의원도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검찰개혁은 좀 더 개혁적인 방향이 필요하다. 새 정부 출범과 상관없이 최대한 빨리 진행하자는 공감대가 많이 형성돼 있다”며 박 원내대표를 압박하는 듯한 말을 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의원총회에서 논의해봐야겠지만 의원들 대부분은 검찰개혁 의지가 강하다. 의원들 의견이 팽팽하다면 저는 검찰개혁을 하자는 입장”이라며 ‘결행’쪽에 무게를 뒀다. 검찰 수사권 축소 방향으로 진행돼온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 골자를 윤석열 정부가 뒤집지 못하도록 못을 박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는 원내수석부대표에 ‘강경파’로 분류되는 진성준 의원을 임명하며 강공 드라이브를 위한 진용도 짰다. 당 내에선 “검찰수사권을 완전 박탈하는 검찰개혁안의 172석 단독 처리 당내 요구도 커질 것”(보좌관)이란 말도 나온다.



6·1 지방선거 앞두고 민주당 선명성 부각하나



두달여 앞으로 다가온 6·1 지방선거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민주당 내에선 윤석열 정부와 선명한 대립각을 세워야만 대선에서 이재명 전 경기지사를 지지했던 약 1614만표를 재결집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수도권의 재선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지방선거를 위해서라도 청와대의 용산 이전 등 국민 여론이 비판적인 윤 당선인의 방침에 대해서는 좀 더 강한 공세를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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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원내수석부대표에 임명된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박홍근 원내대표에 이어 당 을지로위원장을 지내고 있다.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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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위원장을 지내며 주로 노동자, 소상공인을 대변해온 박 원내대표가 윤 당선인의 친기업 정책에 반기를 들 가능성도 있다. 윤 당선인은 지난 21일 경제단체를 만나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기업과 경제활동의 방해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라며 규제 완화를 시사했다. 서울권 초선 의원은 “개혁성향인 박 원내대표가 시장원리를 앞세운 윤석열 정부를 하나하나 지적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컨설턴트인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박 원내대표가 새 정부 견제를 통해 민주당의 존재감을 부각하려고 할 것”이라며 “다만 선명성을 강조하려고 민생현안이 아닌 검찰개혁을 밀어붙이면 유권자들의 실망감과 이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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