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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 (금)

‘식물총장’에서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박범계와 2차전 벌이는 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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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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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박범계 법무부 장관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박 장관이 검찰권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윤 당선인의 사법 공약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힌 데 따른 것이다. 검찰총장 시절 인사권과 지휘권을 빼앗겨 ‘식물 총장’으로 전락했던 윤 당선인이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옛 상급자’와 2차전을 벌이는 형국이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인수위는 전날로 예정됐던 법무부 업무보고를 다음 주로 유예했다. 박 장관이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겠다는 내용의 윤 당선인 사법 공약을 반대하는 발언을 공식 석상에서 쏟아낸 것이 계기가 됐다. 박 장관은 지난 23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책임행정 원리에 입각해 있다”며 “아직 수사지휘권이 필요하다는 입장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했다.

윤 당선인 측은 발끈했다.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 인수위원들은 법무부 업무보고가 예정됐던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 대해서 40여일 후에 정권교체로 퇴임할 장관이 부처 업무보고를 하루 앞두고 정면으로 반대하는 처사는 무례하고 이해할 수 없다”며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예정됐던 업무보고도 받지 않겠다며 유예 결정을 내렸다. 대신 대검찰청 업무보고만 받았다. 법무부를 통해 대검 업무보고를 받던 종전 방식을 따르지 않은 것이다. 대검은 윤 당선인의 사법 공약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헌정 사상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경우는 4차례 있었다. 노무현정부 때인 2005년 10월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동국대 강정구 교수를 불구속 수사하라고 지휘권을 행사한 것이 처음이었다. 수사 독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의식이 강한 검찰은 반발했다. 당시 김종빈 검찰총장은 사표를 던졌다.

이후 2차례 지휘권 행사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한 것이다. 윤 당선인의 처가 관련 의혹 수사에 현직 검찰총장인 윤 당선인이 개입해선 안 된다는 취지였다. 추 전 장관 후임이 바로 지금의 박 장관이다. 박 장관은 취임 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을 찾아 윤 당선인과 검찰 인사를 논의하는 등 추 전 장관과 다른 면모를 보일 것이란 일말의 기대감을 낳기도 했다. 박 장관은 그러나 윤 당선인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은 검찰 인사를 단행함으로써 재차 현직 검찰총장의 수족을 잘라내는 ‘식물 총장’ 만들기 작업에 가세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 장관 역시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모해위증 의혹을 다시 살펴보라는 취지로 수사지휘를 내렸다.

조국·추미애·박범계 장관으로 이어지는 문재인정부 법무부와 여권이 오늘의 윤 당선인을 키워냈다는 뒷말이 여의도 정치권에 파다하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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