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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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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못 이룬 꿈, 또 다른 이들 몫”…국정농단 사과는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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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퇴원 뒤 대구 자택으로…정치 활동 재개 관련 의미심장 발언
환영 나온 지지자들에게 “고향 돌아갈 날만 생각하며 견뎌”

경향신문

5년 만에 고향 왔더니…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가 24일 대구 달성군 자택에 도착해 소감을 말하는 도중 유리병이 날아와 경호원들이 에워싸고 있다(왼쪽 사진). 자택 주변에 모인 우리공화당원과 시민들이 박씨 도착을 기다리고 있다. 김창길 기자·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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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 박근혜씨가 24일 5년 만에 공개 석상에 섰다. 박씨는 대국민 메시지에서 “많이 부족했고 실망을 드렸다”고 했지만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탄핵 등에 명확한 사과는 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조만간 박씨를 만날 뜻을 비쳐 두 사람이 회동에서 보수 지지층 내부 통합에 나설지 주목된다.

박씨는 이날 오전 8시32분쯤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퇴원하면서 “국민 여러분께 5년 만에 인사드리게 됐다. 많이 염려해 주셔서 건강은 이미 회복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특별사면된 후 이 병원에 머물며 치료를 받아왔다.

박씨는 이어 국립서울현충원 내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뒤 대구 달성군에 마련된 자택에 도착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말 형태로 대국민 메시지를 내면서 “돌아보면 지난 5년의 시간은 저에게 무척 견디기 힘든 그런 시간이었다”며 “정치적 고향이자 마음의 고향인 달성으로 돌아갈 날을 생각하며 견뎌냈다”고 했다. 그는 “제가 많이 부족했고 또 실망을 드렸음에도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셔서 따듯하게 저를 맞아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고 했지만 이루지 못한 많은 꿈이 있다”며 “제가 못 이룬 꿈들은 이제 또 다른 이들의 몫이라 생각한다. 좋은 인재들이 저의 고향인 대구의 도약을 이루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저의 작은 힘이나마 보태려 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7분여간의 입장 발표에서 국정농단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거나 사과하지 않았다. 윤 당선인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민감한 정치적 이슈에 관해 구체적인 메시지를 내는 것은 자제한 것으로 보인다.

“(국가 발전을 위해) 저의 작은 힘이나마 보태려 한다”는 박씨 발언을 두고는 현실 정치에 참여할 의지를 밝힌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친박근혜계로 꼽히는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YTN에 나와 “현실 정치에 참여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겠다고 판단한다면 지방선거와 관련해 어떤 메시지를 발표하겠지만 아직 그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인 명예를 회복하는 길로 생각하신다면 당분간은 기다리고 계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조만간 박씨의 대구 자택을 찾겠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이 박씨와 만나 앙금을 풀고 그의 정치적 명예회복을 도울 발언을 할지 주목된다. 윤 당선인은 국정농단 사건 특검 수사팀장이었고, 윤 당선인의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박씨는 중형을 선고받았다.

윤 당선인과 가까운 한 국민의힘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이 감옥에서 고초를 겪은 점을 위로하는 방식으로 명예회복 해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과도한 메시지는 반발을 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윤 당선인과 박 전 대통령의 만남은 지방선거에서 보수세력 결집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윤 당선인이 국정농단 수사와는 별개로 박씨에 대한 인간적인 미안함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윤 당선인은 지난달 박씨 생일에 건강 회복을 기원하는 카드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의 퇴원을 계기로 흩어진 친박계가 결집에 나설지도 주목된다. 최근 가석방된 최경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옛 친박계 의원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 청와대 참모진도 조만간 대구 자택을 방문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삼성서울병원 앞에도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참모진, 친박계 의원, 지지자 등 100명 넘게 몰렸다. 김기춘·허태열 전 비서실장, 황교안 전 국무총리,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유기준 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이 모습을 보였다. 박근혜 정부 당시 새누리당 대표였던 이정현 전 의원, 청와대 정무수석이었던 김재원 최고위원, 윤상현 의원 등 친박계 의원들도 대거 출동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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