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시행사-SM 입장차 뚜렷
운영주도권-손실책임 등 갈등 심화
건물 사용승인 1년 넘게 개관 못해
협상안 무산 놓고 법적공방 예상
“경남 창원을 한류문화 성지로 만들겠다”며 안상수 전 창원시장이 2016년 추진한 창원문화복합타운(SM타운) 사업이 특혜 시비 등 숱한 논란을 일으킨 끝에 6년 만에 무산됐다. 사진은 창원아티움시티가 건립한 SM타운과 아파트·오피스텔 전경. 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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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찾은 경남 창원시 의창구 팔룡동 창원문화복합타운(SM타운). 지난해 4월 공사를 끝냈지만 8층짜리 건물의 정문과 보조 출입문은 모두 굳게 닫혀 있었다. ‘Coming Soon’이라고 적힌 안내 현수막만 덩그러니 붙어 있었다. 1층 내부도 텅텅 비어 있었다. 사무실 인터넷 등 내부 전산망과 인테리어 공사도 중단된 상태였다.
창원시가 국내 유명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유치하겠다며 추진한 SM타운 건립 사업이 최종 협상안마저 합의점을 찾지 못해 결국 무산됐다.
창원시는 이곳을 운영하는 사업자에게 협약 해지를 통보하고,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들어갈 계획이다. 안상수 전 창원시장이 2016년 “한류문화 성지로 만들겠다”며 추진한 이 사업은 특혜 의혹을 비롯해 숱한 논란을 뿌리며 민간 개발자와 공적 행정 조직이 합작한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남게 됐다.
● 규제 풀고 용적률 상향… 특혜성 행정 논란
이 사업은 부동산 시행사(창원아티움시티)와 엔터테인먼트 기업(SM), 지방자치단체(창원시)가 결합한 모델이다. 시행사가 창원시로부터 시유지 2만928m²를 사들여 그 땅에 최고 49층 아파트·오피스텔을 짓고, 분양 수익 가운데 1010억 원으로 SM타운(3580m² 부지에 지하 4층, 지상 8층 규모)과 공영주차장(6920m²·주차대수 506대)을 지어 창원시에 기부채납하는 것이다. 또 SM과 시행사는 SM타운(공연 판매 숙박 등 문화복합시설)의 무상 사용 및 운영 권리를 최대 20년간 보장받는 구조다. 당시 창원시는 조건으로 미관지구 지정을 해제해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짓도록 규제를 풀어줬고, 용적률도 687%로 대폭 높여줬다.
그러나 창원에 한류 거점 시설을 만들면서 필요한 자금은 부동산 개발을 통해 조달한다는 구상은 초기부터 각종 의혹에 시달렸다. 2017년 경남도 특정감사와 2018년 6월 허성무 시장 취임 후 창원시 자체 감사에서 사업 성과만을 강조하고 절차 합법성을 간과하는 등 특혜성 행정 처리가 있었다는 결론이 났다.
정의당을 중심으로 시민단체가 안 전 시장과 창원시 공무원 등 4명을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가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건물은 1년 전 사용승인이 났지만, 지금까지 텅 비어 있다. SM타운 운영을 놓고 둘러싼 창원시와 시행사, SM의 입장차 때문이다. 운영주도권, 향후 손실 책임 등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면서 개관은 당초 목표 연도인 2020년에서 4차례나 연기됐다.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압박에 창원시는 “협약에 명시된 개관 시기를 2년 가까이 넘겼는데도 진척이 없다”며 시행사에 20일까지 정상화 방안을 마련해 제출하라고 최종 통보했다. 시행사는 마감 날까지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 SM “의무 다했다”… 법적 공방 예상
창원시는 최종 협상안이 무산된 것으로 규정하고 협약 해지 수순에 돌입한다. 우선 사업자에게 협약 해지를 통보하고, 사업 초기 시행사로부터 받은 이행보증금 101억 원을 몰수할 예정이다. 시행사를 상대로 건물 소유권 이전 소송과 함께 손해배상 청구 절차도 밟는다. 그러나 시행사와 SM이 “협약에 명시된 의무를 다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치열한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창원시 관계자는 “시행사가 부동산 개발 사업으로 얻은 이익금을 공공사업에 재투자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의 본질”이라며 “법적 소송과 함께 SM타운 정상화 방안 용역을 빨리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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