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군정 성명 내고 "정치적 동기" 비판…반군부 임시정부는 환영
워싱턴DC 홀로코스트 박물관의 미얀마 집단학살 관련 전시물을 둘러보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오른쪽) |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쿠데타로 집권 중인 미얀마 군부는 과거 자신들이 무슬림 로힝야족을 말살하려 집단 학살을 저질렀다고 미국 정부가 규정한 데 대해 사실이 아니라면서 반발했다.
23일 AFP·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얀마 군정 외교부는 전날 성명을 내고 "미얀마는 어떠한 집단학살 행위에도 가담한 적이 없고, 국가·인종 또는 종교 집단을 말살하려는 어떠한 집단학살 의도도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발언은 정치적 동기를 가진 것이자 주권 국가의 국내 문제에 개입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은 군부가 지난해 2월1일 쿠데타로 문민정부를 축출하고 집권한 이래로 국제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제재를 취해 왔다.
외교부는 또 미국 정부가 로힝야족 사태를 미얀마 군부의 '집단 학살'로 규정한 것은 "진실과 한참 동떨어진 것"이라며 절대적으로 이를 거부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블링컨 장관은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 홀로코스트 박물관의 미얀마 집단학살 관련 전시물을 둘러본 뒤, 미얀마 군부가 과거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에 자행한 폭력이 집단학살(genocide)과 반인륜 범죄에 해당한다는 공식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2017년 방글라데시로 피난 간 로힝야족 |
지난 2017년 미얀마 라카인주에서는 무슬림계 소수 로힝야족 일부가 종교 탄압 등에 반발해 경찰 초소를 습격하자 정부군이 대대적인 토벌 작전에 나섰다.
이로 인해 적어도 73만 명의 로힝야족이 집을 떠나 방글라데시로 피난을 가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살인, 강간, 방화 등 큰 고통을 겪었다.
미 국무부가 지금까지 집단학살로 규정한 사건은 보스니아, 르완다, 이라크, 수단 다르푸르, 이슬람국가(IS)의 학살이었다.
근래에는 중국의 신장 위구르족 탄압을 6번째 집단학살로 규정해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한편 미얀마 반군부 진영의 임시정부격인 국민통합정부(NUG)는 성명을 내고 미국 정부의 결정을 환영했다.
NUG는 아프리카 이슬람국가 감비아가 지난 2019년 11월 로힝야 집단학살 사건에 대해 미얀마 정부를 고발한 것과 관련, 지난달 초 국제사법재판소(ICJ)의 사법권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앞서 지난해 5월에는 로힝야족 문제와 관련해 더는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ICJ의 결정에 따르겠다고도 했다.
반군부 투쟁 과정에서 소수 로힝야족의 지지를 얻는 동시에, 쿠데타 이후 군부의 각종 반인도주의 범죄에 대한 ICJ의 심판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쿠데타 이전인 지난 2019년 12월 말 당시 미얀마를 이끌던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은 ICJ에 출석, 로힝야족 학살 의혹을 부인하면서 ICJ가 이 사건에 대한 사법권이 없다고 주장해 국제사회의 비판을 샀다.
sou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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