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연합뉴스] |
"물티슈 안 넣어줬다고 별점 1개 표시했더라고요."
서울 송파구의 한 먹자골목에서 일식집을 운영 중인 40대 점주 A씨. 최근 배달 주문과 관련해 악성 후기를 경험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이같이 답했다.
A씨는 "집이 아니고 어디 사무실에서 시켰던 주문"이라며 "코로나19가 심한데 왜 식당에서 물티슈랑 손소독제를 안 넣어줬느냐고 하더라"라고 설명했다. 이어 "차라리 음식이 맛없다고 하면 이해하겠다"며 "우리가 어디까지 맞춰야 할지 잘 모르겠다"라고 덧붙였다.
국내 배달 음식 거래액이 지난해 기준 26조원에 달하는 등 소비자들의 수요가 끊이지 않고 있다. 주문량이 늘어나면서 자영업자들이 악성 후기로 인해 영업에 어려움을 겪는 일도 잦아졌다.
25일 통계청의 '2021년 12월 및 연간 온라인쇼핑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92조894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음식서비스 배달액은 25조6847억원으로 13.3%가량 비중을 차지한다. 한 해 전보다 48% 이상 거래액이 늘어났다.
재택 시간이 길어지면서 배달 음식 수요가 늘어났지만, 악성 후기와 별점 테러 문제는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아무리 무분별한 후기라 하더라도 소비자의 경험에 의존하는 만큼 일일이 반박하거나, 차단하기가 어려운 탓이다.
일례로 최근 한 소비자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아기용 물티슈 상자 위에 배달 음식을 두고 갔다는 이유로 물티슈를 전량 폐기했다고 밝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아기 물티슈는 세균 문제 때문에 온도에 민감한데, 배달 기사가 물티슈 상자 위에 뜨거운 음식을 올려둬 이를 전량 폐기하게 됐다는 게 소비자의 주장이다.
자영업자들은 이와 관련,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성남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점주 B씨는 "그 식당도 참 갑갑할 것"이라며 "남 일 같지 않다. (소비자가)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해도 그저 당해야만 하는 우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소비자가 고의적으로 악성 후기를 단다고 해도 이를 사전에 방지할 방법은 사실상 부재하다. 후기 자체가 주관적일 수밖에 없어 악성 후기인지, 실제 소비자 판단인지 명확히 구분하기부터 어렵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반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악성 후기에 대한 관리가 강화될 경우 정확한 평가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30대 소비자 C씨는 "일부 소비자가 무리한 요구를 하는 감은 있으나, 점주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후기를 전부 숨길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현재 주요 배달 애플리케이션 중 배달의민족은 이미 게재된 후기에 한해 음식점 점주가 블라인드(숨김 처리)를 요청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점주가 사실과 다르다며 후기를 블라인드 해달라고 신청하면 30일간 소비자의 후기가 비공개된다.
이 기간 앱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연락해 점주의 후기 삭제요청에 동의하는지를 묻고 동의하면 삭제, 동의하지 않으면 30일 뒤 재공개하는 식이다. 요기요의 경우에는 후기 개수와 작성률, 평점 등을 통해 허위로 의심되는 후기가 확인되면 모두 삭제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악성 후기의 사전 방지가 어렵느냐는 질문에 "욕설 등은 작성 자체가 안 된다"라면서도 "후기는 결국 소비자들의 주관적인 평가다. 앱 차원에서 함부로 판단하기가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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